'빠빠빠'의 자가복제 원고의 나열

참 지긋지긋하게도 우려먹는다. 옆에 기재한 숫자가 무색할 만큼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었던 '빠빠빠 2.0'에 이어 가물치의 '뭣 모르고'까지, '빠빠빠'를 열과 성을 다해 거듭 써먹는다. 렉시의 '애송이' 일부분을 교활하게 얹은 크리스마스 싱글 '꾸리스마스'도 기본 골격과 콘셉트는 '빠빠빠'를 표본으로 삼은 것이었다. 크레용팝과 가물치를 제작한 크롬엔터테인먼트는 작년 여름 인기를 얻은 '빠빠빠'를 사골인 양 우리고 또 우려낸다.

지난 7일에 출시된 남성 5인조 그룹 가물치의 데뷔 EP < 비욘드 디 오션(Beyond The Ocean) >에 수록된 '뭣 모르고'는 아예 '빠빠빠'의 반주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사운드의 강도만 더 세졌을 뿐 구성은 판박이다.

남자 그룹에 맞춰 버스(verse)에서의 래핑이 강렬해진 점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지만 후렴에 들어가기 전의 구호, 후렴 끝 부분의 멜로디는 크레용팝 노래와 유사하다. 가장 큰 차이라면 중독성을 돋울 목적으로 의미 없는 음절과 특정 단어를 반복하는 행위가 사라진 것 정도다. 그렇다고 완전히 되풀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고'와 'go'를 연거푸 읊으며 요즘 노래답게 훅에 악센트를 찍는다.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 '가물치'

크레용팝과 같이 대놓고 익살스러움을 강조하지는 않더라도 '뭣 모르고'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빠빠빠'에 의지함을 또다시 보여준다. 고등학생으로 분한 멤버들은 지구를 지키는 전사가 되고자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데 이를 위해 크레용팝이 착용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헬멧을 쓰고 '빠빠빠'의 안무를 춘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빠빠빠'를 대중에게 노출하고 이를 연결고리 삼아 신생 그룹을 수월하게 홍보하겠다는 얕은 속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물치 정령을 불러낸다는 설정 또한 그룹 이름과 공상의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버둥거리는 꼴로만 여겨진다. 정말 악착같다. 우습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가물치의 데뷔 미니앨범 < 비욘드 디 오션 >

소속사는 '뭣 모르고'가 원래 남자 그룹을 위한 노래였다고 한다. 이는 크레용팝이 먼저 썼지만 애초에 사용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으니 아쉬운 마음에 다시 내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떠한 곡을 재활용하는 경우에는 다른 가수가 소화했을 때 오리지널과 확실히 구별되는 매력을 나타내야 한다. 또 그 곡이 다수가 수긍할 만한 멋을 지니고 있음을 재해석 작업으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일종의 리메이크인 '뭣 모르고'는 작품성을 돌아보게 할 일련의 검증을 깔끔하게 완수하지 못했다. 오직 진하고 질긴 미련만 나타냈다.

노래는 그저 남자가 부르니까 조금 괄괄한 기운을 낼 따름이다. 밑에 깔린 전자음 루프가 자신 있게 주장하는 곡의 풍취인가? 이는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지 못할 변변찮은 구성이다. '빠빠빠'의 반주가 얼마나 훌륭해서 다시 쓰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자가복제다.

시장에서 한 번 성공했으니 그것을 또 밀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소속사는 예전에 크레용팝이 모모이로 클로버 Z의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감안하면 일본의 특정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붕어빵이 잘됐다고 규격을 조금 바꿔 잉어빵이라며 파는 것과 다름없다. '뭣 모르고'는 상품 생산에 눈이 먼 졸렬한 기획을 명시한다. 노래를, 음악을 먼저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다.

한동윤
2014 01/21ㅣ주간경향 1060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401141403401&code=116

덧글

  • 식신강림 2014/01/16 11:29 # 삭제

    어휴~ 시원하네요.
    진짜 이놈의 소속사는 맨날 뻔한 거짓말만 해대는게, 대중을 얼마나 바보로 하는건지..참나;;
  • 한동윤 2014/01/17 10:39 #

    거짓말도 창의적으로 해야 하는데 말이죠.
  • costzero 2014/01/16 16:13 #

    하하하...여기서 가물치 첨 보네요.
    크레용팝도 이글루스에서 첨 알았는데 ㅋㅋㅋ.
    2집 발표했나 보네요?
    강남 룸살롱에서 아저씨들이 헬맷 쓰고 춤추고 논다는데 경찰서 끌려온 아저씨들이 애 헬맷쓰고 와서
    뭐하는 인간들이냐고 사이비 경찰한테 물어보니 창녀들하고 같이 크레용팝 춤추다 잡혀왔다고 하더군요.
  • 천공의채찍 2014/01/16 17:52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신나게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동윤 2014/01/17 10:40 #

    2집은 아니구요. 1집도 안 냈는데...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군요;
  • whim 2014/01/17 00:15 # 삭제

    여기 소속사는 크팝때는 성공시키려고 많이 고민한것같던데.. 이번에는 음악이 좋은것도 아니고.. 퍼포먼스가 신선한것도 아니고.. 병신같은데 멋있는걸 노렸는진몰겠지만 까보니 그냥 그렇네요
  • 한동윤 2014/01/17 10:42 #

    네, 정신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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