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 브라더스의 성대한 빅 비트 잔치 원고의 나열

The Chemical Brothers [Dig Your Own Hole]

1996년 케미컬 브라더스는 오아시스(Oasis)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보컬로 참여한 신곡 'Setting Sun'으로 히트를 이어 갔다. 199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서 이들과 만난 노엘 갤러거가 케미컬 브라더스의 팬이라며 다음에 낼 곡에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한 것이 캐스팅 배경이었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 먼저 다가와서 적극적으로 협업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이 확실히 근사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빠른 속도로 포악하게 터지는 리듬에 노엘 갤러거 특유의 늘어지는 가창이 기이하게 조화된 노래는 그룹에게 첫 영국 싱글 차트 1위라는 영예를 안겼다. 여기에 뒤이어 발표한 'Block Rockin' Beats'의 성공으로 두 번째 앨범 [Dig Your Own Hole]도 흥행 성공의 축포를 쐈다.

1집과 마찬가지로 혈기도 충만했다. 호루라기와 구호를 외치는 샘플이 긴박감을 더하는 'Dig Your Own Hole', 분절되는 리듬과 성글게 등장하는 어지러운 전자음이 탄력을 만들어 내는 'Piku', 하우스로 시작해 트랜스로 모양을 바꿔 일관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It Doesn't Matter'는 클럽과 그곳 청춘들의 감성에 친밀했다. 'Don't Stop The Rock'은 일정한 규격의 베이스라인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잡는 가운데 짧게 전자음을 삽입함으로써 소란스러움을 키웠고 'Get Up On It Like This'는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Money Runner' 샘플을 바탕으로 신시사이저를 일렉트릭 기타처럼 연주하고 턴테이블 스크래칭 소스를 추가해 카랑카랑함을 부각했다. 거칠고 정신없이 흥겨우며 예리한 음악의 큰 잔치와 같았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강한 소리를 내는 데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영국 포크 뮤지션 베스 오튼(Beth Orton)이 노래를 부른 'Where Do I Begin'은 트립 합과 앰비언트의 형태를 두루 나타내면서 의외의 차분함을 피력했다. 노래는 이후 영화 [바닐라 스카이], [억셉티드] 등에 삽입되며 대중과 만나는 자리를 넓혔다. 인도음악의 향취를 진하게 내뿜는 'The Private Psychedelic Reel'은 질주하는 드럼 프로그래밍 위에 클라리넷 연주를 입혀 댄서블한 사이키델릭, 명상음악을 선보인다. 9분이 넘는 러닝타임은 순간순간이 타이트하다. 미국 래퍼 키스 머리(Keith Murray)의 'This That Shit'의 일부를 돌린 'Elektrobank'는 끝 부분에 다다라 음침하고 질퍽한 곡으로 모양을 달리해 구성을 통한 재미를 선사한다.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얘기였다. 케미컬 브라더스는 'Setting Sun'과 클럽의 단골이 된 'Block Rockin' Beats', 1997년 영국 싱글 차트 17위를 기록한 ‘Elektrobank’ 등의 히트로 영국을 대표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 됐다. 단지 대중의 입맛만 낚은 게 아니다. [Dig Your Own Hole]은 전자음악과 힙합, 록의 제스처를 포괄한 기막힌 혼성으로 평단을 유혹했다. 많은 매체가 '최고의 앨범' 리스트에 이 음반을 들이는 까닭은 가열한 실험성과 든든한 내적 충실성에 있다. 케미컬 브라더스가 영국에서 빅 비트(big beat) 트렌드를 주도하는 음악가로 지위를 굳힌 때가 이 앨범이다.

2013/12
음반 해설지 일부

* 케미컬 브라더스의 2, 3, 4집이 재발매됐습니다. 3집 [Surrender]는 아직 안 나왔네요.

덧글

  • 시골농사꾼 2014/02/23 19:31 # 삭제

    90년대부터 영국 주류로 성장하기 시작한 일렉트로닉 생각해보면, Autechre, Future Sound Of London 사운드에 초석을 다졌고, 완성도 측면에서 Aphex Twin이 있었지만 너무 난해한 음악으로 모든 대중과는 조우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런의미에서 The Chemical Brothers은 테크노 혁명에 어떤 전환점이 아닌가 싶어요. Dig Your Own Hole 앨범은 어느 노래 하나 빠지지 않고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특히, Dig Your Own Hole 듣고 있으면 당장 집밖으로 띄쳐나가 몸서리 치게 헤드뱅잉을 하게 만듭니다. 곡중간에 후루라기를 삐~삐~ 넣는 익살스러움이 얼굴에 실소를 더합니다.

    Elektrobank은 듣고있으면 뮤직비디오의 체조소녀가 생각나고 중간 중간 핵폭탄 샘플링을 그들이 얼마나 유니크한 친구들인지 알게 해줍니다.

    현재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미에 일렉트로닉 부분 시상식이 생기게 만든 장본인이며, IDM 장르 역대 최고의 명반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앞으로도 IDM 장르 많이 소개 해주세요^^
  • 한동윤 2014/02/23 21:36 #

    아이구 해박하신데 소개는 무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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