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젝트 락(樂) - Beautiful Days 원고의 나열

우리 고유의 것이지만, 한국의 전통 음악은 서양 음계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의 귀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쨍쨍 울리는 악기, 왠지 모르게 구슬픈 가락 등은 한국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주 접하지 않는 까닭으로 조금은 어색할 듯하다. 상면의 부족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담은 높아만 가고 결국에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전통 음악을 대하는 일반적인 상황일 것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김수철이 '별리' 등을 통해 전통 음악에 대한 접목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다수의 관심을 촉발할 만한 힘을 지니지는 못했다. 이후 1993년 '태평소 능게'가 삽입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한국 고전에 대한 낯섦을 많이 감소시켰다. 김덕수는 1995년 발표한 < 난장, 뉴 호라이즌(Nanjang, A New Horizon) > 중 'Things change'에서 현재 대중음악의 극단이라 할 수 있는 힙합과 크로스오버를 꾀하기도 했다. 이에 이어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전통 음악은 대중음악과 활발하게 회합하는 중, 최근에도 이 경향은 계속되고 있으며 서양의 클래식이나 팝 히트곡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식의 소극적인 해석도 한쪽에서 거듭된다.

가야금, 퍼커션, 베이스, 건반, 해금, 태평소, 대금 등 열한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에스닉 팝 그룹 '프로젝트 락(樂)'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모든 노래를 판소리를 하듯 부르지 않고 일반 대중도 편하게 느낄 수 있게 벨칸토 창법을 섞어서 행한다. 서양 음악의 양식을 혼합하는 데에도 단순히 블록 맞추듯 끼우는 게 아니라 선율 만들기와 연주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어색함을 방지한다. '사랑가'에서는 현대의 구어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하오체를 사용하고 'Beautiful days'는 '어화 어화디여 어화디여'라는 21세기에 접하기 어려운 감탄사가 들어갔지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게 음악에서 현대적 감성 표출이 알차게 실현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락의 작품을 두고 '우리네 악기로 연주한 선이 고운 대중음악'이라는 표현도 그러한 이유로 적절할 것 같다. 각각의 악기가 솔로로 버스(verse)를 채우다 주주제부에 가서 아름다운 앙상블을 펼치는 '하나되어'를 필두로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자유로운 멋이 느껴지는 'La-flanneo (라플람)', 아주 먼 옛날, 서방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을 그린 것처럼 한국적 서정미를 물씬 풍기는 'Beautiful days'는 이들의 데뷔 앨범을 보드랍고 예쁘게 치장한다. 익숙한 제목 탓에 임정희의 노래나 마르코(Marco), 치즈가몽키 같은 힙합 뮤지션이 떠올려지는 'Music is my life'는 기존에 나온 다른 곡들과는 완전히 딴판인 완약한 모양새의 편곡으로 신선한 전통미를 안겨 준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펑크(funk)와 한국 고전 음악이 완벽하게 합성된 '난감하네'이다. 범상치 않은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노래는 판소리 < 수궁가 >를 토대로 해 용왕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가야 하는 별주부의 심정을 코믹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둔탁하면서도 차진 소리의 베이스가 흑인 음악의 향을 강하게 내는 데 일조하나 갖가지 전통 악기를 첨가해 리듬과 멜로디를 튼실하게 완성하는 것도 훌륭하다. 그야말로 서양 음악을 기본으로 형성한 한국적 바운스다. 또한, 여기 등장하는 소리꾼의 아니리는 톤의 높낮이를 확실히 하고 유연한 흐름을 갖춤으로써 마치 랩처럼 들리기도 한다.

리믹스 버전 또한 놓칠 수 없다.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떠나야 하는 별주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도입부의 담배 피우는 소리부터 큰 웃음을 짓게 한다. 객원 래퍼를 들여 본격적으로 힙합의 구색을 갖춘 것은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그룹의 노력으로 여겨진다. 원곡과는 다른 뉴 잭 스윙 비트는 더 큰 경쾌함을 이끌어내니 '난감하네'의 두 버전 모두 압권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이래 100년에 달하는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악'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은 시장에서 점하는 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문 방송도 얼마 없으며 유행의 첨단을 걷는 인스턴트식 노래에 밀려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자층인 10대, 20대의 관심 안에 드는 일이 전무한 수준이다. 이 악조건에서 서양의 고전 음악이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팝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처럼 다수 청취자를 유인하기에 용이한 방식을 택하지 않고 창작과 현대적 해석 및 교첩을 든든하게 실현한 이들이 멋있어 보인다. 젊은 음악팬들이 들어도 생경하지 않을 전통 음악, 이 등장에 눈을 뗄 수가 없다.

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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