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OST 원고의 나열

화려한 캐스팅과 독특한 영상을 빛낼 황홀한 음악의 향연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하는 장치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각각 2009년, 2012년에 개봉한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와 [문라이즈 킹덤]에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과 협업한 바 있는 프랑스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키를 잡고 오시포프 스테이트 러시안 포크 오케스트라(Osipov State Russian Folk Orchestra)가 연주를 담당한 스코어는 환상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곡조로 영화에 흡인력을 보조해 줄 예정이다. 구스타브와 제로가 동토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때 일어나는 스펙터클한 광경, 새로운 인물의 출현, 사건의 극적 연출 등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창작곡, 현시대 최고의 음악부서감독으로 여겨지는 랜달 포스터(Randall Poster)가 선곡한 러시아 민요, 비발디의 작품들이 어우러진 사운드트랙이 부연한다. 음악이 마담 디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더욱 흥미롭게 가공할 것이다.

맑은 남성 코러스가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s'Rothe-Zäuerli'에 이어 'The Alpine Sudetenwaltz'로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풍경을 그려 낸다. 이는 마치 폭풍 전야의 평화로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부감하는 듯하다. 'Mr. Moustafa', 'Overture: M. Gustave H' 등 인물의 성격을 넌지시 묘사하는 곡들을 지나 'Daylight Express To Lutz'부터는 톤을 낮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여정에 동행한다. 현악기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존재감을 줄이는 중에 팀파니와 작은북이 주도권을 쥐고 무게감을 띠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차분하게 위압감을 조성하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특유의 표현은 쫓고 쫓기는 장면을 예정한 'The Lutz Police Militia', 'Check Point 19 Criminal Internment Camp Overture'에서 극대화된다.

알렉상드르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장대함보다는 장난스러움, 동화의 정서, 환상적인 대기의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 말미암아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때가 떠올려지기도 한다. 스코어가 으리으리함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은 것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모험과 코미디를 주요 성격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밴조와 클래식 기타 같은 현악기는 생기발랄함을 유지하고자 대부분 곡에서 내내 트레몰로로 연주된다. 'J.G. Jopling, Private Inquiry Agent', 'No Safe-House' 등에 들어간 통통 튀는 아카펠라 또한 급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완전히 살벌하지만은 않음을 주장하는 장치 중 하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은 지난 2월 초에 열린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텔레그래프(Telegraph)는 “역대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 중 가장 강렬하고 유쾌하다”고 평했으며, 스크린데일리(Screendaily)가 “영화적 재미와 흥분을 충족하는 기발한 모험담”이라고 칭송하는 등 많은 매체가 영화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 낸 데에는 영화의 맛과 멋을 한층 높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이 당연히 해당된다. 골든 글로브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 브리티시 아카데미 필름 어워드 등 명망 있는 시상식에서 수차례 수상한 그의 세밀한 연출이 다시 한 번 돋보인다. 화려한 캐스팅, 웨스 앤더슨의 유니크한 영상을 더욱 빛내 줄 황홀한 사운드트랙이다.

2014/02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