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부르는 일렉트로니카 음반 원고의 나열

전자음악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10년에 달하는 긴 기간 동안 팝 음악의 인기 트렌드로 득세한 일렉트로닉 스타일은 한국 주류 대중음악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자음악에 기반을 둔 다수의 노래가 때를 막론하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과 음원 사이트들의 차트 상위권을 누비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가수들은 아이돌 그룹에 한정되며 그 양식 또한 하우스, 유로댄스 정도에 국한된다. 전자음악이 히트하는 경향이긴 해도 주류에서는 화려함과 강함만을 부각한 엇비슷한 모습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인다.

언더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면 조금 더 다채로운 모양들을 포착할 수 있다. 댄스음악에만 열중하지 않고 다른 장르와 결속해 틀을 새롭게 확장하거나 남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정서를 드러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숙하지 않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들은 국내 전자음악 신이 꾸준히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지연의 솔로 프로젝트 십일(11)의 데뷔 EP [11]은 차분한 사운드와 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노래에 전자음이 들어가지만 인상적인 반복 악절 만들기에 집중하지 않고 스산한 느낌을 부풀리는 역할로 활용된다.

여기에 노이즈를 잔뜩 머금은 기타 연주, 차갑게 달그락거리는 짧은 음원들, 층을 내 입체감을 드러내는 보컬이 가미돼 내내 앙상하고 차가운 공기를 퍼뜨린다.

미세한 행동, 활기 없는 풍경을 주로 담아낸 가사 또한 쓸쓸한 분위기를 극대화해 어떤 노래에서든 고독함이 묻어난다. 멜로디, 가사, 편곡 등 모든 요소로 이룬 적극적인 침잠이 자연스럽게 몽롱함에 젖어들게 하는 야릇한 일렉트로니카 작품이다.

2013년에 데뷔한 혼성 듀오 명스앤준스의 EP [아이스크림(Ice Cream)]은 적당한 가벼움이 매력이다. 앨범에 수록된 다섯 편의 노래는 한순간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다. 밝은 선율은 어수선하거나 심하게 떠들썩하지 않게 앨범 전반의 채도를 높인다.

뉴웨이브, 모던 록, 드림 팝의 요소가 긴밀하게 혼합된 반주는 다양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여러 장르가 뒤섞인 인디트로니카의 개괄적인 특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두 멤버의 명랑한 보컬로도 아기자기함이 한껏 살아나는 노래들은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 광고의 배경음악을 연상시킨다.

한국 전자음악 신의 선도자라 할 혼성 듀오 캐스커의 이준오가 발표한 솔로 앨범 [시프트(Shift)]는 서정적이면서도 농밀한 사운드의 일렉트로팝을 전시한다.

가사와 멜로디가 애잔함을 드러내는 중에 미세하게 곁들여지는 각종 전자음, 울림과 왜곡을 가한 자잘한 리듬은 노래가 지향하는 정서를 보완한다.

얼핏 성글게 느껴지지만 군데군데에 배치된 단출한 전자음은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지며 곡의 강도를 올린다. 이준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차분하지만 흡인력 있는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탄탄한 소리를 설계하는 뛰어난 프로듀서임을 재차 증명하고 있다.

2014 03/25ㅣ주간경향 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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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작두도령 2014/03/21 11:12 #

    주노 앨범은 개인적으로 기대하긴 했는데 기대한만큼 좋긴 좋았는데
    '캐스커에서 융진을 빼면 이렇구나' 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 한동윤 2014/03/21 18:14 #

    확실히 '융진이 빠진 캐스커' 이 느낌이 크게 남은 작품이 아닐까 해요.
    수록곡이 적어서 더 그런지 빈자리가 확 보이는 앨범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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