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팝, 록, 일렉트로닉 신의 빛나는 수확! RAC 원고의 나열


리믹스 아티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직무 이동을 분명하게 선언한 알에이시(RAC)는 지난 3월 초에 정규 1집 [Strangers]의 일부분과 트랙리스트를 공개하며 음악팬들을 설레게 했다. 귀가 끌리는 캐주얼한 스타일도 매력이지만 참여 아티스트의 명단 또한 호화롭다. 테건 앤 사라(Tegan And Sara), 도쿄 폴리스 클럽(Tokyo Police Club), 스피크(SPEAK)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신스팝, 인디 록 뮤지션들이 이름을 올렸다. 주변의 많은 동료가 선뜻 참여했다는 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알에이시를 이끄는 안드레 앨런 안조스(André Allen Anjos)의 음악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Strangers]는 풀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믿음을 더욱 두텁게 해 준다.

이미 다수의 마니아가 EP와 [Strangers Part 1]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다. 블록 파티(Bloc Party)의 보컬 켈리 오케릭(Kele Okereke)과 엠엔디알(MNDR)이 부른 'Let go'는 청량음료처럼 톡 쏘는 시원함을 안겼다. 현악기의 활을 사납게 문질러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는 도입부를 지나면 바삭바삭한 리듬으로 가벼운 느낌을 제공한다. 거기에 엠엔디알이 맡은 후렴은 한 번만 들어도 바로 흥얼거려지는 경쾌한 멜로디로 강한 중독성을 형성한다. 살랑거리는 신시사이저와 보디랭귀지(Body Language)의 발랄한 보컬이 아기자기함을 발산하는 'Ello ello', 피아노, 기타, 현악기로 구성된 반주가 무척 화사하게 들리는 'Hard to hold' 등 명랑한 기운이 계속된다. 불편한 과잉 없는 즐거움이 전반에 서려 있다.

두 번째 파트로 마련해 둔 후반부의 노래들에서도 훈훈한 생기가 이어진다. 'Seventeen'은 청명한 실로폰 소리와 곳곳에서 분할되는 드럼 연주로 활력을 내고, 'All I got'은 라틴 리듬의 은은한 삽입으로 차분하게 춤추기에 좋은 판을 만든다. 예스러운 신스팝 사운드의 복구가 1980년대로 시간을 되돌리는 '405', 보컬을 잘라 연결한 신시사이저 루프와 '아' 모음을 거듭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Cheap sunglasses'도 유쾌함을 배가한다. 몽환적인 그림처럼 느껴지는 일렉트로팝 'Ready for it'과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와 그에 맞춘 보컬의 변화 덕분에 뮤지컬을 보는 듯한 'We belong'이 다른 노래들에 비해 톤이 조금 낮지만 그렇다고 선명하게 대비되는 선을 긋지는 않는다. 곱고 밝은 공기의 보존은 듣는 이로 하여금 파스텔컬러, 산들바람 같은 흐뭇한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약 1년 동안 궁금증을 유발한 알에이시의 정규 음반은 실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자음악에 머물 것 같던 이가 록을 소화하고 리믹스가 전부일 것만 같았던 뮤지션이 창작곡을 선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단지 활동과 장르의 변화뿐만 아니라 흡인력 있는 멜로디를 써서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임을 입증하고 있기에 더욱 경탄할 만하다. 유년 시절 펑크 록과 헤비메탈에 심취했던 이력과 디제이, 리믹스 아티스트로서의 프로 경험이 훌륭한 결과를 빚어냈다. 예전과 달리 이제 안드레 혼자 알에이시를 꾸려 나가게 됐지만 집단으로 움직였을 때와 차이 없는 위력이 나타난다.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Strangers]는 2014년 팝, 록, 일렉트로닉 신의 빛나는 수확이다.

2014/03 한동윤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