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중음악 - 아이돌 그룹의 득세와 조성모, 김현정의 등장 원고의 나열

지난해 S.E.S.가 데뷔한 데 이어 올해에는 핑클이 나오며 걸 그룹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S.E.S.는 1집 수록곡 'Oh, My Love'로, 핑클은 'Blue Rain'과 '루비(淚悲): 슬픈 눈물'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H.O.T.와 젝스키스 역시 막강한 팬덤을 구축하며 히트를 이어 갔다. 여기에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신화가 데뷔함으로써 아이돌 시장은 팽창을 거듭하게 됐다.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면서 각 팀의 구성원들이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젝스키스를 비롯해 보이 밴드로는 신화, 원오원, 팬클럽 등이, 걸 그룹으로는 엘핀 러버스의 멤버가 6명으로 이제 네댓 명 정도는 지극히 평범한 구성이 됐다. 또한 8명으로 이뤄진 오피피에이, 11인조 논스톱 등 많은 인원으로 이뤄진 그룹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이 많은 인원수로 관심을 받으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많은 댄스 그룹이 출현하는 시장에서 김현정은 솔로 가수로서 가장 빛났다. 1997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이 홍보 부족으로 이렇다 할 반응조차 얻지 못하고 묻혔으나 앨범 수록곡 중 '그녀와의 이별'이 뒤늦게 나이트클럽과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방송에도 진출하게 됐다. '그녀와의 이별'은 한국갤럽의 1998년 상반기 가요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막대한 사랑을 받았다. 후속곡 '혼자 한 사랑'도 여러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으며 김현정은 연말에 열린 가요 시상식들에서 수차례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반기에는 조성모가 돌풍을 일으켰다. 맑고 고운 음색에 힘 있는 가창력도 매력이었으나 드라마 방식으로 제작한 데뷔곡 'To Heaven'의 뮤직비디오가 많은 관심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 이전까지 거의 모든 뮤직비디오는 노래를 부른 가수가 직접 출연했지만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연기자들만 나올 뿐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다른 가수들도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선보였으며 신비주의 전략도 홍보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성모만 '얼굴 없는 가수'라는 호칭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조PD는 PC통신에 올린 'Break Free'로 얼굴 한 번 드러내지 않고 큰 인기를 얻었다. 정통 힙합 리듬과 욕설도 서슴지 않는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가사로 사이버 공간을 들끓게 한 그는 '컴퓨터 통신의 서태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이버 문화의 확산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목격됐다. 사이버 가수 아담과 류시아가 모두 이해 데뷔했다. 이들은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활동을 지속하지는 못했다. 유승준은 사이버 캐릭터를 연출해 비디오 CD [Back In Cyber]를 출시했으며 H.O.T.는 멤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사이버 H.O.T.]를 제작하기도 했다.

룰라의 '천상유애', 김민종의 '귀천도애', 김정민의 '무한지애' 등 최근 몇 년 동안 홍콩식으로 제목을 지은 노래가 히트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등이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탓이 컸다. 이러한 조어는 컴필레이션 음반 [천애찬미]를 비롯해 이문세의 '활기찬가', 안재욱의 '천애지아', 컬트 삼총사의 '아동회상', 페이스의 '천진지애' 등 1998년에도 부단하게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국의 대중문화를 따라 하려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013/11 한동윤
케이팝 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