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뮤직비디오, 어떻게 볼 것인가 원고의 나열

작년에 쓴 글입니다.

'강남 스타일' 때만 하더라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뜬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에 발표하는 노래가 그만큼의 인기를 얻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후속 싱글 '젠틀맨'은 또다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젠틀맨'이 4월 말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 5위를 기록했으니 싸이(Psy)는 세계적인 히트곡을 이제 두 편이나 보유하게 됐다. 한국 가수가 이런 엄청난 성과를 달성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재미있는 현상이다.

얼마 전 이 현상을 더 재미있게 해주는 일이 일어났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라는 글이 사건의 발단이다. 그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선정성과 가학성을 거론하면서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강자가 약자를 놀림의 대상, 장난의 대상으로 여기며 학대를 반복하는 노리개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매체의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논쟁이 오가고 있다.

정 교수의 주장처럼 뮤직비디오의 몇몇 장면은 선정적이고 가학적이다.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행동이 분명히 존재하며 여성 및 특정 상황에서의 약자를 조롱하고 학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불쾌감이 들게 할 요소다. 하지만 영상에서의 그러한 행동들은 '신사'가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깸으로써 재미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너그럽게 해석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외설스러운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패러디 영화가 비슷한 경우다. 패러디물은 대개 난잡함을 통해 사회 통념으로부터의 일탈과 즐거움을 꾀한다. 그런 영화는 코미디에 해당하지 포르노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선정적인 표현과 그것의 여파를 들어 책망한다면 싸이는 한참 뒤에 얘기를 꺼내도 무방하다. 먼저 책잡아야 할 대상은 가수를 상품으로 간주하는 음반 기획자, 자극적인 동작을 만드는 안무가, 주류의 여가수들이다. 이들은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섹스어필을 부각한다. 여가수들의 섹시 댄스를 맑고 순수해야 할 아이들마저 아무 생각 없이 흉내내고 있으니 싸이보다 현실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다.

정 교수는 또한 싸이의 음악과 춤이 미국 것이라고 하면서 싸이는 한류의 전도사라기보다 미국 문화의 첨병에 가깝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우리 대중음악은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기 시작해 단 한 시도 쉴 새 없이 꾸준히 같은, 혹은 나날이 심한 영향을 받는 중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대중음악에는 한국적인 것이 거의 전무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웬만한 가수가 다 미국 문화의 첨병이요 경기병인 셈이다. 더군다나 싸이는 얼떨결에 미국 시장에 들어섰다. 그 이전에 미국의 춤과 미국의 음악, 미국의 언어로 무장해 기를 쓰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 가수들은 지탄하지 않으면서 싸이만 비난하는 것은 어폐일 수밖에 없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재미보다 언짢은 감정을 더 먼저, 더 크게 느낀 이도 많을 것이다. 기획과 연출에 골몰한 나머지 불편함을 느낄 불특정 다수를 배려하지 않은 과오는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를 헤아리지 않은 채 일차적으로 보이는 부분만을 꼬집어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싸이가 세계적인 스타가 됐으니까, 유례없는 업적을 이뤘으니까 무조건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더 흥미롭다.

한동윤
2013 05/07ㅣ주간경향 1024호

덧글

  • 살벌한 아기백곰 2014/05/30 18:45 #

    포르노 한류라니 확실히 별별 의견이 다 있었군요.
    그 말 하신 분 오스틴 파워같은 거 보면 기절하실 듯...
  • 한동윤 2014/05/31 14:26 #

    많이 오버를 하셨죠.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요~
    [오스틴 파워]랑 [무서운 영화]를 동시에 보시면 더 심한 의견을 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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