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판타지를 극대화할 사운드트랙 Maleficent OST 원고의 나열


미국의 작곡가 제임스 뉴턴 하워드(James Newton Howard)가 제작한 영화음악은 은밀하게 영화의 재미를 보강할 것이다. 네 살 때부터 클래식을 수학한 그는 1986년 개봉한 [성공 전선 이상 없다]로 영화음악계에 입문한 이래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을 담당하면서 필름 스코어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열린 클래식 브릿 어워드에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올해의 사운드트랙' 부문을, 2009년에 개최된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다크 나이트]로 공동 작업한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함께 '최우수 스코어 사운드트랙 앨범' 부문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찬사를 들었다. 2012년 10월 제임스 뉴턴 하워드가 [말레피센트]의 음악을 감독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영화음악 애호가들은 일제히 이른 감탄을 터뜨렸다. 스릴러, 액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스코어 작업을 해 온 그이기에 우수한 결과물은 눈앞에 선하다.

오프닝 트랙 'Maleficent Suite'는 영화 초반을 압축한 것 같은 절묘한 긴장과 이완을 표출한다. 작은 소리로 조용하게 진행되다가 30초 이후 관악기가 단체로 나서면서 영화 속 환상을 개막한다. 그리고 다시 은둔한 듯 잠잠한 연주. 곡은 평화로운 인간 왕국에 악의 기운이 엄습하는 순간을 타이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말레피센트가 거대한 강을 가로지르며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에 쓰인 'Maleficent Flies'는 장엄하면서 우아한 선율이 압권이다. 특히 이때의 말레피센트는 금빛이 나는 밝은 복장을 해 이후의 어두운 모습과 대비된다. 그녀에게 마녀의 면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Battle Of The Moors'는 관악기와 타악기가 서로 호흡을 맞추며 전쟁의 긴박감을 전하고 'The Christening'은 코러스를 간헐적으로 배치해 엄숙하게 진행되는 세례식, 그러나 잘못되어 가는 상황에 조명을 비춘다. 화면 속 이야기를 소리로 변환하는 듯한 제임스 뉴턴 하워드의 치밀한 조직이 돋보인다.

앨범에는 스물두 편의 연주곡 외에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노래도 준비돼 있다. 2010년 정규 데뷔 음반을 낸 그녀는 미국 싱어송라이터임에도 2012년과 2013년 연달아 브릿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영국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 음악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우울함이 영국의 정서와 잘 맞아서일지도. 그 느낌은 리메이크된 [말레피센트]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삽입돼 인기 팝송이 된 'Once Upon A Dream'의 라나 델 레이 버전은 원곡이 상상조차 안 될 정도로 습기로 가득하다. 원래는 오로라 공주와 필립 왕자가 부르는 노래지만 여기에서는 순전히 말레피센트를 위해 쓰였다. 색조를 한없이 낮추며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라나 델 레이의 보컬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안락하다. 제임스의 스코어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내보이는 어둠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2014/05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