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Morrie) - 당신이 행복하다면 이 음악은 듣지 마세요 원고의 나열

모리(Morrie)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괜히 흐뭇해 질 듯하다. 울적할 때에나 이런저런 고민들이 얽히고설켜 있을 때 모리의 노래를 접한다면 우울했던 기운이 가시고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응어리가 사르르 풀릴 것만 같다. 그의 첫 앨범은 맑고, 포근하고, 따뜻하다. 앨범 타이틀을 역으로 돌려 보면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꼭 들어야 할 음악'이니 음반 청취의 가이드와 분위기가 표제에 나와 있는 셈이다.

한 음반 기획자가 웹서핑 중 들어간 블로그에서 우연히 듣고 반해서 정식 앨범으로까지 제작된 그녀의 음악은 담백함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보듬는다. 전기 증폭을 빌리지 않은 아날로그 악기의 구성, 때때로 등장하는 관악기와 스트링은 선율을 더욱 명징하게 드러나게 해 준다. 리듬이 모든 노래의 기둥과 뿌리가 되며, 으리으리한 소리가 어떤 것보다 우위에 서는 트렌드와는 사뭇 다른 품새다. 이 편안함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총 열두 편의 수록곡은 모두 제목과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녀가 이야기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렵겠지만, 멜로디만으로도 어떤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지는 대충 짐작 가능하다.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느낌을 따스한 체온으로 걸러내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연주할 줄 아는 악기도 없다는 모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그때의 풍경을 떠올리거나 당시에 받은 느낌을 되새김질하면서 음을 이어가고 악기의 배합을 상상해서 곡을 설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노랫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앨범 부클릿에도 가사는 없고 개인적인 느낌을 짤막하게 적어 내려간 글만 있을 뿐이니 듣는 이들도 노래가 만드는 분위기에 감상을 맡기는 편이 낫다. 오르골이 연상되는 단출한 반주와 어쿠스틱한 멋이 버무려진 'One Fine Day', 자장가를 뜻하는 제목치고는 꽤 발랄한 'Lullaby', 생기 있는 피아노 연주로 인해 노래가 뜀뛰는 것처럼 느껴지는 'Hello, Music', 보사노바풍의 반주가 나른하게 펼쳐지는 'Mr. Wonderful' 등은 뜨겁지 않은 햇살,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 선선한 날의 여유로움을 즐기게 한다.

제목에 어두움이 괴어 있는 'Dead At 5:17'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명랑함과 밝음에 가까이 있다.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호흡 때문에 일관성과 앨범 타이틀 자체를 해치는 감이 적잖이 남긴 해도 맨 마지막에 위치해 그렇게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인디 신에서는 날이 갈수록 어쿠스틱 반주를 내세운 그룹 혹은 싱어송라이터가 적은 숫자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맑고 귀여운 음성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 보컬이 늘어난 편이라서 모리의 음악이 남들과 다른 뚜렷한 독창적 측면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가 선사하는 온기와 편안함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분명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매개로 작용할 것이다. 혹,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모리의 노래를 들어봤으면 한다.

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