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 놓치지 말아야 할 앨범들 원고의 나열

드디어 월드컵이다. 그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지구촌을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게 하는 세계인의 축구 대잔치가 다시 찾아왔다. 중계방송을 사수하느라 밤을 지새워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쁨과 설렘의 연속인 시즌이다. 세계인을 열광케 하는 성대한 행사에 만국의 공용어인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특히나 이번 월드컵은 정열의 나라,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만큼 개막을 앞두고 멋진 음악이 나와 벌써 흥겨움을 고조하고 있다.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대부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의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 브라질의 신구 아티스트 연합 손제이라(Sonzeira)의 [Brasil Bam Bam Bam], 최고의 팝 스타들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Pepsi Beats Of The Beautiful Game]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음반들은 ‘다 함께 리듬을(All In One Rhythm)’이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슬로건을 생활의 표어로 만들어 줄 것이다.

Fatboy Slim -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

영국 디제이 노먼 쿡(Norman Cook)의 1인 프로젝트인 팻보이 슬림은 이름만으로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새천년을 전후해 빅 비트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춤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덕분이다. 일렉트로니카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댄스음악의 거장이 제작한 앨범이기에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에 대한 신뢰도는 자동으로 급상승한다. 그가 직접 선별하고 리믹스한 노래들은 마법의 주문처럼 온몸을 들썩이게 함은 물론 라틴음악 특유의 리드미컬한 정서도 제공한다. 또한 스무 곡이나 되는 트랙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냄으로써 다채로움의 매력도 선사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을 더욱 신 나게 즐길 동반자로 손색이 없다.

앨범은 각각 밤과 낮을 의미하는 'Para Noite'와 'Para Dia'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전자는 화려한 밤으로 안내하는 경쾌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고 후자는 낮에 어울리게 조금은 여유롭고 차분한 곡들로 구성됐다. 상반되는 스타일이 함께 공존하는 것도 이 음반을 특별하게 해 주는 요소다. 몽환적인 전자음과 힘 있는 퍼커션 리듬이 박력을 내는 'Samba Do Mundo',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의 전경을 다이내믹한 빅 비트에 옮겨 담은 듯한 'Everybody Loves A Carnival' 등은 열기 가득한 브라질의 불야성을 전시한다. 이 노래들과 달리 기타 연주와 남성 합창이 인상적인 'Agibore', 여성 보컬과 관악기가 아련한 느낌을 내는 'Aldeia De Ogum' 등은 침착한 리듬을 통해 청취자를 브라질의 한적하면서도 생기 있는 골목으로 안내한다. '멋진 브라질'이라는 앨범 타이틀이 더없이 적합하다.

Sonzeira - Brasil Bam Bam Bam

브라질의 음악은 삼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보사노바가 있으며 삼바의 요소는 유지하되 타악기를 중점에 둔 바투카다(Batucada), 라틴 프리스타일과 일렉트로 펑크 등에 영향을 받은 바일리 펑크(Baile funk) 등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영국의 디제이 길스 피터슨(Gilles Peterson)이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 손제이라의 [Brasil Bam Bam Bam]은 다채로운 브라질 음악의 면면을 들려준다. 격정적인 리듬과 남녀 보컬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Brasil Pandeiro', 하늘거리는 보사노바 리듬으로 화사함을 연출하는 'America Latina' 등으로 브라질 음악의 여러 양식들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길스 피터슨은 1980년대 후반 유명하지 않은 고전 재즈, 브라질 음악을 소개함으로써 애시드 재즈 장르를 개척했으며 레이블을 설립해 계속해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발굴했다. 그의 이력은 많은 사람에게 낯선 작품, 아티스트를 찾고 설명하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아직은 생소한 브라질 음악을 찬찬히 살펴보는 자리, 길스 피터슨이 이 앨범을 기획한 의도일 것이다. 이쪽 음악을 경험하고 싶었던 이들이라면 잊지 말고 꼭 체크해야 할 작품이다.

Various Artists - Pepsi Beats Of The Beautiful Game

팻보이 슬림과 손제이라의 앨범이 마니아적이고 브라질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면 펩시가 제작한 이 월드컵 기념 모음집은 일반 음악팬들을 위한 음반이 될 것이다.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팀벌랜드(Timbaland), 리타 오라(Rita Ora) 등 많은 이에게 친숙한 팝 스타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만의 이효리'라고 불리는 채의림도 한 자리를 차지해 아시아 대중에게도 친밀함을 어필한다. 브라질 걸 그룹 펄스 네그라스(Pearls Negras)의 참여는 개최국 국민들의 관심을 살 요소다.

앨범 곳곳을 모양내는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음악은 현재 팝 시장에서 유행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신스팝, 흑인음악, 록의 요소들이 섬세하게 뒤섞인 자넬 모네(Janelle Monae)의 'Heroes', 호소력 짙은 보컬이 강렬함을 제공하는 리햅(R3hab)의 'Unstoppable'처럼 심하게 세지 않고 적절하게 흥겨운 일렉트로팝, 일렉트로 하우스 스타일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 외에 돈 오마르(Don Omar)의 레게통, 영국 신인 가수 제타(Jetta)의 펑키한 팝 록 등이 포진돼 골라 듣는 재미도 충족할 듯하다. 월드컵 시즌이 지나서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노래들의 집합이다.

2014/06 한동윤

원래 원고의 일부. 어딘가에 게재됐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