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있는 화음의 보컬 그룹들 원고의 나열

화음 부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멤버 수가 대여섯이 넘는 그룹들이 판을 치지만 대다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개 약진하기 바쁘다. 서로 목소리를 맞춘 노래는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다. 화음이 있다고 해도 소프트웨어로 마감하거나 전문 보컬리스트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최근 혼성 보컬 그룹 그린티, 남성 4인조 중창단 스윗 소로우 등이 새 앨범을 발표하며 화음이 메마른 토양에 수분을 공급했다. 스윗 소로우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준다고 할지라도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고, 그동안 많은 음악팬이 시각적인 요소에 길들여진 탓도 있을 것이다. 보컬의 화합만을 장점으로 내세워서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졌다.

색다른 스타일로 이목을 끌 이들도 있다. 아직은 많은 이에게 친숙하지 않은 존재지만 전에 없던 독자적인 음악은 국내 보컬 그룹의 계보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길 만하다. 특색 있는 화음의 주연들이다.

국악과 아카펠라, 여간해서는 상상조차 잘 안 되는 조합이다. 그러나 여성 콰르텟 '정가(正歌) 앙상블 소울지기'는 지난 4월에 발표한 데뷔 EP [소울지기]에서 그 가늠하기 어려운 혼합을 근사하게 완수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 성악인 정가를 합창으로 재해석한다. 옛 정가를 그대로 옮겨 온 가사와 예스러운 창법은 전통미를 어필하며, 구성원들의 단아한 하모니가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정을 보완한다.

노랫말과 기본 가창 방식은 과거에 닿아 있지만 수록곡들은 재즈와 팝('사랑 거즛말이'), 컨템포러리 포크('이 밤이 가기 전에') 등 현대 대중음악 문법으로 풀이돼 시대적 격차를 조절한다. '강가에서', '겨울날 다슨 빛을'은 아카펠라를 적극적으로 취해 클래식 느낌을 배가하는 동시에 동서의 고전미를 균일하게 나타낸다. 네 곡의 적은 양이지만 부드럽고도 단단한 화음과 정가라는 독특한 메뉴는 그윽한 멋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여성 트리오 '바버렛츠'는 서구 스타일을 모색한다. 5월 말에 출시한 1집 [바버렛츠 소곡집 #1]은 1950~1960년대에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트래디셔널 팝('Mrs. Lonley')과 재즈('가시내들'), 로큰롤('비가 오거든') 등을 선보인다. 그런 가운데 이난영의 '봄맞이'를 리메이크하고 향토적인 노랫말을 실음으로써 한국인이 정겹게 느낄 요건도 구비했다. 일련의 개성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장년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반세기를 역행한 스타일도 흥미롭지만 시종 계속되는 세 멤버의 화음은 풍미를 책임지는 일등 공신이다. 안정적으로 조화된 보컬은 노래들을 더욱 산뜻하고 호화롭게 들리도록 한다. 멋진 화합은 일차적으로 개개인의 기량이 출중하다는 점을 부연한다. 바버렛츠는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흔치 않은 장르, 탄탄한 기본, 유려한 화음으로 시원스럽게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한동윤
2014.06.17ㅣ주간경향 1080호

덧글

  • 2014/06/26 14: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26 2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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