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힙합 밴드 루츠, 그들이 전하는 희소가치 원고의 나열


루츠(The Roots)는 애써 인기를 좇지 않는다. 다수가 편하게 받아들일 유희에 경도된 적 없으며 어떤 장르가 트렌드가 됐다고 해서 그 스타일을 탐한 적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한다. 11집 […And Then You Shoot Your Cousin]도 입장은 동일하다. 아니, 오히려 전작들보다 조금 더 어둡고 까다로워졌다. 콜라주로 유명한 미국의 흑인 예술가 故 로메어 비어든(Romare Bearden)의 1964년 작품 'Pittsburgh Memory'를 사용한 커버에서부터 난해함과 음침함이 느껴진다. 이는 앨범에 담은 전위적인 음악, 불쾌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아날로그적인 표현으로 함축하는 것이다. 로메어가 매번 작품을 통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애환을 이야기해 왔다는 점도 앨범 내용을 대강으로나마 짐작하는 데 작은 팁이 될 것 같다. 이번에도 시야는 넓으며 음악은 묵직하다.

들머리에 위치한 'Theme From The Middle Of The Night'부터 황량한 공기가 풍긴다. 노래는 델버트 맨(Delbert Mann) 감독의 1959년 영화 [미드 오브 나이트]의 주제가로서 니나 시몬(Nina Simone)이 부른 버전을 그대로 옮겨 왔다. 스물네 살의 이혼한 여직원이 그녀와 두 배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직장 상사와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영화는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에 의해 좌절을 겪는 사랑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 사회의 자유에의 갈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테마곡 역시 사랑을 갈구하는, 확장된 의미로는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이의 절절한 심정을 담아낸다. 흑인으로 태어난 것부터 시련의 시작이지만 그래도 자존감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Never', 피폐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생계를 부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Black Rock'도 흑인 사회를 전시한다.

올해 초 블랙 소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앨범이 힙합 커뮤니티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노래마다 다른 인물을 설정해 다양한 시선을 수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The Dark (Trinity)'는 환락과 폭력에 둘러싸인 갱스터의 모습을, 'The Unraveling'은 무신경하고 무기력하게 죄를 거듭하는 이를 건조하게 묘사한다. 리드 싱글 'When The People Cheer'는 마약이나 성관계에 빠진 루저,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Tomorrow'는 이전 노래들과는 다르게 희망과 더 나은 인생을 꿈꾸는 이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수록곡들은 범법자, 폭력 행위, 가난 등 흑인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동시에 오늘날의 힙합이 단순히 멋으로만 채택하는 소재들에 대한 반어적 기술이기도 하다.

음악은 노랫말과 기획 의도에 부합해 무겁고 으스스하다. 'Never'는 훅이 끝나자마자 남성의 코러스와 화음을 벗어난 현악기 연주로 공포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Black Rock'은 거친 질감의 샘플에 코드가 전혀 다른 피아노 소리를 삽입해 불편함을 도드라지게 했다. 레퀴엠 명곡의 제목을 빌린 'Dies Irae'는 라디오 채널을 잡는 효과음만으로 스릴을 제공한다. 중반 지나면서 현악기와 피아노가 신경질적으로 변모하는 'The Coming', 건반 소리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ime' 일부분과 닮은 'The Dark (Trinity)'도 같은 정서를 내보인다. 라힘 드본(Raheem DeVaughn), 네오 소울 듀오 재지팻내스티즈(Jazzyfatnastees)의 메르세데스 마르티네스(Mercedes Martinez) 등 객원 보컬로 참여한 가수들 또한 힘을 뺀 채 아주 침침한 톤으로 자기 파트를 색칠한다. 루츠의 음악이 대중성이 강했던 적은 없지만 이곳은 확실히 채도가 더 낮다.

앨범은 기존 지향과 유례없는 변화가 공존한다. 연주하는 밴드로서의 포맷은 유지하지만 오케스트라 반주와 클래식적인 접근, 허를 찌르는 변주로 아트 록의 외관을 나타냈다. 단순히 어두운 분위기만 구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진화한 구성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평소와 같이 사색하고 주변을 찬찬히 주시하는 가사는 완연한 주류 아티스트이면서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그룹의 독보적 가치를 빛낸다. 발전을 향한 열의와 자기 문법에 대한 줏대가 선명하다. […And Then You Shoot Your Cousin]은 루츠가 오랜 세월 장수할 수 있었던 까닭과 존경받는 힙합 그룹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들에게 붙는 희소성의 타이틀은 당연한 찬사일 것이다.

2014/06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