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모델에서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 Carla Bruni [Quelqu'un m'a dit] 원고의 나열

그렇게 대단한 카를라 브루니가 1997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잘나가던 스타는 패션 업계를 떠나서 음악인으로서 새 출발을 하겠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꿈을 느지막이 되찾은 그녀는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노래 수업을 받으며 데뷔를 준비했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줄리앙 클레르(Julien Clerc)의 2000년 앨범 [Si j'étais elle]에 작사가로 참여해 뮤지션 경력을 시작한 카를라 브루니는 2003년 [Quelqu'un m'a dit]를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누벨 샹송과 잠잠한 포크 위주의 곡, 사색적인 노랫말은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나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영향을 받았음을 일러 주는 부분이다. 30대에 접어든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릴 만한 문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서 청취자들은 그녀의 음악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 뮤지션 루이 베르띠냑(Louis Bertignac)을 프로듀서로 초빙해 수수하고 정갈한 빛깔의 음악을 모색했다. 조금의 자극적인 소리도 없이 수록곡들은 편안한 연주를 들려준다. 가벼운 기타 연주와 은은한 첼로 소리를 나란히 깔아 부드러움을 내세운 'Quelqu'un m'a dit', 왈츠와 블루스의 향취를 아주 살짝 머금은 'Tout le monde', 단출한 코드로 진행하는 중에 명쾌한 멜로디의 기타 솔로로 수더분한 달콤함을 전하는 'Chanson triste' 등이 그러한 성향을 잘 드러낸다. 여기에 스탠더드 팝과 재즈의 성분을 고루 섞은 'La noyée', 퍼커션과 기타, 피아노를 한꺼번에 동원해 경쾌한 리듬을 구축한 'Le toi du moi'는 다른 노래들과는 다소 차이 나는 분위기로 다채로움을 보조한다.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보컬과 연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 안정감 있게 들린다.

직설과 은유, 서정성, 우울함 등이 공존하는 야릇한 가사도 매력이다. 'Quelqu'un m'a dit (누군가 내게 말했어)'는 흘러가는 시간, 지울 수 없는 슬픔, 망상을 매개로 지난 사랑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1960년에 나온 이탈리아 가수 미나(Mina)의 오리지널 'Il cielo in una stanza'를 리메이크한 'Le ciel dans une chambre (방 안의 하늘)'는 우울한 방 안의 분위기에 빗대 끝나 버린 사랑을 이야기하며, 세르주 갱스부르의 원곡을 커버한 'La noyée (물에 빠진 여자)'는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 모습으로 헤어진 사람에 대한 사라지는 기억을 노래한다. '나와 같은 당신' 정도로 해석 가능한 'Le toi du moi'는 당신은 부케-나는 꽃, 당신은 장난감-나는 아이 이런 묘사로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모든 사람들'이란 뜻의 'Tout le monde'은 잊힌 유년 시절의 꿈, 현재의 각박한 삶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독, 사고의 여유를 제안한다.

2014/07
음반 해설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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