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단단해진 모호한 음험함: 아시안 체어샷 1집 원고의 나열

아시안 체어샷(Asian Chairshot)의 음악은 명료하지 않다. 록 본래의 스트레이트하고 강렬한 소리를 내지만 한 곡 안에서 번번이 연주를 변형하고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꿈으로써 대체로 복잡함을 드러낸다. 또한 대부분 노래가 어두운 색조를 띠어 마치 안개 자욱한 곳에 있는 것처럼 탁하고 뿌연 인상을 풍긴다. 가사는 무난하지 않은 데다가 여러 정서에 발을 담가 희망을 말하는 건지 절망을 말하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애매한 느낌을 보인다. 이들은 받아들이기 결코 쉽지 않은 음악을 한다.

첫 번째 정규 앨범 [Horizon]에서도 이들 특유의 모습은 계속된다. 타이틀곡 '해야'는 거친 기타 리프를 앞세워 느긋하게 흐르다가 러닝타임의 절반을 지나면서 빠른 템포로 돌변한 뒤 후반부에서 다시 처음의 속도로 돌아오는 변주를 나타낸다. '어떡할까'는 그런지와 소위 그룹사운드라 부르던 1980년대 스타일의 질박한 헤비메탈이 공존하며, '날 좀 보소'는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레시브의 성향이 혼합돼 있고, '화석'은 리듬을 우선으로 부각하다가 중반부터 묵직하면서도 아련한 소리를 내 단일하지 않은 짜임새를 취한다. 혼잡함 없이 그나마 순탄한 노래는 '밤비'가 유일하다. 다수의 곡이 5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지닌 사항은 아시안 체어샷 음악의 복잡성을 넌지시 일러 준다.
어스름한 가사도 음악의 미묘함을 증대한다. '자장가'는 전체적으로 평온한 대기를 묘사하지만 '검게 물든', '심연' 같은 어휘로 부정의 갈피를 잡고, '해를 고르고'에서는 '낙엽', '땅거미' 등의 단어로 서정성을 내는 듯하다가도 화자가 아닌 다른 것을 더 좋아한 '그대'를 회상함으로써 무기력한 고독의 나날을 스케치한다. '화석'은 '해를 고르고'의 연장선처럼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화석에 빗대 궁극에는 애정의 복구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만다. 여유와 격정을 때에 따라 능숙하게 표출하는 보컬은 노래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더욱 극적으로 가공하고 있다.

이번 역시 난해하고 흐릿하다. 그러나 안 좋다는 감정은 크게 들지 않는다. 박계완, 손희남, 황영원 세 멤버의 연주가 야무지고 조화롭기 때문이다. 이들의 화합은 곡이 내는 앙칼진 굴곡과 마의 불길함을 통쾌함이 깃든 독특한 언어로 환치한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어미, 한국적 정서가 배어나는 제목들로 다시 한 번 통일성을 뒷받침했다. 덕분에 이들이 발산하는 특유의 정서가 더욱 굳세게 다가온다. 모호한 음험함은 한층 단단해졌다.

한동윤
2014/08 네이버뮤직 - 이 주의 발견 국내

덧글

  • 2014/08/19 11: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8/19 13: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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