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그래도 후끈한 지금 날씨처럼 대중음악계 역시 열기로 가득하다. YG의 야심작 WINNER는 음원의 절대강자 장범준에게 밀리지 않으며 핫한 신인임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나온 슈퍼주니어의 정규 7집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류 아이돌 스타의 위상을 과시하는 중이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서울, 경기를 넘어 전국구로 이름을 알린 여성 래퍼 키썸, 발라드의 여제 왁스의 활동도 눈에 띈다. 더불어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괜찮은 작품들이 조용히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 열기의 중심에 위치한 앨범들에 대한 짤막한 리뷰를 준비했다. 참고로 별점은 다섯 개 만점이다.
슈퍼주니어 [The 7th Album 'MAMACITA']
어른스러움이 느껴진다. 'Too Many Beautiful Girls'처럼 멤버들의 연령에 어울리지 않게 틴팝을 표방하기도 하나 대체로 성숙함이 풍긴다. 'Let's Dance' 같은 노래에서는 치기나 지나친 가벼움 없이 흥겨운 분위기를 나타내며 '사랑이 멎지 않게 (Raining Spell for Love)', 'Islands' 등의 발라드에서는 절제된 애잔함을 전달한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중2병을 탈출하지 못한 듯한 가사를 내보이는 'MAMACITA(아야야)'는 앨범의 에러. 제일 구린 타이틀곡을 비롯해 몇몇 트랙만 제외하면 꽤 흐름이 좋다.
★★★
사랑이 멎지 않게 (Raining Spell for Love)
Let's Dance
씨스타 [Special Album 'SWEET & SOUR']
짬짜면, 물비면 등 두 가지 음식을 함께 담은 메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두 요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제대로 맛을 음미하기에는 양이 적다는 것. 신곡과 기존 노래들의 일렉트로닉 리믹스 버전을 실은 씨스타의 이 스페셜 앨범은 여느 반반 메뉴와 마찬가지로 애매하기만 하다. 팝 음반으로서나 리믹스 음반으로서 확실한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오리지널과 새로운 반주가 밀착하지 못한 채 겉도는 곡들도 있어 리믹스 음반으로서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 완성된 요리라기보다 시식 코너 수준이다.
★★
I Swear
Loving U (House Rulez Remix)
베스티 [Mini Album Digital Repackage]
포인트 적립형 앨범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 7월에 발표한 미니 앨범 [Hot Baby]에 신곡 '니가 필요해 (I Need You)'를 추가해 포인트를 끌어모은다. 소녀 감성의 대방출, 애정의 갈구 등 걸 그룹 노래의 보편적 특징을 사골처럼 우리고 또 우리는 것이 음반의 특징이자 명확한 한계.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모양새로 다채로움을 획득한 댄스곡과 발라드의 적절한 안배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성과다.
★★☆
니가 필요해 (I Need You)
롤러 걸 (Roller Girl)
WINNER [2014 S/S]
빅뱅의 세컨드 에디션쯤? 그 이하는 안 될지 몰라도 그 이상은 확실히 아닌…. 초반부에는 잔잔함과 어쿠스틱 스타일의 반주로 조금의 색다름을 띠지만 이후부터는 빅뱅의 체취가 감지되는 음악으로 나아간다.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강한 비트의 힙합, 하우스를 뼈대로 하는 댄스음악 등은 빅뱅이 했던 음악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창과 래핑도 신선함 없이 선배들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이 복제물을 제작하는 데 9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
컬러링
Different
인더소울 [Inthesoul Volume One]
올드하다. 하지만 편안하다. R&B 그룹이자 음반 레이블인 인더소울의 데뷔 EP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달콤한 곡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보사노바 곡 '그대 내게 없어'를 담은 건 이 적은 분량에서 통일성마저 깨뜨린 실수.
★☆
한번만 더
Just Play
왁스 [SPARK]
어느덧 왁스도 추억의 이름이 됐다. 다수의 드라마 사운드트랙과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이렇다 할 쉼 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15년이 넘는 활동 기간과 트렌디한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그녀를 과거의 가수로 바라보게 한다. 새 앨범은 그런 예스러움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조금 빠른 템포의 팝 록('힘내'), 서정적인 소프트 록('Coin Laundry (코인 런드리)'), 어쿠스틱 기반의 차분한 발라드('가을 끝') 등은 그녀의 데뷔 초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요즘 어린 가수들의 노래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운이 감돈다. 3, 40대를 위한 음반이다.
★★★
힘내
그랬으면 좋을 텐데
HIGH4 [HIGH4 1st Mini Album 'HI HIGH']
아이돌 중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신인이다. 보통의 보이 밴드들처럼 잡아먹을 듯한 마초 기운을 내지 않고 말랑말랑한 음악으로 어필한 점이 신선했다. 멤버들의 보컬이 고르게 준수한 부분 또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좋은 가창력은 매끈한 곡을 만남으로써 더욱 빛난다. 주로 R&B와 팝을 표방하는 곡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내면서 귀에 잘 익는 멜로디를 나타내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이유, 김예림과 호흡을 맞춘 노래들이 더 괜찮게 느껴지는 것은 퍽 안타까운 현실이다.
★★★
뱅뱅뱅
해요 말고 해
뷰티핸섬 [너를 사랑하니까]
그룹 이름대로 정말 아름답고 잘생겼다. 인디 록 밴드 뷰티핸섬은 온화한 분위기와 감미로운 선율의 노래로 확실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보컬 에디전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과 멤버들의 고른 합주가 더 큰 근사함을 자아낸다. 리듬의 차분한 부각, 관악기를 통한 그루브감의 강조도 이들 음악의 강점이다. 세련되면서도 대중적인 모던 록을 찾는다면 이 앨범을 놓쳐서는 안 된다.
★★★★
Life As A Teenage Boy
너를 좋아하니까
키썸 [Like It]
지금은 음반을 내는 것보다 래핑 선생님을 찾는 게 우선이다. 연예인이 목표가 아니라 실력을 인정받는 여성 래퍼로 기억되고 싶다면 일단 탄탄한 기본기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스타일리시하게 보이기 위해 발음을 흘려보내는 걸 고칠 필요가 있고 단조로운 플로도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에다 가사마저 가볍고 객원 가수까지 여럿 들여 주인공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청기백기 아가씨의 래퍼로의 무사 정착은 아직 멀어 보인다.
★☆
케세라세라
Like It (버스안에서)
키스퍼 [Cycle]
우리나라 힙합 신에는 이런 음악이 필요하다. 자기가 최고라며 허세를 부리거나 이성을 꾀어 뜨거운 밤을 보낸다는 이야기, 무의미한 머더퍼킹만 난무하는 것이 작금 힙합의 초라한 현실이다. 하지만 키스퍼의 데뷔 앨범은 투표에 대한 독려('Avengers'), 국가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 있는 서민의 모습('Keep That In Mind'), 미디어의 허망함('떠버리'), 한국 교육의 폐단('엘리트 까막눈') 등을 논하며 정치와 사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낸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든 진보적이든 아니면 그 중간이든, 어떠한 입장이어도 좋다. 우리가 실제로 직면하는 세상을 노래하는 점이 이 앨범의 훌륭한 가치다. 다만 영어의 혼용으로 내용이 분절되는 것은 아쉽다.
★★★★
Keep That In Mind
떠버리
멜론 뮤직 스토리 원문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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