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저당 잡힌 우리의 아이들 그밖의 음악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생물학적 생명이 다하든 초현실적 운명이 다하든 그것이 끝나면 세상을 떠난다. 전자의 경우는 주변 사람이 이미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기에 슬픔이 덜할 수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사고로 일어난 사망은 갑작스러움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프다. 또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 이가 앞길 창창한 젊은이일 때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지난 3일 고은비가 사망한 데 이어 오늘 오전 권리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봄에 데뷔해 이제 겨우 1년 반 활동한 아이들인데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떴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스타렉스의 뒷바퀴가 주행 중에 빠졌고 이 때문에 미끄러진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고 한다. 빗길을 빠른 속도로 달렸으니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꿈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새내기 가수들을 죽음으로 몬 원인은 무엇일까?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니 이 부분은 우선은 논외로 하는 것이 낫겠다. 다만 유연하지 못한, 그리고 빡빡한 스케줄 운영을 문제로 언급할 만하다. 늦은 밤에 일정을 마쳤으면 근처에 숙소를 잡아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사무실 또는 숙소로 복귀하는 것이 보편적인 이치에 맞는다. 새벽에 서울에서 또 다른 행사가 있지도 않았을 텐데 불필요하고 무리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다.

아이돌 가수들의 화려함 뒤에는 늘 고단함이 있다. 한 곡의 활동을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고 노래를 연습한다. 뮤지션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실력은 있다는 의견을 얻기 위해 작곡을 공부하고 악기를 배운다. 나라 밖 진출을 꿈꾸며 외국어도 익힌다. 방송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돋보여야 하니까 개인기까지 갖추려고 시간을 할애한다. 음악 방송에 나가 노래를 부른다고 끝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 아이들에게 투자한 걸 뽑아내기 위해,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 행사 등등 돈이 될 곳에 계속해서 세우려고 한다. 스케줄이 많아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지만 몸은 점점 녹초가 된다.

건장한 남성도 몸을 떠는 맹추위에 핫팬츠와 미니스커트만 입고 춤을 추는 아이들은 볼 때마다 안쓰럽다. 격하게 춤을 추는데도 무대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통증을 감내하고 하이힐을 신는 것도 측은하다. 저 아이들에게도 생리휴가는 있을까 하는 물음이 매번 든다. 프로라는 타이틀 때문에 몸이 안 좋아도, 마음이 아파도 웃으며 무대에 서야 하는 아이들, 정말 안타깝다.

이러한 난관은 지금 대한민국의 걸 그룹이라면 누구나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다. 스타가 되려면 이쯤은 견뎌 내야 한다. 유명해지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어린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과 생명을 너무 쉽게 저당 잡히고 있다.

(한동윤)

* 고은비, 권리세 두 가수의 명복을 빕니다.

* 차량 결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으나 사고 차량이 렌트가였다는 점, 뒷바퀴가 빠져서 사고가 난 것인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뒷바퀴가 빠진 것인지 아직 정황이 확실이 밝혀지지 않아 그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덧글

  • 핀빤치 2014/09/07 17:50 #

    사고차량은 렌트카인데 렌트한 후 처음 주행한 날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그 전에 몰던 차가 문제가 있어서 새로 바꾼 차량인데 차량이상은 소속사 잘못이라고 하기 힘든 정황이예요. 저 책임은 렌트카사랑 현기차에 물어야 하는데 매니저만 기소됐더군요.
  • 한동윤 2014/09/07 18:09 #

    아, 그렇군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기아차도 그렇지만 렌트카 업체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밝혀야겠네요.
    그런데 방금 YTN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니 뒷바퀴는 사고가 나면서 빠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 대석 2014/09/07 19:40 # 삭제

    그날 레이디스코드 스케쥴은 저거 하나였어요- 열린음악회 공연.
    다음날도 밤중에 하나만.
    이 사건으로 아이돌의 바쁜 스케쥴 문제를 거론하기는 힘들어요.
  • 바탕소리 2014/09/07 19:42 #

    안전벨트만 맸어도 고인들이 살 수 있었고 나머지도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실 시크릿도 교통사고를 겪었지만 다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서 거의 다치지 않았지요.

    안전벨트는 생명벨트입니다.
  • 대석 2014/09/11 22:26 # 삭제

    정면에서의 충돌은 그게 맞는데 뒷바퀴 빠지면서 차가 돌아 옆면에서 충돌하는 (흔치않은) 경우는 틀려요. 오히려 안전벨트땜에 묶여서 더 크케 다치는 경우도 있어요.
  • 소시민 제이 2014/09/07 20:28 #

    바탕소리님 말씀처럼 안전띠는 반드시 매야합니다.
    목숨 저당잡히고 편안함을 추구하는건....
  • 바람불어 2014/09/07 22:46 #

    저는 '사고'와 사고피해자의 '직업'을 연결시켜 감정이입하는 방식이 싫습니다.
    저 사고 내용이 사고 피해자의 직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직업이 달랐으면 피할수있는 사고였을까요.

  • dd 2014/09/12 13:41 # 삭제

    일리 있는 지적이네요. 하지만 반면교사라고...이런 글을 통해 힘든 꿈노동을 하는 많은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줄어들 수도 있는, 선순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지구밖 2014/09/08 00:59 #

    방송에서 접한 건 예전 라디오스타에서 딱 한 번이었지만 기억에 남았는지 왠지 너무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