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퍼펙트] 훌륭한 목소리의 향연 원고의 나열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카펠라는 비주류 장르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카펠라 뮤지컬이나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아카펠라가 교회음악에서 기원한 것이며 미국 내 개신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 활성화의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맨해튼 트랜스퍼(The Manhattan Transfer), 테이크 식스(Take 6),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같은 그룹들의 히트도 아카펠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무엇보다 19세기 후반부터 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가 많이 생겨난 것이 향유층의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젊은이들에게 아카펠라는 꽤 친근한 음악이다.

영화 [피치 퍼펙트(Pitch Perfect)]는 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를 소재로 택해 친밀감을 띤다. 더불어 남녀 간의 사랑, 구성원 사이의 대립, 주인공들이 이런저런 역경을 이겨 내는 과정 등 청춘 영화의 필수 아이템을 여지없이 장착해 더욱 익숙하게 다가선다. 바든 대학교의 여성 아카펠라 그룹 바든 벨라스(The Barden Bellas)가 새내기 멤버들을 영입해 궁극에는 멋진 퍼포먼스를 벌이는 두 시간짜리 여정은 일련의 클리셰들로 점철돼 절대적인 무난함을 내보인다. 한마디로 뻔한 킬링 타임 영화다. 번민과 시름에서 벗어나 무념무상의 자아를 발견하고 싶을 때 볼 만하다.

이러한 참을 수 없는 대수롭지 않음은 사운드트랙에 의해 유쾌하게 무마된다. 프로페셔널 가수 못지않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는 배우들의 노래는 부드러움과 발랄함을 가미한다. 특히 비트박싱을 통해 리듬을 부각함으로써 역동성을 시종 유지하고 있다. 이 덕분에 펑크(funk),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 비트가 중시되는 장르들을 오직 목소리만으로 소화함에도 결코 심심하거나 엉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토니 베이실(Toni Basil)의 'Mickey', 마돈나(Madonna)의 'Like A Virgin', 리하나(Rihanna)의 'S&M',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Just The Way You Are' 등 1980년대 히트곡부터 근래 많은 인기를 얻은 노래들이 골고루 나와 흐뭇함을 배가한다. 이야기는 진부할지라도 청각적 즐거움은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 [피치 퍼펙트]의 으뜸 매력이다.

영화의 잔재미 중 하나로 미국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할리우드에는 [드럼라인(Drumline)], [다이 하드 4.0(Die Hard 4.0)], [배틀십(Battleship)]처럼 신구의 조화, 옛것에 대한 존중을 제시하는 영화가 많았다. [피치 퍼펙트] 역시 바든 벨라스의 공연을 통해 그에 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회원들은 늘 똑같았던 레퍼토리를 버리고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경연에 참가한 마지막 부분에서는 최신 인기곡과 1980년대 히트곡을 버무린 무대를 선보인다. 변화도 고전이 녹아들 때 멋스럽다는 것을 넌지시 말하는 셈이다.

익숙한 장치들이 많이 자리해 다소 식상하긴 해도 노래 때문에 절로 경쾌해진다. 자연스레 발장단이 쳐지고 어깨가 들썩여진다. 차분할 때는 차분하지만 흥을 탈 때에는 록이나 일렉트로닉 댄스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후끈한 열기를 발산한다. [피치 퍼펙트]는 변신을 거듭하는 21세기 아카펠라의 전시장과도 같다. 악기보다 훌륭한 목소리의 대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한동윤
명지대학교 학보 2014년 9월 1일 9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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