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재즈의 유쾌한 매력 원고의 나열

많은 사람이 재즈를 어렵게 생각한다. 맞다, 어렵다. 특히 비밥 같은 장르는 템포가 빠르고 리듬과 화성이 복잡해 무척 까다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화려한 기교를 동반한 즉흥연주까지 더해지니 곡들은 여간해서는 쉽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스무드 재즈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체감되는 전문성과 빈번한 변주, 연주자의 개성이 부각된 표현 등으로 수월찮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수요층은 뚜렷하게 존재하나 그 수는 적다는 사항은 범접하기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일러 준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 [스윙걸즈]는 재즈에 대해 막연하게 갖는 난해성을 은연중에 녹인다. 고등학생, 그것도 악기를 처음 잡는 초짜들이 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 재즈가 부담을 느껴야 할 대상이 아님을 주장한다. 또한 배우들이 연주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곡을 제대로 소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익살스럽게 꾸미고 이 중에 여러 해프닝을 추가해 관객이 악기 연주, 재즈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대중적이고 경쾌한 음악인 스윙을 채택한 점도 재즈를 가볍게 즐겨 보라는 제안에 맞닿아 있다.

사운드트랙은 당연히 재즈 명곡들로 즐비하다. 엉겁결에 취주악부에 들어오게 된 주인공들이 가장 먼저 카피하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Take The "A" Train', 마지막 부분의 학생 음악제에서 연주하는 글렌 밀러(Glenn Miller)의 'Moonlight Serenade', 김연아의 에어컨 광고 덕분에 더 친숙해진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의 'Sing, Sing, Sing (With A Swing)'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재즈의 클래식이다. 악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야산에서 버섯을 무단으로 채취하다가 멧돼지에게 쫓길 때 흐르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주인공들의 난감한 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유명한 곡들을 훑어보기에도 좋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한 점도 재미와 감흥을 더한다. 우에노 주리를 비롯한 취주악부 역할의 배우들은 영화를 위해 악기를 익혔다. 출연자들은 2004년 말 [Swing Girls First & Last Concert]라는 제목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개최했다. 야구치 시노부 역시 영화 제작을 마친 뒤 색소폰을 배웠고 콘서트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연주를 선보였다. 프로페셔널 뮤지션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여름날 흘린 땀방울로 멋진 무대를 만드는 영화 속 모습이 현실로 나타났기에 보는 이는 그들과 함께 희열을 느끼게 된다. 보고, 듣고, 동감하게 되는 영화다.

영화는 계속해서 재즈를 즐겨 보자고 권유한다. 실력이 늘지 않아서 낙담하던 차에 신호등 알림음에서 재즈의 묘미를 찾는 'Comin Through The Rye', 취주악부를 그만둔 아이들에게 다시금 재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 'Make Her Mine' 등으로 재즈가 재미난 음악임을 거듭 이야기한다. 음악제에서 관객이 일제히 리듬을 타는 장면 또한 동참을 부르는 손짓이다. “모든 인간은 스윙을 하는 사람과 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야구부 선배의 대사도 어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라는 제언의 압축이다. [스윙걸즈]는 재즈에 대한 아득한 부담감을 덜어 준다. 재즈의 유쾌한 매력이 눈과 귀에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진다.

(한동윤)
명지대학교 학보 2014년 9월 15일 9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