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욕정의 시대다. 1990년대 말에 조명의 과한 분사와 카메라의 극심한 클로즈업으로 가수의 코를 없애는 스타일이 뮤직비디오의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일단 벗고 본다. 걸 그룹들의 노출 수위가 높아진 탓에 영상에서의 표현 수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정식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전에 선보이는 티저는 속옷 차림이 기본이 됐다. 야해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무로는 소화할 수 없는 과감한 퍼포먼스도 추가된다. 가학성애를 암시한다든가 성을 은유하는 장치들이 깔린 뮤직비디오도 많아졌다. 최근에도 '찢고 벗고 맛보고 즐기고'류의 뮤직비디오들이 여럿 나왔다.
스피카.S | 직장 생활이 많이 힘들지?

복통, 요통, 생리통에 걸린 사람처럼 꾸부정하게 상체를 숙이고 몸을 배배 꼰다. 커피 마시고 혀는 왜 돌리는데? 파쇄기는 왜 다리를 벌리고 사용하는데? 남자를 향한 유혹과 강한 단죄의 은유가 깃든 표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극성 강한 성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시스루 셔츠와 가터벨트를 착용한 회사원을 콘셉트로 한 것은 적당한 노출로 남성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뮤직비디오로 보는 OL물. 그런데 다섯 멤버에서 한 명 휴가 주고 '스페셜'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건 헛웃음을 짓게 한다. 유닛 활동에 목매다는 가요계의 치졸한 꼼수를 확인하게 된다.
유튜브 링크 http://youtu.be/jL92iiHulXw
아우라 | 많이 했다, 그만하자.

인지도가 낮다 못해 복숭아뼈까지 떨어지는 남성 아이돌 그룹 더블에이에서 프로듀서와 보컬을 맡고 있는 아우라가 네 번째 솔로 싱글을 냈다. 이번 싱글 '한번 더 해요'는 10초가량의 티저 영상을 여러 번 공개해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마케팅 방식이 약삭빠르기도 하지만 영상은 더 교활하다. 바나나에 검붉은 소스를 뿌리고, 소량의 액체가 담긴 여자의 손을 두고 옆에 분할된 화면에서는 계속 화장지가 뽑힌다. 다른 영상에서는 여성의 입술에 요구르트가 뿌려지는 모습이 나온다. 이것도 섹스, 저것도 섹스요, 여기도 자극, 저기도 자극이다. 지난 3월에 낸 솔로 데뷔곡 '낮져밤이 (Body Party)'부터 섹스송을 콘셉트로 내걸었기에 놀라움은 들지 않지만 가요 뮤직비디오가 날이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것 같아 한심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유튜브 링크 http://youtu.be/bXqzS5xe89A
에이코어 | 사디즘의 극치

제목부터 '벗고'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But Go'지만 기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벗고'라는 느낌을 노렸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후렴에서 상의를 벗는 시늉을 하는 안무로 의도를 확정한다. 노출이 중심은 아니지만 바람을 피운 남자를 징벌하는 장면들이 보기에 불편하다. 물고문을 하고, 영화 "맨 온 파이어"에서 덴젤 워싱턴이 갱단의 일원을 고문할 때처럼 남자의 양손을 자동차 핸들에 묶어 겁을 준다. 남자의 입을 철사로 봉하거나 수갑을 채운 것도 잔혹한 정복 정신의 연장이다. 흉하다.
유튜브 링크 http://youtu.be/fcrSwNKEuJA
신조음계 | 회춘을 위해서는 무조건 여자

화석이 된 하드록, 팝 록 밴드 신조음계가 16년 만에 3집으로 컴백했다. 멤버들의 나이와 오랜 휴식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젊고 산뜻하다. 최근 나오는 20대 뮤지션들의 음악이라고 해도 전혀 의심이 안 갈 정도로 발랄하고 에너지도 넘친다. Maroon 5가 연상되는 타이틀곡 '니손바래'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젊은 감각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한 몸부림일까, 신조음계는 뮤직비디오에서 음악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여성 연기자의 몸짓을 앞세운다. 영상 속 여배우는 일단 가뿐하게 셔츠 벗어 주시고, 뜬금없이 요가 자세 취해 주시고, 속살을 드러내며 몸을 흔들어 주신다. 과하지는 않으나 눈요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
유튜브 링크 http://youtu.be/58YzWr0xpPo
나머지 내용과 뮤직비디오는 멜론-뮤직스토리-한동윤의 다중음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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