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리, 꿈은 포기하지 말 것 스크린 상봉

단편영화 [33리]는 주인공 석용을 통해 삶의 무게를 져야 하는 청년 예술가의 고민을 공유한다. 서른세 살의 석용은 래퍼로 성공하길 꿈꾸지만 생활을 위해 택배 기사 일을 병행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눈총과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은 나날이 이어지며, 먼저 유명해진 선배에게 자신을 이끌어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노래는 원하는 대로 잘 만들어지지 않으니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이쯤 되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게 되는 것이 당면하는 수순이다. 석용이라는 캐릭터는 가난한 무명 예술인이 경험하는 고충과 번뇌를 대변한다.

석용의 처지를 안타깝게 그리던 영화는 궁극에는 긍정의 뜻을 건넨다. 석용은 힙합 특유의 간지를 위해, 또한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고자 후드티의 모자를 꼭 쓰고 다닌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석용을 다시 불러 손수 모자를 씌워 준다. 어머니의 걱정이 이해로 바뀐 것이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불편해하던 석용 역시 자신이 버리려는 옷을 주워 입는 어머니가 안쓰러워서 래퍼의 꿈을 접기로 한다. 택배 트럭을 몰기 전, 차에 늘 꽂아 두던 래퍼 사진을 뒤로 밀어내고 가족 사진을 꽂는 석용은 마치 생애 마지막 랩을 하듯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자신의 어려운 처지, 꿈에 대한 래핑을 토해낸다. 얼마 후 차가 정차했을 때 뒤에 뒀던 래퍼의 사진을 다시 앞에 꽂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에 대한 은유다.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생계와 이상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둘을 만족스럽게 병행하는 이도 있지만 아티스트의 길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대체로 많다. 개인 역량의 한계를 느끼거나 시스템과 시장의 문제 때문에 좌절하고, 때로는 운이 없다고 판단해서 마음을 접기도 한다. 이 외에 고생하는 가족이 마음에 걸려서 평범한 회사인의 생활을 찾는 사람도 다수다. [33리]는 그래도 가족은 당신을 응원한다는 위안을 고요히 퍼뜨리면서 꿈을 지켜 보라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기초적인 격려다.

영화는 에미넴 주연의 [8마일]이 모티프가 됐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삶과 이상을 오가는 석용은 [8마일]의 주인공 비 래빗과 닮았다. 게다가 8마일을 리로 환산했을 때 반올림해서 33리가 된다는 것이 결정적 공통점. 석용 역을 맡은 힙합 그룹 TBNY 출신 톱밥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고민하는 뮤지션의 생활에 거부감 없이 몰입되도록 한다.

덧글

  • ㅇㅇ 2014/10/24 12:55 # 삭제

    ㅋㅋㅋ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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