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의 극한리뷰 4회 원고의 나열

10월 초 대중음악계의 화두는 역시 서태지였다. 2009년의 8집 이후 약 5년 만에 발표하는신곡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나오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례적인 객원 보컬의 도입과 이를 아이유가 담당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의 관심을 이끌었다. 여기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활동도 가요계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정규 음반을 낸 로이킴, "위대한 탄생" 세 번째 시즌의 우승자 한동근, "Top 밴드" 출신의 톡식, "K팝스타"가 등용한 버나드 박, "보이스 코리아"의 이예준 등 경연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가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죄다 몰려 나왔다. 또한 홀린, 로로스, 재즈 뮤지션으로 변신한 보드카 레인의 주윤하 등 많은 지지층을 확보한 뮤지션들의 작품은 언더그라운드를 생기 넘치게 만들고 있다.



서태지 '소격동'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면 "역시 서태지!"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3세계 무명 뮤지션의 음악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초고속 인터넷과 웹 커뮤니티가 발달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미 유명한 밴드의 음악을 모티프로 삼는 행위는 시대착오적이며 허술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엄밀히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Chvrches가 바로 떠올려지는 구성은 실망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소격동'으로 나타낸 스타일이 대대적이고 보편적인 트렌드는 아니어서 Chvrches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거두기가 어렵다.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장르 오퍼상'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었다.
평점: ★★☆


로이킴 [HOME]
로이킴 음악의 매력은 주류의 여느 또래 가수들과 똑같지 않은 데에 있다. [HOME]에는 그 흔하디흔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도 없고 10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중간 템포의 달콤한 발라드도 없다. 지금으로부터 2. 30년 전에 많은 수요가 있던 통기타 중심의 포크 록만이 앨범을 장식할 뿐이다. 젊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은어나 허세로 충만한 극성스러운 가사도 없다. 이로 인해 로이킴의 노래는 청순하고 편안하게 들린다. 최근 유행하는 노래들과는 다른 예스러운 면모는 3, 40대 이상 청취자들에게 향수로 다가갈 것이다. 더불어 판에 박히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가창도 특별하다. 로이킴이 주류 미디어에 발탁돼 주류 미디어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독특하게 느껴진다.
평점: ★★★☆



이예준 [이별. The End]
이제 처음으로 앨범을 낸 신인이 기성 가수와 차이가 없다.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검증된 탄탄한 기량은 어설픔을 멀찍이 보내지만 창법과 곡들의 전반적인 골격이 식상함을 몰고 온다. 한 4, 5년 활동한 가수의 타성에 젖은 무덤덤한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다. 보통의 기호를 충족함으로써 대중의 눈에 드는 것이 신인이 택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긴 해도 이예준은 너무 앞서 갔다. 베토벤의 "비창"을 차용한 '넌 나의 20대였어'는 안전빵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표본이다. 눈물이 나도록 따분하고 재미없다.
평점: ★



주윤하 [Jazz Painters]
변신은 자신을 잘 파악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본인의 장점과 역량을 인지하고 변화를 감행해야 실패가 적다. 모던 록 밴드 보드카 레인의 주윤하는 그가 지닌 톤과 보컬, 밴드를 거치며 해 왔던 스타일을 헤아려 재즈 보컬리스트로의 안정적인 변신을 이뤄 냈다. 조용히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으나 '100 퍼센트' 같은 리메이크로 보드카 레인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준다. 주윤하의 따스한 음성이 재즈 반주와 만나 상승효과를 내고 있지만 편안하게 부르려고 의식한 것이 때때로 어색함을 빚기도 한다.
평점: ★★★☆



남영주 '여리고 착해서'
데뷔 싱글 '6시 9분'은 애매했다. 이야기가 그려지는 노랫말이 장점이었으나 음악적으로 듣는 이를 강하게 잡아끌 성분은 부족했다. 단지 성행위를 암시하는 숫자로 된 노래 제목만 눈에 빠르게 들어왔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반면에 '여리고 착해서'는 이전 노래가 이루지 못한 음악적 어필은 어느 정도 완수한다. 신시사이저의 식상하지 않은 톤, 리듬과 멜로디 간의 반대되는 설정, 잘 인지되는 후렴 등으로 다수의 마음에 들 모양을 갖췄다. 유행하는 패턴을 영리하게 파악했다.
평점: ★★☆



크레용팝-딸기우유 [The 1st. Mini Album]
아이돌 그룹의 헤쳐모여는 가요계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흔히 유닛이라고 부르는 분열된 활동 방식은 모(母) 그룹과는 확실히 다른 스타일로 새로움을 나타내는 것이 기본 미덕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기존 팀과 별반 차이 없는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무계획 출범으로는 청취자에게 좋은 재미도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가수에게도 이득이 되지 못한다. 크레용팝-딸기우유가 그렇다. 원래 크레용팝과 비교해 선명하게 차이 나는 성향이 없다. 게다가 'OK'는 다수의 소녀 가수가 한 번쯤 했던 팝 록 스타일이라 식상하며, 'Feel So Good'은 Lyre Le Temps 같은 유럽 스윙 뮤지션들에게서 접할 수 있던 스타일이라 또 식상하고, 'Hello'는 평범한 발라드를 너무 뻔한 창법으로 불러 다시 한 번 식상하다. 신선함도 없고 변별성도 없다. 이런 식으로는 바나나우유, 초코우유가 더 나온다 한들 무미함은 똑같을 것이다.
평점: ★

원문 및 나머지 음반에 대한 평과 별점은 멜론-뮤직스토리-한동윤의 다중음격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1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