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미국 역사를 반영하는 명곡의 잔치 원고의 나열

하늘을 떠다니던 깃털이 땅으로 내려앉는 동안 건반과 현악기의 잔잔한 선율이 흐른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포레스트 검프]의 오프닝 신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아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는 영화의 말미에는 똑같은 음악이 흐르는 대신 깃털이 하늘 위로 올라가는 장면을 보여 준다. 감독은 수미쌍관 구성으로 우연과 필연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을 함축하고 은유한다. 지적 장애를 지닌 주인공이 성공하는 것이 영화의 포커스가 아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익살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사람, 삶에 대한 은은한 고찰로 감동을 제공한다.

영화음악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가 지은 스코어(score, 관현악 내지는 합창으로 이뤄진 클래식 기반의 영화음악)는 이야기의 여운을 보강한다. 그는 타악기, 관악기를 내세워 긴박감을 형성하기보다는 현악기 위주의 나긋나긋한 소리로 영화의 로맨스와 판타지 성향을 조용히 보조한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을 [라이언 킹]에게 내줘야 했지만 'I'm Forrest... Forrest Gump', 'The Crusade' 등은 많은 관객에게 인상적인 선율로 남아 있다. 영화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방송에서 전파를 자주 타는 것으로 곡들의 인기는 증명된다.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가 성장하고 여러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 인생의 동료를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을 맺는 과정을 연결하면서 미국사의 중대한 사건들을 끄집어낸다. 흑인들의 민권운동,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히피들의 반전운동 등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굵직한 문제를 훑는다. 더불어 포레스트 검프를 매개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든 핑퐁외교 등을 코믹하게 끼워 넣기도 한다. 큼지막한 일들에 포레스트가 매번 연관되는 상황은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그의 캐릭터를 통해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순응형 청년을 각인하고 있는 점은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바라볼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화면에서는 그 시절 히트곡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따라서 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팝의 고전을 접한다는 데에 있다. 존경을 표해 달라는 가사로 민권운동 시대의 찬가로 자리매김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espect',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과 서민의 안 좋은 처지를 노래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Fortunate Son', 히피문화의 송가라 할 마마스 앤드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 미국 남부 지역 사람들의 애향심을 고취한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Sweet Home Alabama' 등 수십 편의 명곡들이 그득하다. 이만큼 내용물이 알찬 컴필레이션도 흔치 않다.

사실 사운드트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즐겁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워낙 옛날 노래인 데다가 투박한 하드록, 밍밍한 포크, 다소 복잡한 구조의 사이키델릭 록 등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들은 대중음악사에서 늘 회자되는 명작이며 당시의 사회를 반영한다는 점으로 한 번쯤은 접해 볼 만하다. [포레스트 검프]는 1960, 70년대를 수놓은 찬란한 팝 음악과 그때의 시대상을 경험하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한동윤)
명지대학교 학보 2014년 9월 29일 9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