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적은 평론가다 그밖의 음악

얼마 전 한 매체로부터 원고 의뢰 메일을 받았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처음 들어보는 음악 웹진이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게 아니라 무려 법인) 메일 본문에는 사이트에 대해 소개와 전화를 달라는 첨언이 적혀 있었다. 보통 이런 의뢰를 할 때에는 "전화 번호를 알려 주시면 저희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선전화 외에 담당자 핸드폰 번호도 안 적혀 있고, 다시 메일 보내기도 번거로워서 바로 그쪽으로 전화를 했다.

메일 보낸 분과 통화가 이뤄졌다. 형식적인 인사와 소개를 마치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조건인 원고 분량과 원고료에 대해 물었다. 그 담당자는 원고료가 없다고 했다. 아... 또 양아치네. 이 바닥 양아치들은 어째 죽지를 않아. 원고료를 안 주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경우를 많이 접해서 이제는 웃음도 안 나온다. 그냥 유순하게 다시 말했다. "음악계가 글을 공짜로 얻어내려는 습성이 만연해서 원고료는 적은 금액이라도 꼭 있어야 합니다." 이에 담당자는 원고료를 어느 정도 예상하시느냐고 물었다. "매체마다 처지가 다 다르고 내부에서 정한 규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 적게는 얼마를 받고 많게는 얼마까지도 받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해 줬다. 담당자는 그러면 내부 회의를 거친 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통화 전 메일에 링크한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것저것 봤다. 이 업체에서 정한 내 직급은 이런 것이고 기사료, 원고료를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는 딴소리다.



원고료는 지급한다고 해 놓고는 원고료가 없다니 당사 원고료 지급 기준표가 0으로 작성돼 있는 건가.


얼마 뒤 전화가 와서는 그때 제시한 원고료 금액을 다시 물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에 전화가 왔다. 회의 결과 자기들은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됐고 체계를 잡아 가는 시기인지라 원고료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글 조회수에 따라 원고료를 차등 정산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고 했다. 나, 참 또 어이가... 그러면 기본 원고료를 얼마로 정했느냐고 묻자 그건 아직 기준을 잡지 않았고 이 방식에 우선 동의를 구하려고 한다고 하더라. 담당자는 자기들이 기고 문제로 접촉을 취하는 평론가들이 있는데, 두 명은 오케이 했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런 전제하에서 글을 쓰면 나중에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부정적인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생각을 한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 더 생각할 것 없이 통화 중에 결정은 났다. 원고료를 리스크라고 할 정도니 저 업체가 평론을 존중하기는커녕 원고를 소모품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시간을 달라고 한 건 저런 제안을 수락한 평론가라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대면해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컸기 때문이었다.

여러 평론가가 동일 매체에 글을 쓰는 상황에서 기사의 조회수로 원고료를 다르게 지급한다고 하면 기고자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경쟁 심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 선정적인 제목을 내걸거나 더 나아가서는 시의의 이슈에만 몰두하는 내용, 혹은 가벼운 볼거리 위주로 전락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한 가뜩이나 원고료 인상도 없고 원고료를 안 주려는 인식이 팽배한 이 업계에서 조회수로 원고료를 산정한다는 것은 이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선례가 될 공산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정말 안 좋은 일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쓰겠다고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안 봐도 뻔하다. 어떻게든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철없는 야심가, 음악 평론을 개인의 못다 이룬 이상이나 취미로만 생각하는 투잡족. 혹 수락한 이 중에 10원 한 장도 아쉬워서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어리석은 것이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예술 작품을 평론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바닥에는 정말 못된 놈들이 많다. 자신의 실리는 다 추구하면서 합당한 대우 없이 남의 능력 뽑아먹는 놈들. 이런 양아치들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평론가는 더 힘들다. 그리고 눈앞에 자기의 이익에만 급급해 업계 전반의 상황이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평론가들 때문에도 힘들어진다.

덧글

  • Gunner 2014/10/30 17:36 #

    프로라면 결과물 제공 - 페이 의 과정이 투명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못지키는 회사는 유지되기 힘들죠. 게다가 인터넷 활성과 함께 저렇게 혹세무민하는 무리들은 자기들만 망하는 게 아니라 업계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 한동윤 2014/10/31 10:41 #

    이런 놈들이 좀비처럼 매번 출현하니 악순환이 끊이질 않네요.
  • 어... 2014/10/31 00:55 # 삭제

    트위터에서 리트윗 만개는 너끈히 넘길수 있을듯.
    글쟁이들은 주식이나 환율처럼 믿을게 못된다! 조회수에 따라 사고 팔아도 싼 놈들이다!
    고로 내가 주는 원고료는 비용이 아닌 리스크다!

    대단한 졸부 나셨다 그죠?
  • 한동윤 2014/10/31 10:43 #

    트위터에도 올렸는데 리트윗 하나도 안 됐어요 ㅋㅋ ㅠㅠ
  • 어... 2014/11/01 10:13 # 삭제

    인용문을 올려라!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정도 되는 위인이라면 헤집고 다니겠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4/10/31 02:03 #

    하... 무슨 신문사들 찌라시인 땡땡닷컴 같은 제목 자극적으로 써서 조회수별로 인센티브 주는 그런것도 아니고 진짜 너무하네요 ㅡㅡ 그에 동의한 다른분들도 그들만의 사정은 있으시겠지만 저로써는 이해가 안가네요 어떻게 저런 행태에 동의할 수 있는지??
  • 한동윤 2014/10/31 10:45 #

    가뜩이나 그런 식으로 기사 만들어 내는 인터넷 신문사들 때문에 언론공해가 심한데, 이것 역시 예비된 언론공해인 셈이죠. 평론가라는 소리 듣고 싶어서 안달난 어린 중생이 많은 탓도 커요. ^^;
  • 2014/11/01 20: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02 10: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홍준호 2014/11/02 02:29 # 삭제

    잘 읽었습니다. 몇 개월 전에 월간지 쪽에 객원기자로 합격이 되어 일을 했는데, 분야는 다르지만 한동윤 님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어요. 동윤 님이야 전문적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시지만 저는 의지만 있지 그 정도의 명성 같은 건 없었는데.. 고료를 주지 않고 '대신 스펙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모든 걸 다 합리화 시키려 하더군요. 하도 기가 막혀서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들에게 메일을 보내봤더니 다 답이 그 잡지와 엇비슷해서..굉장히 절망을 한 일이 있었어요. 아쉬운 건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열정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지망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그런 매체와, 또 기꺼이 가서 스펙을 위해 착취당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점이..
  • 한동윤 2014/11/02 11:08 #

    일단 사람을 싼값에, 혹은 무임금으로 쓰는 업자, 업체들은 꼭 열정과 경력을 강조하죠.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경험과 경력 때문에 안 좋은 조건임에도 일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을 하려는 사람은 내 노동이 제대로 된 값어치를 못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업계의 썩은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지금의 사정에서는 개개인이 그런 업체를 거부하는 소극적인 방법이 최선인 것도 안타깝네요.
  • 신혜림 2014/11/04 13:27 # 삭제

    저도 여기에서 메일 왔었어요! 전 그냥 뭐지? 하고 말았... 지금 홈페이지 들어가보니까 홈피는 뭔가 그럴듯한데 그랬었었구만요ㅋㅋㅋㅋ
  • 한동윤 2014/11/04 14:21 #

    오~ 나의 사랑 혜림아~ 오랜만이양 ^^
  • 식신강림 2014/11/04 15:11 # 삭제

    앗! 싸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는건 또 오랜만인데ㅋㅋ
  • 한동윤 2014/11/04 22:08 #

    여기서 선배님들의 상봉이 이뤄질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ㅎㅎ
  • 식신강림 2014/11/04 15:11 # 삭제

    헐...진짜 양아치들이네요.
    저런 미개한 웹진같으니라구...
  • 한동윤 2014/11/04 22:10 #

    모양만 웹진이지 그냥 어중간한 회사 홈페이지 같아요.
  • JJ 2014/11/16 16:44 # 삭제

    철없는 야심가든 투잡족이든 자신의 그런 행동이 진짜 평론가들한테는 어떤 결과로 가는지 생각하지 못하나 봅니다..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네요..저는 우리사회가 개인의 저작물에 대해서 정당하게 인정해주는 사회가 됬으면 좋겠어요...아직까지 한국은 그 수준까지 안되는거 같은데 조금씩..바꿔 나가야 겟죠,,
  • 한동윤 2014/11/17 15:14 #

    너무 안 바뀌어서 많이 바꿔야 해요. 조금씩 바뀌면 더는 답이 안 나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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