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가스펠] 흑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울 원고의 나열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가스펠이라는 명칭은 많은 이가 익히 들어 봤을 듯하다. 19세기 후반 미국 내 개신교 부흥이 일어날 때 흑인 영가를 음표화한 것으로 탄생한 가스펠 음악은 영화, 뮤직비디오, 쇼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대면하고 있다. 가운을 걸친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다수가 떠올릴 가스펠의 전형적인 그림이다. 가스펠은 또한 1970년대 이후 록, 힙합 같은 대중음악 장르와 결합한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으로 분화하면서 계속해서 젊은 청취자들과의 접점을 확충하는 중이다. 오랜 역사 덕분에 이름은 확실히 익숙하다.

가스펠은 그러나 다수에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지는 장르이기도 할 것이다.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 욜란다 애덤스(Yolanda Adams), 비비 앤드 시시 와이낸스(BeBe & CeCe Winans) 등 많은 가수가 활동하고 있으나 주류 음악계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사정 탓도 크며, 정서상의 공유점이 태생적으로 기독교인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타나는 울부짖는 듯한 격양된 가창, 한 사람이 먼저 마디를 부르면 나머지 인원이 다음 마디를 제창하는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방식의 보컬 등 음악적 특징은 머리로 파악할 수 있어도 신앙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가슴으로 감동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가깝고도 먼 음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 가스펠]은 가스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참고서로 손색이 없다. 양동근, 정준, 김유미 등은 가스펠을 정확히 알기 위해 미국의 뉴욕 할렘가를 찾는다. 이곳에서 가스펠 뮤지션, 찬양 사역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가스펠의 역사와 노래를 부르는 태도를 배우며, 우리가 흑인이라 부르는 아프로 아메리칸들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조금씩 알아 간다. 출연자들의 여정은 관객에게 가스펠에 대한 대강의 설명으로 전달된다.

영화에서는 시종 가스펠이 흐른다. 공연에 참여할 멤버들을 뽑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고 마지막에 콘서트를 치르는 장면까지 내내 찬송이 이어진다. 18세기에 지어진 찬송가로, 한국에서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으로 불리는 'Amazing Grace'를 비롯해 셜리 시저(Shirley Caesar)의 버전으로 유명한 'Satan, We're Gonna Tear Your Kingdom Down'의 힙합 리메이크, 현대 가스펠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Jesus, That's His Name' 등 여러 찬양을 접할 수 있다. 구원과 희망의 노랫말로 가스펠처럼 불리는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Lean On Me'는 유명한 대중음악이라 반가움을 더한다.

가스펠은 미국으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에게 종교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랜 기간 노예의 삶을 산 그들의 설움이 함께 엮여 있기 때문이다. 찬송을 부를 때 자주 행하는 바이브레이션은 단순히 노래 실력을 뽐내는 기교가 아니라 자유와 해방을 향한 꿈틀거림이며, 신에게 자신의 기도가 닿길 바라는 간절한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비애와 울분만 자리하지 않는다. 희망, 기쁨, 용서도 공존한다. [블랙 가스펠]을 보게 되면 가스펠에 담긴 정서, 흑인들이 찬양 예배를 드릴 때 보이는 행동들을 조금은 납득할 수 있을 듯하다.

(한동윤)
명지대학교 학보 2014년 10월 13일 9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