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유럽 진출의 의의 원고의 나열


마치 성대하게 치러지는 축제 현장을 중계하듯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대다수 언론이 지난 6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공연을 보도하는 기사를 내며 그곳의 뜨거운 분위기에 대한 스케치도 빼놓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 가수가 외국 음악 시장 진출을 시도하긴 했어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돌아온 일이 다반사였던 반면에 이들의 콘서트에는 이틀 동안 무려 1만 4천여 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관객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서구에서 이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은 실로 유례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흥분할 만했다.

매체들은 일련의 소식을 전하며 하나같이 '케이팝 유럽 진출'이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공연 성사를 찬미했다. 얼마 후에는 비틀스, 롤링 스톤즈, 무디 블루스 등을 위시한 영국 뮤지션이 1960년대 미국 시장에서 흥행한 사례를 가리키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빗대 '코리안 인베이전'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내며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공연 연장을 요구하며 벌인 루브르박물관 앞에서의 플래시몹 시위, 15분 만에 입장권이 매진된 일, 샤롤 드골 공항에 운집한 1,000여 명의 환영 인파 등 콘서트 전에 보인 유럽 젊은이들의 열렬한 환호와 현지 언론의 뜨거운 취재 경쟁을 감안하면 코리안 인베이전이 그리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된다.


유럽에서 이처럼 케이팝이 열풍을 일으키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유튜브의 도움이 크다. 세계 곳곳의 문화가 공유되는 집합소이기에 한국 대중음악 또한 지역적 장벽을 허물며 서구의 청춘들에게 신속히 전파될 수 있었다. 사이트의 특성상 블로그나 다른 홈페이지에도 영상 게재가 가능하니 대대적인 선전도 수월했다. 6억 건에 이르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유튜브 페이지 조회수는 온라인에서의 인기가 실제 공연 성사의 발판이 됐음을 증명한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소속 가수들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보도한 것도 동영상 사이트의 거대한 영향력을 부연해 준다.

성황의 또 다른 요인으로 팝 음악 트렌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198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호령하며 소녀들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으나 90년대 초반에 너바나, 펄 잼 같은 밴드를 필두로 한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엑스 세대의 삶에 대한 고뇌와 분노 등 어두운 정서를 표출한 강렬한 사운드의 록)이 대유행하면서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말랑말랑한 발라드와 발랄한 댄스음악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부터는 리듬 앤드 블루스와 힙합도 많은 이의 지지를 받으며 차트에서 상승세를 형성한 탓에 테이크 댓,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스파이스 걸스를 제외한 10대 취향의 댄스음악은 들어설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틴 팝의 오랜 품귀 현상과 새천년 이후 강한 전자음을 앞세운 빠른 템포의 노래가 유행의 중심에 서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소년, 소녀의 감성을 내보이며 팝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른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서구 대중에게 어필한 것이다. 진지함 쪽에서 가벼움 쪽으로 중심이 쏠린 음악계 경향과의 조응도 케이팝이 유럽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다.


현상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친화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의성어나 특정 단어를 반복하는 후렴을 연이어 배치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게 한 것이 케이팝의 첫째가는 강점이 됐다. 간략하게 구성한 멜로디를 여러 번 거듭하니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놀라운 흡인력을 내는 것이다.

특히, 최근 5, 6년 동안은 일렉트로니카 형식을 차용한 업 비트 음악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차트에서의 위세가 강했다. 이는 최대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유럽 각국에서 두루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한국의 주류 음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트렌디한 곡을 꾸준히 선보여 왔고 이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한 덕분에 서양 음악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일이 가능했다. 동양적, 한국적인 면만을 강조하지 않고 그들이 선호하는 문법을 통해 구한 일체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가사에서의 한영 혼용도 외국인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 인자다. 아무리 선율이 좋고 편곡이 세련됐다고 해도 한국어로만 노랫말을 썼다면 외국 사람들은 다소 이질감을 느꼈을 테다. 하지만 유럽에 진출한 우리 노래는 군데군데, 또는 문장 통째로 영어를 사용해 친숙함을 확보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영어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좋지 않게 보기도 했으나 혼용 덕분에 이들의 노래가 서구 대중에게는 더 익숙하게 들릴 수 있었다. 해외 시장 진출에는 효율적인 장치였던 셈이다.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 댄스 그룹의 춤은 우리나라 가수들만큼 정교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편이다. 그에 반해 한국 가수들의 무대는 저마다 제각각인 동작이 아니라 미세한 몸짓까지 각을 통일하는 역동적인 군무가 특징이다. 여기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낀 이도 많다. 더불어 아기자기하고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넣어 흥미로움도 제공했다. 어떤 곡의 춤 동작을 재미있게 여긴 이들이 조금씩 따라 해 보다가 노래에도 빠져들고 더 나아가 다른 한국 가수의 노래들에도 관심을 확장하는 과정이 케이팝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데 한몫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성공적인 파리 공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한국 대중음악의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영미권 이외의 나라에서 그들의 음악과 구분되는 데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넘어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 중임을 분명히 주장한 사례가 됐다.

케이팝이 일부 마니아의 향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소비 행위로 연결됐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인원의 공연 관람으로 이어진 사실은 향후 케이팝을 선호하는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품게 한다. 지난 6월 19일 샤이니가 일본 활동 시작을 알리며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음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500여 명의 팬이 몰려든 일이나 7월 초에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영국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을 벌이겠다는 현지 팬들의 예고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면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가는 케이팝 인기의 파고를 체감하게 된다.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파리 공연이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된 동시에 우리 음악이 더 널리 전파될 기반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케이팝의 유럽 진출이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희망적인 미래를 예견하게 한다. 더 성대한 세계 속 케이팝의 축전이 기다려진다.

(한동윤)
2011년 6월 포브스 코리아

덧글

  • 레이오트 2014/11/15 17:21 #

    무엇보다 격렬하고 화려한 군무를 하면서도 라이브로 높은 기술을 요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한국산 아이돌의 저력이 유럽에서도 통했다는 사실도 큰 의의이지요.
  • 한동윤 2014/11/17 15:00 #

    그룹마다 차이는 있긴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안정감 있는 표출도 매력이 됐겠죠.
  • 2014/11/15 18:04 # 삭제

    진정한 한류스타 싸이지 한국아이돌은 한계점이 너무 많음 지금 미국가서 쟁쟁한 팝가수들하고 댄스가수들이랑 경쟁하면 백퍼 상대가 안될게 뻔함 왜냐하면 퍼포먼스하고 라이브 실력이 차원이 틀려서 밀린다는거죠
  • 한동윤 2014/11/17 15:01 #

    싸이가 대단하긴 하지만 아이돌 그룹도 한계 외에 또 장점이 있긴 하니까요.
  • JJ 2014/11/16 16:52 # 삭제

    아이돌가수가 유명해지다보면 언젠가는 다른 한국음악들도 유명해질거라고 생각해요
  • 한동윤 2014/11/17 15:02 #

    네. 주류 가수가 호기심을 주는 역할을 잘 하면 우리나라 다른 가요에도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겠죠.
  • 2014/11/16 19: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17 15: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11/17 15: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11/18 10: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11/17 12: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17 15: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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