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요계 뉴스 차트 원고의 나열

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섹스어필 경쟁은 2014년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걸스데이, AOA, 레인보우 블랙, 스텔라 등 연초부터 가요계는 노출과 야한 춤의 열띤 향연으로 북적댔다. 포미닛의 현아는 7월에 선보인 신곡 '빨개요' 뮤직비디오에서 성행위를 암시하는 퍼포먼스로 외설스러운 잔치에 더 큰 불을 지폈다. 계절에 관계없이 선정적 표현은 주류 대중음악계에 내내 포진했다.

압권은 신인 걸 그룹 포엘이었다. 8월에 낸 데뷔곡 '무브'(Move) 뮤직비디오에서 이들은 자위행위와 스트립쇼를 연상시키는 안무를 서슴없이 펼쳤다.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고 적극적으로 피부를 드러내는 살색의 격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수위가 높아도 지나치게 높았다. 돈만 바라보는 쓰레기 기획자의 한탕주의와 스타를 꿈꾸는 그릇된 욕망이 극단적인 시너지를 낸 경우였다.

2014년은 걸그룹들의 선정적인 표현으로 논란이 뜨거웠던 한편, 1990년대 인기가수들의 컴백이 잇따른 한 해이기도 했다. 사진은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

과도한 섹스어필 경합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특단의 결정이 나온 후에도 계속된 것은 놀랍고 기막힌 일이다. 2월 초 KBS, MBC, SBS는 '걸 그룹 3대 금지 안무' 리스트를 발표했다. '무대에 눕지 말 것', '몸을 더듬지 말 것', '의상을 열지 말 것'이 그 항목으로, 외설적인 퍼포먼스가 날로 심해지자 방송사도 심각성을 인식해 제재에 나선 것이다.

방송사들의 조치는 사실상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수 걸 그룹이 뮤직비디오에서는 강한 표현을 그대로 내보내고 방송에서는 안무와 의상을 살짝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교묘히 피해 갔다. 탈법은 언제나 법보다 영리하다. 웃을 수만은 없는 이 일은 자극에 환호하는 대중, 본질보다는 시각적 요소에 주력하는 음악 제작 풍토를 돌아보게 한다.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음악 시장도 얼어붙게 했다. 대대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날짜를 잡아 놓은 가수들의 공연과 대형 콘서트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4월 말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취소는 음악팬들을 언짢게 했다. 개최를 하루 앞두고 공연장을 제공한 고양문화재단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추모에의 전체주의적 강요, 음악이 지닌 사회성에 대한 관료들의 이해 부족이 자리했다.

2014년은 걸그룹들의 선정적인 표현으로 논란이 뜨거웠던 한편, 1990년대 인기가수들의 컴백이 잇따른 한 해이기도 했다. 사진은 5년 만에 컴백한 가수 서태지.

가수들의 사망 소식 또한 큰 슬픔을 안겼다. 7월 유채영이 위암으로 사망했으며, 9월에는 걸 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고은비, 권리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0월에는 신해철이 패혈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어떤 죽음이든 비통할 수밖에 없지만 신해철은 1990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 같은 뮤지션이었기에 오랜 기간 그의 음악과 교감해 온 팬들에게 상실감은 무척 컸다.

5년 만에 컴백하는 서태지에 대한 매체와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인 록의 문법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전자음악을 진취적으로 표출해 친숙성과 신선한 변화를 동반 선사했다. 더불어 윤상, 토이, 김동률 등 1990년대를 수놓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잇따른 컴백도 가요계에 활력을 주입했다.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복귀했지만 음원 성적은 그 누구도 엠시몽을 능가하지 못했다. 병역 기피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6집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를 발표하며 4년 만에 업계로 돌아왔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약 2주가량 여러 음원사이트의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예비역들의 분노, 이로 유발된 광대한 호기심, 뻔한 음악에 익숙해진 대중의 감수성 등이 이뤄 낸 예상 밖의 성과였다. 덕분에 엠시몽은 201년 최고의 음원 강자로 등극했다.

한동윤
2014.12.09ㅣ주간경향 1104호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뉴스 기사에서는 삭제된 문장입니다.

네이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33&aid=0000028675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412021101081&pt=nv

핑백

  • S O U L O U N G E : 2014 최악의 가요 이것저것들 2014-12-29 15:43:47 #

    ... e.egloos.com/3504387 2014 올해의 가요 앨범 http://soulounge.egloos.com/3505748 2014 가요계 스케치 http://soulounge.egloos.com/3502903 그 외 노래 소개 및 평론들은 http://soulounge.egloos.com/tag/2014 ... more

덧글

  • 초코우유 2014/12/04 16:30 # 삭제

    마지막 문장에 201년을 2014 년으로 바꿔야 할듯요 ~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리듬앤 블루스나 힙합을 찾아서 듣는 편인데요
    올해는 영미권도 작년에 비해 센세이션? 한 음반이 없는듯 하네요

    작년의 경우, 제이지,에미넴,켄드릭 라마, 에이셉 라키, 왈레등 힙합이랑
    퍼렐,다프트 펑크, 에밀리 산데 등 귀에 확 와닿는 앨범들이 많았는데

    올해 음반중 에밀리 산데처럼, 스토리 텔링도 뛰어난 앨범 추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한동윤 2014/12/05 11:15 #

    초코우유 님 취향을 알 수 없으니 이름을 적는 건 의미 없을 것 같고요, PC로 블로그 들어오셔서 오른쪽 사이드바 상단에 태그 전체보기 클릭하셔서 2014년이나 장르 태그를 누르시면 그동안 포스팅한 노래 소개, 앨범 리뷰를 보실 수 있어요. 그렇게 한번 찾아보세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