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의 극한리뷰 6회 원고의 나열

연말에 접어든 가요계는 역시나 분주하다. 사람들의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계절인지라 이 흐름을 타고 잔잔한 노래를 내는 일이 부쩍 는다. 또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비 X 아비의 '눈이 펑펑펑', 예리밴드의 '눈사랑', 정흠밴드의 'Christmas Together' 같은 홀리데이 싱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킹스턴 루디스카, Yellow Monsters, 9와 숫자들, 페이퍼컷 프로젝트 등 인디 밴드들의 신작과 올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임창정,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윤상의 새 앨범들이 집중돼 음악 시장을 달구고 있다. 더불어 늘 상주하는 아이돌 그룹과 무려 15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는 한영애, 독특한 빛깔을 내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작품들로 바쁜 연말을 보내는 중이다.



Apink [Pink LUV]
섹스어필의 탄두를 장착한 포탄이 여기저기에 줄기차게 떨어지는 혼돈의 전장에서 Apink는 그들과 대조되는 소녀다움, 청순함으로 보란 듯이 생존했다. 그것이 1990년대 히트곡을 교묘하게 결합한 얄팍한 전법이라는 점이 결정적 흠이지만…. 어쨌든 그 술수로 팬들을 획득했으니 이제는 동일한 콘셉트만 잘 유지하면 된다. 새 앨범 [Pink LUV] 또한 이러한 계산에서 나왔고 예상하는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S.E.S.의 일부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 1990년대에 유행한 뒤에 강조 비트를 넣는 방식, '천사가 아냐'에서는 Hanson의 'MMMBop'과 보아의 'No. 1'을 섞은 듯한 스캣까지, 이번에도 옛 스타일들을 성실히 모사한다. 이들의 콘셉트가 돋보일 틈새를 준 시장, 복고와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사회 분위기에 감사할 일이 또 생겼다.
평점: ★★
LUV
Wanna Be
천사가 아냐



버즈 [Memorize]
예나 지금이나 버즈는 "민경훈과 아이들"이다. 과거와 다름없이 밴드로서 나타내야 할 최소한의 응집력과 단일 구성체로서의 선명한 지향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록('안녕'), 예스러운 로큰롤('Good Day'), 소프트 록과 한국적 발라드의 애매한 짬뽕('나무'), 소심한 표현의 얼터너티브 메탈('그림자'), 대중성을 목적으로 한 팝과 브릿팝의 결합('8년 만의 여름') 등 확고한 기준 없이 많은 장르가 어수선하게 나타난다. 밴드라면 안정적인 연주 외에도 각각의 악기들이 곡 특성에 맞춰서 부각되는 면도 있는 것이 정상인데 버즈의 음악에서는 그런 것이 거의 없다. 그저 반주를 위해 모인 스튜디오 세션 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Memorize]는 추억에 호소하는 무늬만 밴드의 덜 성숙한 귀환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동치는 울대뼈가 눈앞에 4D로 펼쳐지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은 없다는 점이다.
평점: ★★☆
Memorize
Good Day
Star



시보롱보롱 [이런, 시보롱보롱]
특이한 이름이 성공적으로 시선을 끌지는 몰라도 음악은 들어온 눈길을 고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무던한 경쾌함이 보편성을 어필하지만 그 이상의 특징이 없다. 이들이 주메뉴로 삼은 하우스 음악, 애시드 재즈 느낌을 강조한 팝은 이미 수년 전에 많은 이가 훑고 간 스타일이라서 신선하지 않게 느껴진다. 분위기 잡는 내레이션('Tonight')이나 1990년대 여자 아이돌 가수들에게서나 들었던 발랄함을 최우선에 둔 래핑('Let's Go Somewhere')은 좋게 말하면 정겹지만 솔직히 말하면 몹시 진부하다. 'Stop The Game'은 해금 연주를 곁들여 조금은 이채롭게 들리긴 해도 노래와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해 보여 주기식 첨가물 정도로만 인식된다. 또 이러한 결합은 롤러코스터가 먼저 했기에 산뜻함도 덜하다. 유통기한이 너무 많이 지난 음악을 들고 나왔다.
평점: ★★
크리스마스잖아 (Album Rock Ver.)
Stop The Game
Kiss In The Moonlight



국카스텐 [Frame]
가사, 멜로디, 반주, 가창 모두 주류에서 히트하는 가요의 일반적인 성질과 먼 거리를 두지만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유명 뮤지션이 됐다. 소수의 총애를 받던 시절과는 분명히 처지가 달라졌음에도 이들 특유의 비대중적 까다로움이 새 앨범에서도 유지된다는 점이 반갑다. 극렬한 하드록과 스트레이트한 진행을 거부하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오가는 현란하고 장중한 연주, 자아에 대해 끊임없이 검토하고 파고드는 분열증적인 노랫말, 하현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 일련의 요소를 통해 형성한 몽환적 공기가 어김없이 펄떡거린다. 특히 이번에는 전자음을 많이 들여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뱀', '푸에고', '감염' 등 댄서블한 곡을 곳곳에 배치해 젊은 감각도 함께 발산한다. [Frame]은 굳건한 지향, 견고한 퍼포먼스, 생산적인 변화가 압축된 앨범이다.
평점: ★★★★
변신
깃털
저글링



한영애 [샤키포]
JK 김동욱, 장혜진, 국카스텐 등이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거듭 커버한 덕분에, 그리고 본인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분에 젊은 청취자들에게도 한영애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방송의 도움으로 한영애는 세월이 지나도 두루 회자되는 명곡을 보유한 가수, 독특한 표현력을 지닌 뮤지션임을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영애는 15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샤키포]를 통해 그러한 수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1999년에 낸 5집 [난다 난다 난•다]에서 트립 합을 선보였던 것처럼 그녀는 이번 음반에서도 일렉트로팝의 젊은 사운드('회귀', '샤키포')로 부단히 새로움을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어른 세대가 즐겨 들었던 스타일을 함께 둬 수수한 온기를 전한다. 차분히 감싸 안는 듯한 보컬은 티내지 않아도 멋스럽다.
평점: ★★★☆
너의 편
안부
부르지 않은 노래



Wa$$up [Showtime]
이 땅에서 걸 그룹이 보여 줄 수 있는, 혹은 보여 줘야 하는 콘셉트는 결국 굳셈과 억셈이 아님을 이 앨범은 토로하고 있다. Wa$$up 역시 여느 걸 그룹과 마찬가지로 섹시를 내세웠지만 트워킹은 지나치게 강했다. 관능적으로 보이는 게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고, 힙합이 인기 장르라고 해도 한국 사회, 한국 대중음악계는 섹시 여전사를 수용할 포용력은 아직 없다. 때문에 Wa$$up은 조금 부드러워지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중심 문법인 힙합은 그대로이긴 해도 인도음악과 방그라(Bhangra, 인도 펀자브의 전통음악과 서구 대중음악이 혼합된 양식)의 요소를 가미해 이국적인 정취와 여성스러운 느낌을 부각했다. "엉덩이 사정없이 흔들던 그 뭐지? 그 거시기, 아~ 걔네"로 남지 않을 소중한 가능성 한 표를 획득했다.
평점: ★★
시끄러워U
Stupid Liar
안아줘



옥수사진관 [Candid]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는 은근히 팝이 없다. 주류는 댄스곡과 뻔하다 못해 뻔뻔한 모양의 최루성 발라드가 대다수이며, 비주류는 어느 순간 포크와 록이 큰 면적을 차지하게 됐다. 팝이 기근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트리오 옥수사진관의 [Candid]는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진다. 수록곡들은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순편한 멜로디와 무난한 반주로 담백한 맛을 제공한다. 또한 현악기와 관악기를 적절하게 활용해 서정미와 그윽함을 번갈아 나타낸다. 사랑 얘기, 주변의 풍경이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이야기들도 과하지 않다. Steely Dan('산책'), Electric Light Orchestra('은하철도의 밤') 등이 연상되는 부분도 재미있다. 1980, 90년대의 포근한 가요를 다시 만나는 흐뭇함이 든다.
평점: ★★★☆
산책
가을 타기
멀어지네



김태춘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모든 사람이 성탄절을 즐겁고 행복한 날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조성된 데이트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솔로들,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업무가 많아지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 또는 다른 이유로 불편함이 많은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날일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의 이 홀리데이 앨범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기쁨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삐딱한 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은 될 것 같다. 화물차에 깔려서 선물을 주러 올 수 없는 산타, 산타에게 착취당하는 루돌프 등 동심을 파괴하는 가사로 찬물을 끼얹는다. 사랑과 평온을 이야기하는 캐럴과 다른 내용이라 특이하고 우리나라에서 컨트리로 연주되는 캐럴을 들을 수 있어서 색다르다. 하지만 예수를 원망하고 하찮게 여기는 내용도 있어 자칫 종교 단체들의 반발도 살 수 있을 듯하다.
평점: ★★★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예수
사슴루돌프



슈티 [고백데이]
낯설지만 충분히 여성 그룹임을 예상할 수 있는 클리셰 충만한 이름부터 불안하다. 그리고 이 걱정스러운 마음은 뻔하고 유치한 앨범 타이틀을 통해 증대된다. 내용물은 이 우려들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 땅에 아이돌 그룹, 혹은 이를 빙자한 그냥 예쁘장한 얼굴만 맹신하고 나오는 가수가 얼마나 손쉽게 우후죽순처럼 탄생하는지 슈티라는 신인 여성 듀오를 통해 알 수 있다. 앨범 [고백데이]는 자기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망상하는 학생들이 컴퓨터음악 좀 하는 사람의 반주를 받아 이벤트 음반을 전문으로 제작해 주는 소형 스튜디오에서 추억 만들기용으로 녹음한 CD 수준이다. 보컬이 안 좋으면 스튜디오에서 보정을 잘 해 줘야 하건만 제작 비용이 그 서비스까지 커버하지는 않았나 보다. 인터넷 방송을 플랫폼으로 해 시청자들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하는데, 괜한 짓을 했다. 이들 아니더라도 못 들어 줄 음악은 충분히 많다.
평점: ☆
고백데이
아직도 잊지 못한 나
내 꿈꿔



한음파 [이명 (耳鳴)]
어둡고 냉혹한 기운, 혼란스러운 연주, 버스(Verse)와 후렴(Hook)의 경계가 모호한 흐름이 또다시 앨범을 장악한다. 보통 음악팬들에게는 적잖이 부담스러울 이들 요소는 통일된 정서와 타이트한 연주, 보컬 이정훈의 여유로우면서도 개성 있는 보컬 덕분에 매력적인 불길함으로 다가선다. 출현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으나 몽골 악기 마두금의 활용도 전반에 퍼져 있는 비애감과 음울함을 효과적으로 보조하고 있다. 고독, 황폐,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화자의 불안한 심경을 담은 노랫말도 앨범의 정체성을 보강한다. 대중음악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마두금이 일시적 데커레이션이 아닌 한음파만의 색을 갖추는 재료로 정착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평점: ★★★
곡예사
유령선
Freeze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