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 선정 2014 올해의 신인 원고의 나열

2014년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한 해를 얼마 안 남기고 되돌아보면 그제야 많은 일이 일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올해도 주류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신인 가수가 쉼 없이 등장하며 국내외 대중음악계를 들썩거리게 했다. 이례적인 표절 논란으로 국내에서 더욱 유명해진 Meghan Trainor, 종잡을 수 없는 야릇한 퓨전 양식으로 여신의 자태를 낸 FKA Twigs, 블루스와 록, 소울을 주축으로 중후한 음악을 들려준 Hozier 등은 매서운 팝 시장에서 막대한 존재감을 떨쳤다. 천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슈퍼 남매 악동뮤지션, 복고풍으로 차별화를 꾀한 마마무, 고급스러움과 수수함의 양면성을 모두 구비한 전창영 등은 가요계에서 시선을 끄는 샛별이었다. 2014년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이번 한동윤의 다중음격에서는 "올해의 신인"을 선정했다.


Meghan Trainor | 복고 열풍의 신진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아마추어 가수는 'All About That Bass' 하나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하고 무참하게 묻힌 두 장의 앨범 [I'll Sing With You]와 [Only 17]의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사실상의 데뷔곡 'All About That Bass'는 막대한 사랑을 받았다. 8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켰으며, 10월 기준 미국에서만 4백만 회 이상의 디지털 판매량을 기록했다. 재미있게도 주영훈이 작곡한 코요태의 '기쁨모드'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팝송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엉겁결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All About That Bass'가 내년 2월에 열릴 5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올랐기에 Meghan Trainor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동서양을 불문한 복고 열풍을 지속한 핵심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Hozier | 음악도 훤칠, 외모도 훤칠
기막힌 사내다.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Hozier는 블루스가 잘 나오지 않고, 나온다 한들 히트하기 어려운 시장의 관습을 통쾌하게 깼다. 동성애 혐오자들이 동성 커플을 탄압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로도 화제가 된 데뷔 싱글 'Take Me To Church'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 여러 나라의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이성 간의 사랑을 강요당하는 동성애자의 안타까운 처지를 암시하는 노랫말, 우울함과 박력이 공존하는 보컬, 블루스와 소울, 록의 성분을 골고루 삼킨 외형은 젊은 청취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노래는 내년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 중 "올해의 노래" 후보로 선정돼 다시금 인기와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데뷔 앨범 [Hozier]는 하이브리드 블루스 록의 신세계를 전시한다. 멋진 음악을 하는 것도 모자라 또렷한 이목구비와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는 Hozier를 올해의 인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FKA Twigs | 퓨전의 요정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Robert Pattinson의 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단숨에 인지도가 상승했지만 FKA Twigs는 적극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라이징 스타였다. 2012년부터 EP를 선보인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R&B, 전자음악, 드림 팝 등을 혼합한 야릇한 스타일의 곡으로 평단과 대중을 매료했다. 노래를 아주 잘하지도 않고, 멜로디가 잘 들리거나 반주가 화려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섹시하고, 은근히 주목하게 하는 힘을 낸다. 바다의 요정 세이렌의 노래가 이랬을까 싶다. 첫 정규 음반 [LP1]은 규정하기 어려운, 그럼에도 빨려 들게 되는 퓨전의 바다처럼 느껴진다. 미국 여가수 Banks의 [Goddess]와 비교해서 들어 보면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Royal Blood | 둘이라도 너끈한 터프 록

거라지 록이나 블루스 록을 중점적으로 들려준다는 점과 두 명으로 구성됐다는 사항으로 영국의 신인 밴드 Royal Blood는 부부(였던) 듀오 The White Stripes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근사한 음악으로 아류나 모방이라는 부정적 수식과는 애초에 멀찍이 거리를 둔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소리를 실로 영악하게 내는) 베이스 기타라는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조합에도 일말의 허술함과 허약함 없이 충분히 거칠고 옹골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멤버 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들으면 서너 명의 일반적인 밴드라고 생각하는 이가 다수일 것이다. 게다가 데뷔 앨범 [Royal Blood]의 수록곡들은 오버더빙 없이 원 테이크로 녹음됐다고 하니 더더욱 놀랍다. 어디에도 빈약한 구석이 없다. 2014년 최고의 우량아 2인조다.



Jungle | 21세기 모던 소울

너무나도 평범한 이름 때문에 인터넷 검색에서 돌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음악만큼은 선명하게 두드러진다. 대중문화 전반에서 효력을 유지하는 복고 인기를 증명하듯, 영국 특유의 고전 문법에의 강한 애착을 이야기하듯 영국 밴드 Jungle은 예스러운 소울과 펑크(Funk)로 트렌드와 국적을 차분히 반영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모타운 스타일의 가벼운 소울이나 관악기를 대포처럼 쏘아 대는 활력 넘치는 펑크에 열중하지 않고 과거의 향은 나지만 미세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어 본인들만의 현대적 리바이벌을 행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려고 하기보다 일단 자기 빛깔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히트는 하지 못했지만 소울의 다소곳한 재해석은 올해 대중음악 노트에 반드시 기록될 움직임이었다.


마마무 | 차별화된 콘셉트의 성공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든 팀과 여유를 두지 않고 출격하는 신인들로 비정상적인 포화를 거듭하는 걸 그룹 필드에서 살아남는 핵심 정책은 음악보다는 콘셉트의 차별화가 됐다. 마마무는 1960년대에 유행했던 R&B 스타일을 내세워 보통의 걸 그룹과 자신들을 구분 지었다. 또한 섹시함보다는 화음과 가창력에 중점을 둔 음악으로 특색을 연출했다. 이 덕분에 마마무가 여느 그룹과 마찬가지로 무대에서는 춤을 선보임에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다. 실력이 굳건한 바탕이 되는 상태에서 유니크한 기획이 빛을 발한 경우다. 하지만 드라마 사운드트랙이나 동료 가수와 협업한 노래에서 음악적 특징이 묽어지곤 한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셉트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악동뮤지션 | 프로 같은 신인
악동뮤지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눈길을 끄는 등장, 이 기세를 능준히 이어 간 돋보이는 활약 덕분에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신인이라는 호칭은 재기 발랄한 표현과 유연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훌륭한 노래 때문에 한 번 더 낯설게 느껴진다. 방송을 통해 드러내 온 특출한 작사, 작곡 감각은 2014년에도 온전히 펼쳐졌다. 프로페셔널다운 기량을 보이면서도 청소년의 시각과 감정을 잘 녹여낸 가사, 풋풋한 위트로 순수한 아마추어로서의 모습도 함께 갖춘다. 이들의 음악은 야무지지만 잘난 척하지 않는 수수함으로 더욱 즐겁게 들린다. 10대가 바라보는 세상과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능동적, 기술적으로 풀어낸 순간순간은 진정 대견스럽다. 흔치 않은 남매 그룹이라는 사실 말고도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으로도 이들은 밝게 빛난다.


전창영 | 고품격의 편안함
2013년부터 'Wake Up', '이제 봄' 등을 출시하며 조용히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전창영은 올해 발표한 첫 정규 앨범 [Everything]을 통해 차분하게 자신의 성향과 특장을 보고했다. 팝, R&B, 포크, 록, 재즈 등이 다채롭게, 그러나 호화롭지는 않게 융화된 특별한 음악은 은근히 고급스럽다. 여기에 담백한 전창영의 보컬은 노래를 한결 소담스럽게 들리도록 한다. 여러 장르가 공존하는데도 정갈하고, 청각 신경을 빠르게 공략하는 전술적 선율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끌린다. 너저분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만족한 것과 일반 대중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무난함이 전창영 음악의 최고 매력이다. 얌전하게 나타난 특별한 뮤지션이다.


비단 | 한국 전통문화의 전도사
우리 전통음악이 널리 사랑받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에서 수많은 국악 연주자들은 대부분 퓨전을 궁극의 대안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현명한 대안이 돼야 할 퓨전은 안타깝게도 고루한 모양새를 반복하기 일쑤다. 팝 히트곡을 리메이크하거나 재즈의 요소를 곁들인 이지 리스닝에 몰두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껄끄러운 역사 탓에 여성 국악 밴드 비단의 음악은 더욱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들은 이순신 장군('성웅의 아침'), 훈민정음('출사표'), 춘향전('신사랑가') 등 우리나라의 문화와 위대한 인물을 소재로 해서 한국의 멋을 선전한다. 서양음악의 여러 장르와 접목해 이룬 다양성 덕분에 국악을 즐겨 듣지 않는 이들도 비단의 음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노래의 소재가 된 문물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소개하는 모습은 이들의 음악과 우리 것에 대한 진중한 태도를 느끼게 한다.


포엘 | 벗고 흔들면 다 될 줄 알았지
진정한 2014년 최고의 신인이다. 물론 반어법이다. 데뷔곡 'Move' 뮤직비디오에서의 충격적인 퍼포먼스 때문에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포엘이라는 이름은 기억될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해나 자살 시늉을 벌이는 것처럼, 자신이 필요한 것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요구를 어필하기 위해 테러를 행하는 것처럼 이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너무나도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살려고 그랬어요"라며 선처를 구하는 범죄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포엘이 행한 자위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춤동작은 한국 대중음악이 얼마나 심하게 관능에 집착하는지, 얼마나 저열한지를 확실히 알게 해 주는 바로미터가 될 뿐이었다. 고생했다. 그만 하면 됐다. 정말 그만하자.

2014/12/10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028&musicToday=Y&startIndex=0

모바일은 앱을 설치하셔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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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ㅌㅊㅌㅋ 2014/12/15 11:56 # 삭제

    마마무는 노래도 잘하고 실력이 있는거 같은데 스타일이 너무 올드 하지 않나싶습니다....SNS상에서 입소문도 많이 타고 클립도 돌아다니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곡이 없는거 보면....그냥 전형적으로 재즈를 배운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모인 그룹같은....잘하기는 하는데
  • ㅌㅊㅌㅋ 2014/12/15 11:56 # 삭제

    그러니까 음악에서 자기들 만의 스타일이 없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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