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타지 않는(혹은 않을) 크리스마스 캐럴 원고의 나열

매년 이맘때에는 수없이 많은 크리스마스 노래가 쏟아져 나온다. 1년에 단 한 번, 짧게 스쳐 가는 하루를 황홀하게 예열하는 캐럴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리메이크, 창작곡 등 다양한 작품이 대거 밀집해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는 노래들은 한정돼 있다. 많은 이가 12월에 즐겨 찾는 크리스마스 노래들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성탄절의 정경을 잘 표현한 가사, 팝 형식과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친화력을 반드시 보유한다. 일련의 특성이 갖춰진 곡은 출시된 해뿐만 아니라 긴 시간이 지나도 부름을 받는다. 그럼으로써 캐럴의 굳건한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시대를 타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명곡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이가 이 노래들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Mariah Carey & Justin Bieber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창작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도권은 1994년 후로 머라이어 캐리가 보유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댄스 팝의 경쾌함, 1960년대 모타운풍의 고풍스러운 정취, 가스펠의 성분을 두루 갖춰 만인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노래 내내 울리는 차임벨은 성탄절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머라이어 캐리 특유의 시원스러운 고음은 흥겨움을 끌어올린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노래는 1994년뿐만 아니라 거의 매년 여러 나라 음악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하고 있다.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으며, 업템포 창작 캐럴의 롤모델로 등극한 사실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명확한 위상이다. 크리스마스 즈음해 텔레비전, 라디오는 물론 길거리까지 장악하는 점으로 인기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캐럴의 스테디셀러, 위대한 크리스마스 찬가다.




Bing Crosby – White Christmas
크리스마스마다 안방을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 [나 홀로 집에] 중 케빈이 목욕탕에서 머리빗을 쥐고 'White Christmas'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이에게 익숙할 듯하다. 영화에 삽입된 것은 R&B, 두왑 그룹 드리프터즈(The Drifters)의 버전이지만 1940년대 초반 빙 크로스비가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이래 노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없이 리메이크됨으로써 캐럴의 명실상부한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빙 크로스비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풍성한 울림이 포근하게 귓가를 감싸고, 1절 이후 나오는 합창이 성탄절의 경건한 분위기를 살린다. 노래는 5천만 장 이상의 어마어마한 판매량으로 2007년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싱글 1위에 호명됐다. 수치만 따진다면 그 어떤 팝 히트곡보다 위대한 홀리데이 음악인 셈이다. 이러니 성탄절에 'White Christmas'가 안 들릴 수가 없다.


Killers – Christmas In L.A.
얼터너티브 록, 뉴웨이브 등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하는 미국 록 밴드 킬러스는 2006년부터 에이즈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크리스마스 자선 싱글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2013년에 낸 'Christmas In L.A.'도 그 기획의 연작물로서 할리우드 스타 오언 윌슨(Owen Wilson)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에 더불어 실사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접목해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영상이 흥미롭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배우로 생활하고 있지만 낮은 지명도와 외로움 등으로 번민하는 이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많은 사람이 행복해하는 크리스마스에도 어딘가에 소외받거나 쓸쓸함을 느끼는 계층이 있음을 시사한다. 크리스마스 노래치고는 측은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도 실제로는 그렇다. 'Christmas In L.A.'는 남을 향한 온정을 품게 해 준다.




Justin Bieber – Mistletoe
우리말로 겨우살이라고 불리는 미슬토(mistletoe) 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의 불가결한 항목이다.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송에는 미슬토라는 단어가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특히 겨우살이 장식 아래에서는 어떤 이성과도 키스해도 된다는 풍습과 이때 입맞춤을 하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 탓에 인연의 매개로서 수없이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팝 스타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 역시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하기 위해 미슬토 아래에 가 있겠다고 연모의 감정을 넌지시 전달한다. 가사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설렘을 나타내지만 곡은 수더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 레게 리듬, R&B풍의 가창이 혼합돼 있어서 12월이 놓인 겨울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넘어 사계절의 팝이 되기에 충분하다.


The Moody Blues - Happy Xmas (War Is Over)
세월이 흘러도 꾸준한 사랑을 얻는 크리스마스 노래에는 귀에 잘 익는 편안한 선율이 꼭 있다. 존 레논(John Lennon)과 오노 요코(Ono Yoko) 부부가 1971년에 선보인 'Happy Xmas (War Is Over)' 역시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직관적인 멜로디로 오랜 세월 많은 이에게 불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 노래에는 베트남전에 개입한 미국 정부에 철군을 요구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사랑과 은혜를 염원하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가사로 'Happy Xmas (War Is Over)'는 더욱 큰 감동을 연출했다. 프로그레시브 록, 심포닉 록의 거장 무디 블루스가 2003년 앨범 [December]에 수록한 리메이크 버전은 그룹의 본래 성향과는 다르게 원곡에 충실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탬버린 연주, 부드러운 오케스트레이션, 잔잔한 화음이 어우러진 이들의 노래는 장년층이 그 옛날 즐겨 들었던 올드 팝의 전형이다.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온기는 노래를 크리스마스의 배경음악 우선순위에 들게 한다.


Ariana Grande – Santa Tell Me
뛰어난 가창력, 귀여운 외모로 팝의 요정이라는 호칭을 얻은 아리아나 그란데가 올해에도 크리스마스 노래를 발표했다. 작년에 낸 창작 캐럴 'Love Is Everything'은 R&B와 가스펠 성격이 강했던 반면에 이번에 선보인 'Santa Tell Me'는 전반적으로 밝고 가볍다. 노래는 캐럴에서 빠질 수 없는 차임벨 소리로 발랄함을 보조하면서 명쾌한 멜로디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내년 성탄절에는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며 풋풋한 감정을 표출하지만 뒷부분의 가스펠풍 구성으로 음악적 성숙함도 구비했다. 브리지를 지나 고음의 코러스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부분에서는 시즌송 이상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친숙하고, 다정하며, 섬세하다. 해가 지나도 지속적으로 간택될 요소가 충분하다.

2014/12 한동윤


덧글

  • 지구밖 2014/12/26 09:21 #

    머라이어캐리 짤방 뭔가 귀엽네요.
  • 한동윤 2014/12/26 10:59 #

    고령에 선방했습니다. 더구나 옆에 꽃청년도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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