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하드코어 힙합의 위대한 이정표 원고의 나열


퀸스브리지 출신의 랩 듀오 몹 딥(Mobb Deep)의 두 번째 음반 [The Infamous]가 취하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명확하다. 하드코어 힙합이 어떤 음악적 전경을 내보이는가에 대한 해답이자 모범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투박하고 거친 드럼 프로그래밍, 경쾌함과는 거리가 먼 샘플들을 엮어 연무가 짙게 껴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 스산함, 앙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앨범이 어떤 기후를 가질 수 있다면 [The Infamous]는 바람 한 점 없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가 될 것이다"라는 미국 대중음악 기자 세레나 킴(Serena Kim)의 묘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앨범은 정적이고 심히 우중충하다.

그룹은 1993년 데뷔작 [Juvenile Hell]을 출시하며 하드코어 힙합 대오에 합류했으나 상업적 실패와 함께 소속사에서 퇴출당하는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어둑한 기운은 이때도 존재했으나 더러 펑키한 음악도 있어서 흐름이 일관되지 않았고 이즈음에는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의 'Punks Jump Up To Get Beat Down', 더블 엑스 파시(Double X Posse)의 'Ruffneck', 지기(Zhigge)의 'Toss It Up'처럼 유니슨 형식으로 훅을 꾸민 곡이 많았던 터라 그들보다 조금 늦게 같은 노선을 탔던 몹 딥의 노래가 돋보이기란 쉽지 않았다. 확실히 그들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스타일을 구축해야 했다.

결론은 어떤 하드코어 래퍼들보다 더 침울하고 무게감 있는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비트를 관장한 멤버 해복(Havoc)은 한없이 어두워지려고 기를 썼다. 'Survival Of The Fittest'와 'Eye For A Eye (Your Beef Is Mines)', 'Shook Ones Pt. II'에는 단조의 피아노 연주를 넣고 'Cradle To The Grave'는 짤막하게 관악기 소리를 삽입함으로써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Kitty With The Bent Frame', 테디 펜더그래스(Teddy Pendergrass)의 'And If I Had' 같이 침침한 곡을 샘플로 쓴 것도 앨범의 지향을 더욱 선명하게 해 준다. 수록곡 전체를 지배하는 왜곡된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 드문드문함에도 강렬하게 들리는 둔중한 드럼은 매섭고 으스스한 기운을 잃지 않게 했다.

냉혹한 소리로 일관한 것은 노랫말 때문이었다. 밝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니 곡도 가사가 전하는 대기와 맞물려야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라이벌 조직을 향해 총을 쏘고, 경찰이 출동하고, 감옥과 마리화나가 반복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들이 자란 동네가 인정사정없는 곳이고 자신들도 무서운 존재라며 위협하는 'The Start Of Your Ending (41st Side)', 불량배들의 삶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가차 없는 생활이라는 'Survival Of The Fittest', 살인 혐의를 받고 도주한 갱단 동료에게 보내는 편지 'Temperature's Rising',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갱스터 인생을 이야기하는 'Cradle To The Grave' 등 노래들은 뒷골목의 황폐한 삶을 나열했다. 특유의 비트는 어두운 내용의 가사와 조응하면서 온갖 범죄로 만연한 거리를 파노라마처럼 재현해 보였다.

잔혹한 현실을 부감한 동시에 이것을 음산한 음악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앨범은 하드코어 힙합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했다. 올뮤직(Allmusic)의 스티브 휴이(Steve Huey)는 "모든 불길한 대기와 장대한 범죄 드라마에 관련한 주제들을 쓸어 담았다"고 평하며 앨범을 시대를 초월한 하드코어의 클래식이라고 극찬했다. 다른 음악 매체들도 최고의 힙합 앨범 리스트를 선정할 때 이 앨범을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 [The Infamous]는 절대적 값어치를 과시한다. 그룹의 존재뿐만 아니라 동부 하드코어 힙합을 찬연히 빛나게 한 작품이었다.

(한동윤)

[힙합열전]에 실린 몹 딥의 원래 원고를 조금 줄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