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의 극한리뷰 7회 원고의 나열

대체로 회전이 뜸해지는 연초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음원 시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활발해진다. 두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한 타히티와 소녀 분위기를 풍기는 신인 여자친구 등으로 걸 그룹 경합이 펼쳐지고 있으며, 장수 중창 그룹 노을과 드라마 OST를 통해서도 부지런히 활동해 온 화요비가 컴백해 발라드 필드를 달구는 중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From The Airport, 말괄량이 같은 활달한 음악을 하는 록 밴드 에고펑션에러, 끈적끈적한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 R&B 가수 리코도 눈에 띈다. 이번 "한동윤의 극한리뷰"에서는 좋은 이유든, 반대든 주목할 음반 10장을 꼽아 봤다.



종현 [The 1st Mini Album 'BASE']
다년간의 활동을 통해 검증된 가창력은 기본적인 믿음을 준다. 언더그라운드와 주류를 아우르는 실력파 뮤지션들을 섭외한 것은 앨범의 질적 충실함과 풍성함을 선전한다. 또한 종현은 작사, 작곡에 적극성을 내비침으로써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뽐내는 동시에 샤이니와 구분되는 확실한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SM과 교류해 온 작곡가들을 적게 포섭한 것도 솔로로서 새로움을 찾는 경로의 하나였을 것이다.

디스코와 일렉트로팝을 혼합한 '데자-부 (Deja-Boo)', 업비트의 힙합 소울 'Crazy (Guilty Pleasure)', 중간 템포의 R&B 'Love Belt' 등 젊은 음악팬들이 좋아할 스타일을 두루 구비하는 가운데 가스펠을 표방한 '할렐루야 (Hallelujah)'가 자리함으로 인해 음악적 깊이도 미약하게나마 충족한다. 전혀 색다른 솔로 출격은 아니지만 2차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말쑥한 첫선이다.
평점: ★★★☆
데자-부 (Deja-Boo)
할렐루야 (Hallelujah)
Love Belt



매드 클라운 [Piece Of Mine]
좋은 말로 하면 뚜렷한 자기 스타일을 보유한 것이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발화가 웬만큼 예상되는 정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어절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음절을 길게 연결시키는 발음,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뱉기 전 약간 쉼을 두는 것 등의 그만의 래핑 방식은 몹시 선명하지만 거의 모든 노래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벌써 식상하다. 앨범에 참여한 객원 뮤지션들 사이에서 돋보이지 못하는 것도 그에 따른 문제. 그러나 언더그라운드 태도의 견지, 다양한 양식의 확보는 래핑의 아쉬운 면을 상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평점: ★★★


때려박는 랩




타히티 [2nd Mini Album (Fall Into Temptation)]
타히티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은 명석하지 못한 걸 그룹 기획의 완벽한 한계를 전시한다. 'Love Sick'으로는 티아라를, 'Phone Number'는 최근 어느 정도 유행 중인 빈티지한 흑인음악을, '오빤 내꺼'로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일렉트로팝 댄스를 실시한다.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특기 없이 "뭐 하나 얻어 걸려라" 하는 투다. 남들 따라가는 데 급급해서는 결코 멋진 모습이 나올 수 없다. 'Phone Number'의 안무도 이미 있어 왔던 것들의 모음. 결국 보여 줄 거라곤 사타구니 사이로 손 넣는 춤이 전부, 애처롭기 그지없다.
평점: ☆
Love Sick
Phone Number
오빤 내꺼




From The Airport [You Could Imagine]
적당히 상쾌하고 바삭바삭하다. 신시사이저가 선두에 서고 일렉트릭 기타가 후방을 지원해 만든 사운드는 분명히 흥겨우며 시원스럽다. 템포가 느린 곡에서도 전자음이 빚는 청량감은 어느 정도 감돌아 심심하지 않다. 그러나 이 근사한 반주를 극도의 화끈함으로 연결시키는 선율이 충분하지 않은 점과 보컬이 열기를 제대로 보조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련의 결점들로 말미암아 노래들이 내는 타격감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From The Airport가 어떤 음악을 하며, 어떤 것이 자신들의 장기인지는 또렷하게 표현했으니 괜찮은 시작이다.
평점: ★★★
Sight
Timelines
Enjoy The Flight




노을 [보이지 않는 것들]
많은 것이 빠르게 사라지는 시대에 10년 넘게 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기념할 만한 업적이다. 보컬 그룹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빼어난 기량으로 그 명맥을 이어 가는 점도 의미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일련의 긍정적인 면들이 "지속"에 그친다. 달리 말하면 노을은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박진영이 제작했을 때나 긴 공백을 마감하고 다른 둥지를 통해 컴백했을 때나 스타일은 매한가지다. 중창 그룹으로서의 포맷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가 부족하고 뻔한 편곡을 위시한, 대중성을 언제나 우선에 둔 제작에 몰입한 탓이다. 긴 세월의 존속이 당당한 걸음걸음이 되지 못하고 답답한 연명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
평점: ★★☆
가슴을 차갑게
날개
어떤 말도



에고펑션에러 [에고펑션에러 (Ego Function Error)]
장난기 다분한 노래들이 펼쳐진다. "티브이 라디오 강아지 냥냥냥 고양이 낚시를 해"('내가 그러려고 그러는 게 아닌데' 중), "수박바는 씨를 발라 뱉었지 꼰대가 좋아하는 싸싸싸싸만코"('애벌레 라이프' 중)처럼 의미를 선뜻 파악할 수 없는 가사들이 여기저기를 장식한다. 보컬 또한 "잘 부르는 것"에 주안을 두기보다는 마음 내키는 대로 즐겁게 노는 편에 가깝다. 요소, 요소가 키치로 똘똘 뭉쳤다.

가벼움이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그것만이 에고펑션에러가 지향하는 전부는 아니다. 펑크와 포스트 펑크를 중심 장르로 취하는 가운데 디스코 양식을 접수한 예스러운 댄스 록('흔들리는 오후'), 사이키델릭과 익스페리먼틀 록('어떤 날', '파인') 등 여러 퓨전 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록 음악에 대해 다채롭고 진지한 접근을 행하고 있음을 밝힌다. 단순히 한 번 즐기고 끝날 작품은 아니다.
평점: ★★★☆
내가 그러려고 그러는 게 아닌데
흔들리는 오후
통쾌하도다




리코 [The Slow Tape]
노래들이 온통 섹스를 이야기한다. 몇 번을 무작위로 재생해도 동일한 주제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앨범은 밤에 어울리는, 꼭 밤이 아니더라도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때의 배경음악을 꾀한 R&B인 "슬로 잼(Slow Jam)"을 메인 메뉴로 줄기차게 밀고 나간다. 때문에 끈적끈적한 대기가 전반을 장악한다.

같은 어법을 반복하니 지루함이라는 단점이 발생한다. 가사는 온통 잠자리 얘기고, 곡들의 형태는 꾸준히 무심하게 느긋한 탓에 들을수록 감흥은 급감한다. 슬로 잼이 태생적으로 느린 템포를 낸다고 해도 이 안에서 색다른 구성을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노랫말도 은유나 함축을 두루 활용했다면 어느 정도의 흥미를 획득했을 것이다. 음악 스타일을 감안해 비유를 한다면, 36분 동안 같은 체위만 나오는 야동이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평점: ★★☆
Take It Off
Sex Baby
Special




화요비 [820211]
확실히 전보다는 노래들의 전반적인 톤이 다소 내려갔다. 발라드를 내보이는 건 변함없지만 과거에 비해 더 침착하다. 전시 내지는 과시용으로 끼워 둘 법한 아슬아슬한 고음부도 얼마 없다. 이것이 전에 겪은 성대 결절과 그로 인한 자신감 저하 때문에 선택한 방도라면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단순히 음역을 낮춰 안정감을 획득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에 적합한 고민이 부족했다.

어쩌면 이는 꼭 건강 문제에 따른 선택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화요비는 [Hwayobi], [Reborn], [I Am] 등을 통해 네오 소울, 힙합 소울 등을 계속 펼쳐 왔다. 꽤 멋진 그루브를 선보였음에도 음원 성적은 발라드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결국 많은 이의 지지를 얻을 평범한 발라드에 집중하게 됐을 테다. [820211]에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결정이 읽힌다.
평점: ★★
그 사람
서른셋, 일기
겨울 그리고 또 겨울




여자친구 [여자친구 1st Mini Album 'Season Of Glass']
소속사는 앨범 커버에 대해 소녀들의 활기찬 모습, 건강미를 어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뻔히 비치는) 실제 속내는 그와 다르다. 손쉽게 포르노를 구할 수 있고, 여성 연예인의 노출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세태에 일본식 "체육복물(物)" 콘셉트로 남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심산이다. 그룹 이름마저 뭇 남자 청소년들, 혹은 외로운 삼촌들의 생활 속 판타지를 자극하고 있다.

음악팬들의 관심을 끌려는 책략은 타이틀곡 '유리구슬 (Glass Bead)'에서도 구체화된다. H.O.T.의 'We Are The Future'에 도입부로 쓰였던 건반 루프를 옮겨 와 H.O.T. 팬들의 추억을 건들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후렴을 의도적으로 본뜸으로써 비교를 통한 소비를 하게 만든다. 대중의 눈에 빠르게 들고 더 팔리기 위한 수작이 곳곳에 밴 데뷔다. 다른 노래들은 청순함과 깜찍함을 내세우는 걸 그룹들의 기본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판에 박힌 눈요깃거리가 탄생했다.
평점: ★☆
유리구슬 (Glass Bead)
Neverland
White (하얀마음)




헬로펌킨 [Sweet Ever Bitter Never]
수록곡들의 형식은 R&B인데 보컬에 기교가 덜해 담백한 팝처럼 들린다. 덕분에 많은 이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요즘 R&B의 트렌드를 적당히 흡수하면서 질박한 분위기도 함께 내는 반주는 으뜸 매력이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의 생활과 보편적인 감정에 입각한 노랫말까지 갖춰 대중성도 얻는다. 헬로펌킨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싱어송라이터 이효원은 실력자들이 응모하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이력답게 데뷔 EP에서 괜찮은 재능을 뽐낸다. 이제 첫 판이라 본인만의 특색은 다소 부족하지만 여기에서 드러낸 깔끔한 편곡과 수수한 감성을 잘 배합하고 키운다면 앞으로 더 근사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평점: ★★★
Valentine
아니 그래서 니가 난 아니고
Ale B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