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은 결코 가혹하지 않았다 그밖의 음악


지난 25일 방송된 [케이팝스타]에서 유희열은 이진아의 공연을 혹평했다. 공연이 끝난 뒤 노래에서 이진아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유희열은 노래를 앨범에서 잠깐 쉬어가는 소품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좋은 느낌을 표한 박진영, 양현석과는 상반되는 평이었다. 이어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제일 잘하는 것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무대에 대한 아쉬움을 한껏 드러냈다. 이진아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본 시청자 중 일부는 이진아가 측은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겨우겨우 참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기 같은 목소리로 소녀 취향의 노래를 불러 온 것을 본 이라면 음악으로 내보이는 특유의 여린 정서 때문에 괜히 더 딱하게 보였을 듯하다.

이진아는 공연에 앞서 나온 사전 인터뷰에서 무대에 대한 부담감,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 창작 과정을 언급하면서 아예 예전에 편하게 만든 노래가 좋게 들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고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노래를 선곡했다고 말했다. 이진아가 부른 노래는 '두근두근 왈츠'라는 제목처럼 왈츠 리듬을 바탕으로 했으며, 가사는 연모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의 설레는 기분을 이야기했다.

왈츠는 주류 대중음악에서는 흔히 볼 수 없긴 해도 스웨터의 '시작은 왈츠로', 리딩톤의 'Black Waltz', 꽃별의 '기억 속의 왈츠' 등 퓨전 국악 밴드나 인디 음악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여기에 사랑의 감정을 예쁘장하게 속삭이는 가사는 홍대 여가수의 전통적 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평범한 콘텐츠다. 특별함이라곤 없는 퍼포먼스였다.

이진아는 [케이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태계에서는 오래 생존할 수 없는 개체다. 화려한 연주 기교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녀가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스스로 곡과 가사를 쓴다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사항밖에 없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전시용, 과시용 보컬과 연주가 거세지는 틈바구니에서 이진아가 다른 이들보다 돋보이려면 참신한 멜로디와 노랫말을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 새로운 감각의 노래가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싱어송라이터의 숙명이며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경합에 참가하는 창작자가 감내해야 할 페널티이기도 하다.

유희열은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진아를 다그쳤다. 비단 지금 하는 방송만이 아니라 앞으로 음악계에서 생명력을 내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단히 최선을 찾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진아는 한계가 비교적 명확한 가수이기에 그것을 보완할 신선한 무기를 계속해서 마련해 두어야 한다. 유약한 보컬과 넓지 않은 음역 등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약점을 지속적으로 상쇄할 수단은 신선미와 독특함이다. 그녀는 그것을 숙지해야 한다. 유희열의 평가는 결코 가혹하지 않았다.

덧글

  • RuBisCO 2015/01/26 23:40 #

    오히려 유희열이 지금까지 해온걸 보면 가장 관대한 사람이죠.
  • NoLife 2015/01/27 09:38 #

    노래를 하기 전에 한 고등학교 시절 만들었다던가, 쉽게 들어달라던가 하는건 전부 사족이라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선곡을 했든 사람들은 노래에 주목하지 그 노래에 담긴 사연에 주목하진 않으니까요.
    유희열의 평가대로 "오디션에서는 잘 하는걸 해야한다"라고 생각합니다.
  • 헤로인 2015/01/27 17:26 # 삭제

    구구절절히 맞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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