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친 1월의 추천 앨범 원고의 나열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2월이다. 쏜살같이 지나간 1월에도 개성과 준수한 작품성을 겸비한 음반이 많이 나왔다. 가요에서는 컨트리 뮤지션으로 완전히 음악적 노선을 옮긴 싱어송라이터 유랑의 [Country Count], 지난해 특정 풍경을 제시하는 것 같은 신스 록 사운드로 인디 애호가들의 이목을 끈 Ludistelo의 2집 [Flashpoint] 등이 흥미로웠다. 팝에서는 색다른 복고 스타일로 음악팬들을 슬며시 유혹하는 Natalie Prass의 데뷔 음반과 전작과 달리 신 나는 음악으로 돌아온 인디 팝 밴드 Milo Greene의 2집 [Control]도 주목할 만하다. 1월에 출시된 작품 중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수작들을 "한동윤의 다중음격"에서 소개해 본다.



유랑 [Country Count]
바비빌도 있고, 김태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다. 인디 음악이 다양한 장르를 품는다고 하지만 컨트리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2009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유랑은 성긴 컨트리 부문을 채운다는 점에서 반갑다. 바비빌과 김태춘이 가사에서 신세대적 유희 내지는 키치를 주로 내세웠던 반면에 유랑은 웃음기를 뺀, 통상적이라 할 노랫말을 표현해 새롭게 느껴진다. 더욱이 홍키통크('Waiting For The Sunrise'), 로커빌리('Are You Ready?') 등 컨트리에서 파생한 다채로운 스타일을 모색해 진중함도 묻어난다. 컨트리 특유의 목가적, 사람 냄새 강한 정취와 귀에 쏙 들어오는 기타 리프는 무척 매혹적이다. John Mayer와 무난한 포크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난 흔적을 지울 완벽한 쇄신이다.



케이피 [I]
래퍼 겸 프로듀서 케이피의 데뷔 앨범 [I]는 분명 산뜻하다. (국내에서는 더더욱) 흔히 접할 수 없는 앱스트랙트 힙합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 사항으로 말미암아 곡들은 난해하며 한편으로는 난잡스럽기까지 하다. 미니멀한 베이스라인을 바탕으로 전자음이 사납게 횡행하며 왜곡된 보컬 샘플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어지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그러나 일련의 불편한 소리가 이 장르의 매력이기도 하다. 랩이 들어간 세 편의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는 연주곡이라서 듣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부추긴다는 점도 나름대로 매력일 것이다. 순수, 사랑, 죽음 등 곡마다 케이피가 설정한 의도를 헤아려 본다면 소음 같은 비트도 흥미롭게 느껴질 듯하다



Ludistelo [Flashpoint]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Experience]를 통해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제시했던 일렉트로닉 록 밴드 Ludistelo의 몽환적인 여정은 [Flashpoint]를 통해 계속된다. 주변의 공기를 아우르는 듯한 큰 볼륨감의 전자음은 변함없으며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각각 보완하는 날카로움과 박력 역시 그대로다. 다만 1집이 이국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우주로 시야를 확대하는 것이 흥미롭다. 'Greeting Of The Universe', 'Space 5432', 'Cosmic Wave' 같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노래들은 광활한 우주로 청취자를 안내한다. 여기에서 다른 누군가와 교신을 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전자음들,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에코 등이 앨범의 콘셉트를 뒷받침한다. 명확한 특색을 내보이면서 포스트 펑크('Cosmic Wave'), 드림 팝('Aftermath') 등 여러 양식을 접목한 것도 [Flashpoint]의 장점이다.



공명 [공명_고원]
전통음악의 애처로운 불모지에 다시 희망의 발을 내딛는 공명의 복귀 음반 [고원]은 가히 가장 한국적인 앰비언트라 할 만하다. 수록곡들은 결코 다급하지 않은 연주, 편안한 호흡의 연결로 앨범의 모티프가 된 강원도 평창 일대의 풍광을 듣는 이에게 조곤조곤 설명해 보인다. 황소걸음처럼 지긋이 나아가는 북소리, 새벽녘을 연상시키는 차갑지만 상쾌한 대기, 때로는 힘차게 음을 그리는 가락은 청취자를 공명의 걸음에 동참하게 한다. 이미 산자락 여기저기를 누벼 가슴이 벅차오르는 절경을 경험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서양악기를 최소화한 채 서양의 대중음악 문법을 구현한 것도 퓨전 국악으로서 대단한 성과다. 자연친화적인 안락감, 우리의 정기를 담아낸 훌륭한 음반이다.



Hardwell [United We Are]
장르 특성상 번잡스러움이 가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 청취 배경에 따라 노래들이 엇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일렉트로 하우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전형적 구조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앨범 전반을 주무르는 억세고 카랑카랑한 전자음은 실로 통쾌하다. 신시사이저 톤을 다채롭게 쓰며 복고와 현대적인 감성을 포섭했으며, 유연한 흐름의 멜로디로 팝의 정서도 살렸다. 동료 디제이들과의 작업을 통해 비트의 밀도와 강도를 높인 것과 Jason Derulo, Fatman Scoop, Luciana Caporaso 등 여러 보컬리스트를 섭외해 다채로운 느낌을 내는 것도 [United We Are]의 장점이다. 이름처럼 단단하고 괜찮다.



Natalie Prass [Natalie Prass]
말 그대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스물여덟 적지 않은 나이의 처자는 오늘날 대중음악 트렌드의 틈새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데뷔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거센 사운드의 범람으로 많은 이가 피로감을 느끼고 반복되는 소울 리바이벌이 식상해질 무렵 Natalie Prass는 트래디셔널 팝과 R&B의 중간쯤에 서는 포근한 음악으로 대중의 갈증을 해소했다.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유약한 보컬, 풍성하지만 과하지 않게 체구를 조율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야릇한 동거는 울림을 극대화하며 고풍스러운 질감을 연출한다. 'Reprise'의 내레이션 보컬은 요즘 노래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방식이라 고전적 성향을 배가하며, 'It Is You'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래 같은 전통의 멜로디를 나타내기에 더욱 정겹다. [Natalie Prass]는 우아한 소리로 청취자를 유쾌하게 농락하고 있다.



Jib Kidder [Teaspoon To The Ocean]
자신을 "루이빌에서 태어나 조지아에서 자라고 미시간에서 수학해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오갔다"고 방랑객처럼 소개하는 Sean Schuster-Craig의 1인 프로젝트 Jib Kidder의 신작. 유목민 같은 생활을 한 탓인지 그의 음악은 무척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인도음악의 정취가 느껴지는 사이키델릭 록('Remove A Tooth'), 산뜻한 쟁글 팝('In Between'), Beach Boys와 Roy Orbison의 노래들을 섞은 것 같은 몽환적인 팝('World Of Machines') 등으로 자신만의 분방한 음악 세계를 전한다. 전반적으로 [Teaspoon To The Ocean]은 마치 Real Estate, Wunder Wunder 같은 밴드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선선함을 실험성과 복잡성을 가미해 꼬는 행위를 보는 것만 같다. 흥미롭고, 때로는 살짝 특이한 느긋함을 느낄 수 있다.



Milo Greene [Control]
본인들 스스로 "시네마틱 팝 밴드"라 명명한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인디 밴드 Milo Greene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이다. 영화 같다는 표현이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구성의 완급과 소리의 강약이 잘 조절돼서 생동감을 확실히 내고 있다. 멤버들의 보컬 연기력 또한 은근히 괜찮아서 노래에 끈기와 긴장감을 보탠다. 그룹만의 특기가 전작과 다름없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업비트의 스타일이 늘어나 새로움을 표한다. 포크를 널찍하게 깔았던 1집과 달리 신스팝('White Lies'), 뉴웨이브 시대의 댄스 록('On The Fence'), 하이 에너지 넘버('Lie To Me') 등 댄스음악이 다량 분포돼 있다. 이 때문에 노래들은 Milo Greene이 지향하는 입체적인 구도가 한풀 꺾이고 가벼움을 획득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단점이 생기고 말았지만 예스러운 경쾌함을 내는 것이 최대의 성과라 하겠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169 (PC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