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냠은 좋았고 양현석과 박진영은 별로였다 그밖의 음악

어제 [케이팝스타 4]에서 이진아가 선보인 자작곡 '냠냠냠'은 꽤 괜찮았다. 지난 사랑을 잊겠다는 다짐을 발랄한 의성어로 표현한 소녀 취향의 노랫말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유아적인 단어를 간결하고 가볍게 전달하면서 클래식과 재즈 기반의 복잡한 반주를 녹여낸 것이 멋스러웠다. 대중성과 아기자기함을 품격 있는 그루브와 융합한 점이 신선한 매력이었다.

[케이팝스타 4] 방송 화면 캡처


이진아의 공연이 끝난 뒤 박진영은 "오디션에서 음악적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높은) 수준이 나왔다"며 특유의 설레발로 말문을 열더니 "흑인 바하가 생각났다"는 표현으로 극찬했다. 아마도 '냠냠냠'의 도입부가 바흐의 [인벤션(Invention)]이나 [예수는 나의 기쁨(Jesu, meine Freude)]을 언뜻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호평을 들을 만한 좋은 구성과 연주였지만 '흑인 바흐'는 객관성을 상실한 과잉 묘사였다. 몇 번 노래가 좋았다고 세상을 떠난 지 몇 백 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클래식의 위인과 비교하는 것은 몹시 섣부른 판단이다.

마치 어록을 남기기 위한 것처럼 평을 부풀리는 박진영의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지만 지난 방송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이는 양현석이었다. JYP에 캐스팅된 에스더김은 톱10을 뽑는 무대에서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불렀다. 첫 음정에 힘이 다소 들어갔고, 두 번째 버스(verse)부터는 슬픈 감정을 애써 이입하고 R&B의 느낌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애드리브를 꾸겨 넣어 우는 것처럼 들렸다. 의미 없는 애드리브와 음 꺾기가 계속돼 노래는 갈수록 불안함을 키웠다. 결국 마지막 부분까지 원곡의 음을 비틀어 불길한 처연함을 거듭했다. 마치 [귀곡산장]을 찍는 듯했다.

방송은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양현석의 평을 내보냈다. 마이크를 든 양현석은 "R&B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만약 여기서 점수판을 누를 수 있다면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R&B의 특징 중 하나인 끝음 처리와 비브라토 기교에 집착한 나머지 불편한 음으로 점철했던 공연에 100점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점수다. 양현석의 심사평은 R&B를 딱 그 정도의 단순한 잣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는 또한 에스더김이 감정을 정말 잘 잡았다고 얘기했지만 에스더김의 무대는 과장된 감정이 만든 씁쓸한 가창에 지나지 않았다. 설익은 할리우드 액션을 간파하지 못하고 당당히 오심하는 심판이나 다름없다.

[케이팝스타 4] 방송 화면 캡처


심사평이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에스더김이 용기를 잃을까 봐 측은지심이 발동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많은 사람의 우러름을 받는 높은 분의 배포라고. 이것이 아니라면 양현석의 음악적 소양과 심미안은 바닥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콩트가 따로 없다. 뛰어난 뮤지션을 선발하라고 모신 전문가인데 누구는 오버하기 바쁘고 누구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이런 어설픔이 반복되면 심사자의 자질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방송의 품질과 높은 순위에 든 참가자의 실력에 대해 불신마저 생긴다. 평가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취향에 경도되는 순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와 의미는 급격히 하락한다. [케이팝스타]는 매 방송에서 그 허망한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덧글

  • 대석 2015/02/16 20:43 # 삭제

    그러니까 박진영과 양현석의 평에 본인이 공감할 수 없다고 해야지. 그들이 틀리다던가 오바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바가 아닌가 해요.
  • 보크 2015/02/16 22:47 # 삭제

    자기생각을 절대적인 사실인냥 판단하는 모습. 도찐개찐.
  • Random_ID 2015/02/21 07:32 # 삭제

    왜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애써 찾아와서 읽어놓고 절대적인 사실인양 얘기했다고 지랄이세요? 평론가는 메모만 해도 공적인 글이 되나봐요?
  • 2015/02/16 22:55 # 삭제

    이거 좀 이상해요. 저번시즌이던가요...팝 부르면 가요불러야한다고 했으면서 이번 중요한 탑 텐 가는거는 팝 불러도 되고 ...

    피에로 부른것도 저는 밥 먹으면서 소리만 들었거든요...무슨 중학생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수준이더만 극찬을 하질 않나...

    냠냠냠도 괜찮지만 저같은 사람이 듣기에는 초반에 나왔던 노래랑 뭐가 다른지도 잘 모르겠고

    참가자가 랩 가사를 시간내에 못 쓸거 같으면 단호하게 커트하고 손을 봐준다던가 디렉팅을 주라고 회사별로 팀을 나눈걸텐데 이건 뭐....ㅡ..ㅡ

  • 그러게요 2015/02/17 02:14 # 삭제

    첫 시즌만 생각해봐도 가사 못 외웠으면 바로 OUT 시켰을텐데....컨셉이 좀 바뀐 것 같기도 하고...하여튼간 오락가락하긴 합니다.
  • 2015/02/17 09:21 # 삭제

    전 솔직히 이 프로그램은 명맥이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진아와 유희열이 그나마 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다음 시즌에 빠져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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