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원고의 나열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한차례 더 증폭한다. 2014년 7월에 공개된 예고편에서 전 세계인에게 익숙할 노래가 아주 끈적끈적하고 엄숙한 모양새로 흘렀다. 미국의 떠오르는 프로듀서 부츠(Boots)가 재가공한 비욘세(Beyonce)의 'Crazy In Love'는 경쾌했던 원곡과 확연히 달랐다. 단조의 피아노 연주, 투박한 드럼, 무겁고 음험하게 울리는 현악기 등으로 2003년 음악 차트를 누빌 때와는 전혀 다른 외양을 나타냈다. 이어 올 1월 초에 나온 사운드트랙의 풀 리스트는 음악팬들의 일제 환호를 몰고 왔다. 엘리 굴딩(Ellie Goulding), 위켄드(The Weeknd), 스카일라 그레이(Skylar Grey) 등 신세대 팝 스타들이 대거 이름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이 명단만으로 영화의 청각적 흥미진진함이 확보된다.

새로운 버전의 'Crazy In Love'로 귀띔한 것처럼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짙은 냉기를 발산한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올해 초에 첫선을 보인 엘리 굴딩의 'Love Me Like You Do'는 간결하면서도 농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울림을 기한 드럼 프로그래밍으로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코러스에서는 폭과 층을 늘려 간절함을 더하지만 에코 효과로 이룬 아련함은 애정의 미결을 묘사한다. 스산한 바람 소리와 영롱한 하프 연주가 다크 판타지의 한 장면을 담아낸 듯한 시아(Sia)의 'Salted Wound', 작은 소리로 촘촘하게 이어지는 베이스라인과 내리찍는 전자음이 절묘하게 화합하는 'Where You Belong'은 곳곳에서 창백한 기운을 모은다. 이들 노래가 내는 정서는 앨범의 무채색 커버 사진에 딱 맞아떨어진다.

서늘함만이 사운드트랙을 관통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과거의 틀을 구해 성숙함도 찾는다. 블루스 색채를 강하게 내 예스러움을 부각한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버전의 'I Put A Spell On You', 오리지널을 그대로 실어 연령대의 큰 편차를 모색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Beast Of Burden'이 그렇다. 왈츠풍의 리듬에 오케스트라 반주로 고풍스러운 팝을 선보이는 위켄드의 'Earned It', 블루스에 목소리를 맡긴 제시 웨어(Jessie Ware)의 'Meet Me In The Middle' 등 자신들의 특징적 사운드를 내려놓고 성인 취향을 모색한 이 노래들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에서 어른스러움은 곧 내색하지 않음이다. 일련의 수록곡은 평상시에는 점잖고 조신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은밀한 관계를 탐닉하는 주인공들의 이중적 태도를 서술한다.

2015/02
음반 해설지 일부

덧글

  • 작두도령 2015/02/26 11:29 #

    영화가 제 취향에 맞을런지 모르겠으나 OST는 확실히 뇌리에 팍 꽂히더군요
  • 한동윤 2015/02/27 17:13 #

    그러게요,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는데요 사운드트랙은 확실히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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