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긴 아까운 2월의 추천 앨범 원고의 나열

2월에도 괜찮은 앨범들이 많았다. 어느덧 활동 사반세기를 맞는 록 스타 Kid Rock의 신작은 그의 연륜과 상통하는 성숙함을 보였으며, 힙합 신에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Emile Haynie의 데뷔 앨범은 다채로운 스타일로 그가 곧 음악계의 허브 같은 존재로 성장할 것을 알렸다. 유수 매체들이 극찬한 포크 가수 Father John Misty의 앨범은 매력적인 흐름으로 즐거움을 줬다.

가요는 "과거의 복원"이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활력을 보였다. 스트릿건즈는 1950년대 젊은이를 춤추게 한 로커빌리를 재현했고, 각자 연주자와 밴드 활동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슈퍼그룹 고색창연은 포크와 블루스의 발전을 이끈 이정선을 회상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Ladybird, 담백한 신스팝을 선사하는 전기흐른의 앨범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Kid Rock [First Kiss]
한때 촉망되는 신진 백인 래퍼였으며 랩 록 트렌드의 주축이었던 Kid Rock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를 맞이했다. 올해로 데뷔 25년이 된 그에게 고성의 거친 래핑이나 묵직하고 공격적인 전기기타 연주는 없다. 2000년 앨범 [Cocky]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컨트리, 블루스, 록으로의 무게 이동은 이제 완연히 자리를 잡았다. 아직은 이름에 "Kid"가 어색하게 보이지만 "Rock"은 지금 더 어울린다.

앨범은 내내 구수하고 흥겹다. 서던 록과 컨트리 특유의 투박하지만 멋스런 사운드가 청취자를 곧바로 미국 남부의 어느 마을로 안내한다. 귓가에 빠르게 안착하는 리프와 가벼운 멜로디가 발장단을 치게 만든다. 전혀 안쓰럽지 않은 나이 듦이라고 할까. 10대들이 좋아할 스타일은 아닐지 몰라도 Kid Rock은 동년배의 사랑을 얻을 음악을 하고 있다.



Father John Misty [I Love You, Honeybear]
상반기 가장 "핫"한 앨범임이 틀림없다. 올뮤직(AllMusic), 스핀(Spin) 등 열 개가 넘는 매체가 미국 싱어송라이터 Father John Misty의 신작에 10점 만점 기준 9점 이상을 매겼다. 비록 빌보드 차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부족한 상업적 성과는 평단의 한결같은 찬사가 상쇄하는 중이다.

삶에서 겪는 사사로운 좌절과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애를 골자로 일관성을 나타내지만 그것을 담아낸 음악은 우울하지 않으며 꽤 다채롭다. 사이키델릭 록('I Love You, Honeybear'), 일렉트로니카('True Affection'), 컨트리와 재즈의 접목('Nothing Good Ever Happens At The Goddamn Thirsty Crow') 등 여러 장르를 순회해 듣는 즐거움을 만족한다. 대부분 곡에서 악기가 풍성하게 쓰였고 코러스 또한 알맞게 추가돼 튼실한 느낌이 든다. 감정의 완급을 능숙하게 표하는 가창도 수록곡 각각의 맛을 증대하는 역할을 했다.



Elin Bell [Elin Bell]
아직 많이 낯선 스웨덴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Elin Bell의 첫 정규 앨범은 현시대 대중음악 시장이 요구하는 음악을 한다. 편안한 팝을 중심에 두고 일렉트로닉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면서 몽롱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트렌디하지만 마냥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 여기에 오묘함을 주입해 자신의 음악을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Imogen Heap이나 Jem 같은 가수가 연상되기도 한다.

결점이 딱히 두드러지지 않는 앨범이지만 그동안 있어 온 인디 음악, 일렉트로니카, 드림 팝 뮤지션들과 큰 차이가 없어 상대적으로 매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딜레마가 존재하긴 해도 이 음반이 편안함과 고혹적 자태를 겸비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CF 배경음악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충만한 노래들이 여기 가득하다.



Emile Haynie [We Fall]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해 왔으나 Kanye West의 'Runaway', Lana Del Rey의 'Born To Die', Bruno Mars의 'Locked Out Of Heaven' 등의 히트로 5년 전부터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Emile Haynie의 데뷔 앨범이다. 그런데 일단 그 사람이 정말 맞는지 의심스럽다. 다양한 영역을 뛰긴 했지만 힙합을 주로 작업했던 터라 Randy Newman, Rufus Wainwright 같은 이름이 영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음악을 트는 순간 의구심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 프로듀서가 힙합 외의 다른 장르에 대한 탐구욕도 강하고 곡 짓기에도 능한 작곡가이기도 함을 깨닫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기반이 되는 장대한 팝('Wait For Life'), 다운템포 계열의 얼터너티브 팝('Come Find Me'), 사이키델릭과 아트 록('Falling Apart') 등 Emile Haynie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준수한 결과물을 뽐낸다. 선후배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음악의 신구 형식까지 한곳에 모은 특급 프로듀서의 위상을 목격하게 된다.



스트릿건즈 [Ordinary Band]
락타이거즈(The Rocktigers)에서 이름은 바뀌었지만 음악 노선은 그대로다. "김치빌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한국 대표 로커빌리 밴드는 스트릿건즈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다시금 우직하게 한 길을 내달린다. 데뷔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특유의 흥겨움은 나이 들지 않고 건재하다. 이것이 이들을 환영하게 되는 이유다.

명패를 바꾸면서 기존 보컬 벨벳지나 대신 남성 보컬 철수가 들어왔다. 로커빌리 시대에 거의 대부분이 남자 가수였던 탓에 철수의 합류는 박력은 물론 그 시절 본연의 느낌을 살리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탄력적인 기타 리프, 몸이 절로 흔들어지는 경쾌한 리듬, 심각한 고민과 거리를 두는 유락의 노랫말이 즐거움 충만한 무도회장을 만든다. 음악은 가볍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내는 독보적 밴드의 귀환이 반갑다.
Everybody Needs Rock And Roll
Ordinary Band
Crazy Night



Ladybird [별의 시간]
잠잠한 분위기, 피아노와 사람의 목소리로만 이뤄진 단출함은 듣는 이를 노래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와 더불어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둔 듯한 문어체의 노랫말은 사색을 유도한다. 사람이라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생각해 보고('사람들은 모두 외롭다'), 떨어지는 빗줄기에 그리움을 대입해 보기도 하며('비의 노래'),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확인하게 된다('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청취자는 가수와 작은 대화를 나누는 느낌도 들 만하다.

오직 피아노가 전체 반주를 담당하는 탓에 Ladybird의 음악을 심심하게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재즈풍의 접근도 없어 조금 템포가 빠른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말고는 리듬감도 맛보기 어렵다. 그러나 연주와 노래의 가까운 호흡, 이 둘의 독차지로 생겨난 여백이 고요한 운치를 전한다. [별의 시간]은 센 음악을 잠시 피할 쉼터를 제공한다.
환상의 세계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멜로디



전기흐른 [우리는 밤에 산다]
전자음이 전반에 머무르지만 결코 냉랭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때로는 어느 정도 빠른 템포를 내보이나 절대로 경박스럽지 않다. 전자음악의 몇몇 하위 장르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성향인 난해함이나 포악함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싱어송라이터 흐른과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류호건의 일렉트로닉 듀오 전기흐른의 정규 1집 [우리는 밤에 산다]는 침착한 전자음악을 들려준다.

이번 앨범은 2013년에 발표한 데뷔 EP [길티 플레저]와 조금 다르다. 전작은 명확한 루프를 신경 쓰고 바운시(Bouncy)한 부대 신시사이저 연주를 다수 부착했던 반면에 신작은 그러한 편곡에서 살짝 벗어난 모양새다. 흐른의 가창은 항상 절제돼 있고 곡들의 멜로디 또한 높은음을 지양하는 편이어서 한결 다소곳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은은한 그루브, 전형적이지 않은 선율로 세련미를 발산한다. 패션 업계에서 나온 말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무심한 듯 시크한" 음악이다.
우리는 밤에 산다
떠나가네
Super Moon



고색창연 [고색창연 하나, 외로운 사람들 (이정선 송북)]
"아, 또 복고구나" 멤버들이 1970, 80년대 교복과 그 시절의 교련복을 입고 찍은 앨범 커버 사진을 보면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당시 음악다방이나 고고장, 라디오 방송 등을 점령했던 히트곡들의 커버로 채워져 있지 않다. 리메이크는 맞지만 뻔하게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다. 방혁, 오정수, 서영도, 서현정으로 이뤄진 고색창연은 솔로는 물론 해바라기, 신촌 블루스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포크, 블루스의 거목 이정선을 추적하고 추억한다.

이들의 재해석은 자유롭고 진취적이다. 대부분을 노래가 아닌 연주에 집중하고 있으며 원작보다 더 진한 분위기, 섬세한 편곡을 취함으로써 풍미를 더한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오늘 같은 밤' 등 멜로디가 익숙한 작품에서도 오리지널의 결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포인트를 둔다. 대중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주자들이 만든 슈퍼그룹인지라 연주는 실로 타이트하다.

명인을 선정해 그들의 업적을 기린다는 취지가 멋스럽다. 이 기획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준수한 음악과 과거를 향한 애정이 녹아든 고색창연한 물결이 일렁인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외로운 사람들
오늘 같은 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237&startIndex=0&musicToday=Y (PC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