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개그반] 웃지 못할 개그 반(半) 가끔은 만화

점점 웃음을 잃어 간다. 현용민 만화가가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웃지 않는 개그반]은 갈수록 재미를 분실하고 있다. 스토리는 지지부진하며 인물들 간의 대립마저 느슨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웃어야 할 부분을 되짚어 보거나 미처 간파하지 못했을 장면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할 만큼 익살스러움을 즉각적으로 느끼기가 어렵다. 작품은 분명 개그물이건만 유쾌함이 사라져 일상 웹툰이 돼 간다.

네이버 웹툰 [웃지 않는 개그반] 시즌 1, 1화 '오디션' 캡처

항상 경직된 표정에, 남을 웃기는 데에도 재주가 없던 왕진지가 개그맨을 꿈꾸며 미친예술고등학교의 개그학과에 진학한다는 설정의 [웃지 않는 개그반]은 2012년 9월에 시작해 2년 6개월가량 연재되고 있다. 웃지 않는 것이 개그의 기본, 이 때문에 웃는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선생들의 체벌, 외모와 수업 분야가 대조되는 선생들의 캐릭터 등 현실과 동떨어진 연출은 나름대로 독특했다. 여기에 연애, 왕따 문제, 시험, 체육대회 등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하는 일들로 일반성도 확보했다. 이로써 [웃지 않는 개그반]은 공감 가능한 판타지라는 기초를 구축했다.

그것이 전부다. 이 뼈대 위에 매력적으로 살이 붙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조연들의 부족한 개그 감각을 나타내려했다고 해도 그들의 행위는 보기 답답할 정도로 재미없다. 송아리, 도애지, 계란희 등의 동물, 사물이 연상되는 이름의 인물이 무엇을 할지 명확히 예상되는데 이를 개그 코드로 밀어붙이는 것도 너무나 일차원적이다. 주요 인물 몇몇이 캐릭터를 잡기 위해 하는 유별난 행동이나 분장도 웃음을 짓기에는 턱없이 허술하다.

네이버 웹툰 [웃지 않는 개그반] 시즌 2, 1화 '개학' 캡처

아무리 만화라고 하지만 전개 속도가 느린 점도 따분함에 한몫한다. 2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이야기는 아직 2학기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거나 인정받는 개그 인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소요해야 할 것이다. 하다못해 주변 인물들과의 대립이라도 풀어져야 약간의 진행을 기대할 텐데 그것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그반이 이름에 맞게 개그반으로 거듭나는 결말은 지금 같아서는 실로 언감생심이다.

왕진지가 무예와 개그를 사사했다는 김치만에 대한 언급으로 작품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으나 진전이 없다. 김치만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선생들의 활동이 몇 주 동안 나왔지만 이렇다 할 결과 없이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허무한 흐름은 김치만을 영화에서의 속임수를 뜻하는 맥거핀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 에피소드가 남긴 것은 왕진지가 조금 독해졌다는 사실뿐이다. 정작 개그 성장은 느낄 수 없다.

가장 황당한 것은 개그라는 전공에 맞는 학교의 체계적인 교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그의 기본이 웃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할 뿐 선생 중 누군가가 개그다운 개그를 가르치는 장면은 볼 수 없다. 명색이 개그반인데 윤리, 수학, 체육 등 평범한 과정만 있고 마임, 화술, 연기 등 코미디에 필요한 강의를 하는 모습은 거의 접할 수 없다. 여기에서 나오는 선생들은 웃는 학생들을 때리는 데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실리와 애정, 존중이 없는 현 제도교육을 비판하려고 한 것이라면 이미 충분하다. 이 부분 또한 [웃지 않는 개그반]이 무료함을 반복하는 태생적 결점이다.

중요도가 덜한 이야기는 버릴 줄 알아야 하며, 다수가 인정할 만한 임팩트가 있는 유머의 구사와 이에 대한 냉철한 점검이 필수다. 개그반을 개그반답게 표현하지 못한 부실한 초기 설정을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금의 이야기에는 군더더기가 많다. 웃지 못할 개그가 반, 아니 그 이상이기 때문에 개그반 대신 독자가 웃지 않고 있다.

네이버 웹툰 [웃지 않는 개그반] 시즌 2, 31화 '복수' 캡처

* 가끔 등장하는 왕진지의 아빠, 외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침을 흘리는 아빠가 의외의 히어로다.

덧글

  • Andante 2015/03/14 20:41 # 삭제

    저도 웃지않는 개그반을 쭈욱 봐가는 독자입니다 ㅎ

    재미없지는 않지만 약간의 따분함과 개그요소부족,긴장감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공감이 가네요 ㅎㅎ

    그래도 작가님이 나름 열심히 연재하시면서도

    개그요소를 부각시키는 것이 힘드실겁니다..
  • 진지진지 2015/06/19 19:33 # 삭제

    이 글쓰신분 뭘 모르네... 웃지않는개그반은 개그만화가 아니라 스토리만화임. 만약 개그만화였다면 스토리만화가 아니었겠죠. 그림체도 그렇구요.
  • 노잼 2015/07/08 15:56 # 삭제

    저도 얼마전부터는 안봄
    시간이 아까움노잼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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