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에 대한 오해와 편견 원고의 나열

국내의 몇몇 리듬 앤드 블루스(R&B)는 노골적으로 섹스를 탐한다. 크러쉬의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 박재범의 '올라타', 리코의 '섹스 베이비'(Sex Baby), 크리시베어의 '테이크 잇 슬로'(Take It Slow) 등이 그 부류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잠자리를 주제로 한 노래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추세다. 걸 그룹의 안무에서 주로 읽히던 정사의 메타포는 이제 가사에서 직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숨김없이 격정 어린 행위를 서술한다. "내 입으로 네 브라를 벗겨"('올라타'), "살결은 부드러워 아래로 손이 내려가"('테이크 잇 슬로'), "밤새도록 서로를 어루만져"('섹스 베이비') 같은 노랫말로 침상 위에서의 밀어를 당당하게 그린다. 청소년들이 듣기에는 다소 곤란한 내용이다. 음원 사이트에서 미성년자 청취 불가 제한을 받았다고 해도 검색 한 번이면 블로그나 웹 커뮤니티를 통해 쉽게 들을 수 있다. 일련의 제약은 성관계를 얘기하는 노래를 접하는 데 하등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

크리시베어의 싱글 <테이크 잇 슬로>(왼쪽)와 리코의 앨범 [더 슬로 테이프].

표현 수위가 높은 노래가 나날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일부 뮤지션의 안일하고 무지한 태도에서 발견된다. '섹스 베이비'가 수록된 리코의 정규 데뷔 앨범 [더 슬로 테이프](The Slow Tape)의 소개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본래 R&B는 사랑에 관한, 그것도 남녀 사이의 가장 격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는데 특화된 장르였다" 이것이 걱정을 키우는 예 중 하나다.

리듬 앤드 블루스가 본래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했다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대중음악이기에 많은 이의 공감을 살 연정을 다룬 노래가 많았지만 애초부터 뜨거운 육적 관계를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성행위를 소재로 한 노래들이 속속 나온 시기는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외설적인 표현이 많았던 미국 가수 마빈 게이(Marvin Gaye)의 1973년 앨범 [레츠 겟 잇 온](Let's Get It On)이 히트하면서부터다. 초창기부터 그런 쪽에 특화된 장르는 결코 아니다.

이런 노래가 게시된 음원 사이트에서는 "진짜 흑인음악", "원래 리듬 앤드 블루스가 그런 장르" 같은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몇몇 청취자도 섹스를 묘사하는 것이 이 양식의 본질이라고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흔히 슬로 잼(slow jam)이라 일컫는, 느린 템포에 성적인 내용을 갖는 노래는 리듬 앤드 블루스의 여러 스타일 가운데 하나지 본바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듣는 이들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이가 어려도 알 건 다 알고 성 경험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터라 섹스에 관한 노래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을 듯하다. 다만 자극적 표현이 먹힌다는 이유로 이런 음악이 불어난다면 심각한 문제다. 자극이 한 번 훑고 간 자리에는 항상 더 큰 자극이 따라온다. 마니아 장르의 시장이 두텁지 못하고 장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환경이기에 다수가 이를 리듬 앤드 블루스의 중요한 모습으로 간주할까 봐 걱정된다. 뮤지션도, 청취자도 숙고해 볼 일이다.

(한동윤)
2015.03.10ㅣ주간경향 1116호

덧글

  • 리드 2015/03/11 11:31 #

    애당초 그쪽 장르는 섹스 표현빼면 아무것도 안 남지 않나?

    대중가요 자체가 섹스어필 덩어리인데 섹스를 터부시하는거보면 참 꽉 막혔구나... 싶은 글

    개인적으론 특히 여가수일 경우 보이스나 가창법이 잠자리에서의 신음, 탄성과
    유사할수록 히트쳤다고 보는데 결국 발정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팔리는 보이스 아닌가?

    벌써 보컬만 12년을 파왔는데 알면 알수록 왜 한국인들이 음악과 섹스의 연결을 금기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름 메이저들의 진부하고 유치한 청순계 사랑타령 삼류 쩌리곡들보단 차라리 듣보잡 가수가 섹스하면서 녹음한 음악이 더 나을 것이다.
  • 한동윤 2015/03/12 10:56 #

    댁 같은 사람들이 보고 생각 좀 해 보라고 쓴 글인데 역시나군요.
  • 리드난독 2015/03/26 00:43 # 삭제

    이 글을 어떻게 읽어야지 "한국에선 음악과 섹스를 연결하는걸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구나. 이해가 안되는 놈들"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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