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쟁의 결과들 원고의 나열

2013년 큰 인기를 얻은 Robin Thicke의 'Blurred Lines'가 Marvin Gaye의 1977년 히트곡 'Got To Give It Up'을 표절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Blurred Lines'의 표절을 인정하며 Robin Thicke와 노래를 프로듀스한 Pharrell Williams는 Marvin Gaye의 유족에게 73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글로벌 스타 Robin Thicke는 2년 만에 글로벌 표절 가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논란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노래가 팝송을 모방했다는 의혹을 사는 것은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부끄럽지만 예삿일이 됐다. 물론 대중음악의 본고장이며 최대 시장인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표절 시비도 만만치 않게 일어난다. 이번 "다중음격"에서는 한때 음악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가 됐던 표절 논란 노래들을 모아 봤다.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건도 있고 유야무야 넘어간 것들도 있다.


'Blurred Lines' Vs. 'Got To Give It Up'
대박을 쳤던 주식이 하루아침에 쪽박이 됐을 때의 광경이 이럴까? 국내에서는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더욱 유명해졌으며 2013년 여러 나라의 음악 차트 정상을 휩쓸면서 복고 열풍의 중심에 섰던 노래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달게 됐다. 심지어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던 히트곡이 이제는 표절의 낙인이 찍힌 채 대중과 만나게 됐다.

프로듀서 Pharrell Williams는 Marvin Gaye의 노래를 베끼지 않았다고 했으나 결과는 우습게 나와 버렸다. 사실 두 노래는 리듬의 윤곽이 비슷할 뿐, 카우벨 말고는 사용된 악기도 차이가 나고 겹치는 멜로디도 거의 없다. 그나마 더 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뒤에 깔리는 약간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소리, "우" 하는 스캣 정도다. Robin Thicke의 입장 번복과 당당함이 괘씸했다고 해도 표절 판결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Creep' Vs. 'The Air That I Breathe' Vs. '슬픔이 올 때'
1990년대 청춘들의 송가로 자리매김한 Radiohead의 'Creep'도 표절의 올무에 걸렸다.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로 유명한 영국 록 밴드 The Hollies는 그들의 1972년 싱글 'The Air That I Breathe' 일부와 'Creep'의 후렴구가 유사하다며 Radiohead측에 소송을 걸었다. The Hollies의 승소로 'Creep'의 크레디트에는 Radiohead 외에 작곡가 이름이 더 붙게 됐다.

국내에서는 1996년 신성우의 '슬픔이 올 때'가 'Creep'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첫 버스(Verse)의 초반 멜로디가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유사한 부분이 네 마디에 불과해 표절은 아니다. 그러나 신성우의 노래에 흐르는 침잠된 분위기가 'Creep'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닮아서 일부 음악팬들은 표절이라고 몰아세웠다. 'Creep'을 어느 정도 본보기로 삼았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무척 억울했을 것이다.


'Heartbreaker' Vs. 'Right Round'
2009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지드래곤의 'Heartbreaker'와 미국 래퍼 Flo Rida의 'Right Round'에 대한 표절 논란이 일었다. 'Right Round'의 일부 저작권을 관리하는 소니ATV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는 두 노래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Flo Rida가 지드래곤이 자신의 곡을 표절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함으로써 논란은 일순간에 누그러졌다.

여기에 피처링이라는 결정적 한 방으로 상황은 완전히 평온해졌다. Flo Rida가 2010년 'Heartbreaker'에 참여해 결코 문제가 없음을 부연했으며 외국의 스타 래퍼가 선뜻 함께 작업할 정도로 지드래곤이 유능한 뮤지션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주장한 셈이다. 누군가와 분쟁이 생겼을 때 싸움을 원하지 않으면 그 대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이 일로 학습할 수 있었다. 유화정책의 대표적 예.


'My Sweet Lord' Vs. 'He's So Fine'
대중음악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했으며 찬란한 역사 그 자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전설, The Beatles의 George Harrison도 표절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가 1970년에 발표한 'My Sweet Lord'는 미국 걸 그룹 The Chiffons의 1963년 히트곡 'He's So Fine'의 멜로디를 베꼈다는 지탄을 받았다. 이 시비는 결국 법정으로 갔다.

George Harrison은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고 결백함을 주장했다. 법원은 의도성이 없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더라도 만들어진 결과물이 이전에 나온 곡과 같다면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잠재의식적으로(subconsciously) 표절했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단호한가. 우리나라에서 표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가수 혹은 작곡가들이 반사적으로 입에 다는 "우연의 일치", "어쩌다 보니 비슷한 게 나왔을 뿐"이라는 변명은 외국에서는 얄짤없다.


'Bitter Sweet Symphony' Vs. 'The Last Time'
영국 록 밴드 The Verve가 The Rolling Stones의 'The Last Time'을 표절한 사건도 유명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표절이 아니라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무단 샘플링이 야기한 문제였다. 'Bitter Sweet Symphony'는 The Andrew Oldham Orchestra가 The Rolling Stones의 'The Last Time'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의 일부를 차용했다. 사실 'Bitter Sweet Symphony'와 The Rolling Stones의 오리지널과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다.

오케스트라 재해석을 썼다고 해도 원작자는 The Rolling Stones였기에 작곡가란에는 Mick Jagger와 Keith Richards의 이름이 올라갔고 수익도 모두 그들에게 내줘야 했다. The Verve의 리드 싱어이자 노래를 작곡한 Richard Ashcroft는 본인의 실수를 자책하며 "The Rolling Stones가 20년 만에 낸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이병헌의 말을 인용하자면 "호구짓, 로맨틱, 성공적"인 웃기고도 슬픈 일화다.


'Someday' Vs. '내 남자에게' Vs. 'Officially Missing You'
2011년 7월 작곡가 겸 가수 김신일은 박진영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진영이 작곡하고 아이유가 부른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 'Someday'가 자신이 작곡한 애쉬의 2005년 노래 '내 남자에게'를 표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진영은 'Someday'와 '내 남자에게' 둘 다 대중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코드라고 말하며 캐나다 R&B 가수 Tamia가 2003년에 발표한 'Officially Missing You'를 연상하게 하는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팝송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법원은 김신일의 손을 들어 줬다. 2013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박진영은 김신일에게 5,693만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패소 판정을 받은 직후 박진영은 자신의 SNS에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노래를 표절했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의식으로 나왔어도 표절이라는 외국의 사례를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나 보다.


'Happy' Vs. 'Ain't That Peculiar'
Marvin Gaye 유족들의 Pharrell Williams를 향한 의심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3일에는 매체를 통해 Pharrell Williams의 'Happy'가 Marvin Gaye의 1965년 싱글 'Ain't That Peculiar'와 유사하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당장은 고소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안심과 불안을 동시에 날렸다. 유튜브에는 이미 1년 전에 'Ain't That Peculiar' 반주에 'Happy'의 보컬을 합친 음원이 올라왔다. 두 노래가 잘 어울릴 정도로 흡사하다는 정황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장르에, 템포가 비슷하니 믹스가 어색하지 않은 것이지 멜로디는 전혀 다르다.

유족들이 이번 기회에 아예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Pharrell의 성공과 그 토대가 Marvin Gaye에게 있다고 판단해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인지, 혹은 지적 재산권을 철저히 보전하기 위한 강경책인지 저의는 알 수 없다. 다만 'Blurred Lines' 건으로 표절 공방의 새로운 사례가 발생한 상태에서 같은 작곡가를 상대로 연이어 소송이 발생하고 이것도 승소한다면 시장에 무시하지 못할 긴장감이 돌 것이다. 어쨌든 부디 유족들의 돈독 때문은 아니길.

원문 및 나머지 내용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279 (PC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