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신화에게 필요한 것은 원고의 나열

무려 17년이다. 1998년 '해결사'로 데뷔한 6인조 남성그룹 신화는 지난 2월 말 열두 번째 정규 앨범 [위](We)를 발표하며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라는 신화를 지속하고 있다. 해체와 재결합, 멤버 교체의 요철 없이 순탄하게 팀을 운영하고 있기에 그들의 역사는 실로 남달라 보인다. 이 온전한 장구함은 신화를 가요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수식하는 으뜸 사항이다.

신화가 오랜 기간 팀을 이어 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멤버들의 끈끈한 유대감과 신뢰일 것이다. 2002년 첫 소속사였던 SM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됐을 때 여섯 멤버는 다 함께 새로운 회사로 이적했다. 친분 이상의 긴밀한 감정이 모두에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각자 솔로 앨범을 제작할 때에도 매번 멤버들끼리 상부상조하며 화목함을 과시했다.

팬들의 진득한 지지도 신화의 장수를 도왔다. 같은 회사에서 먼저 선보인 H.O.T.와 S.E.S.는 데뷔 초기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신화는 그러지 못했다. 1집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음에도 팬들은 곁을 지키며 활동에 힘을 실어 줬다. 2013년 11집으로 컴백했을 때 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신화가 출연하지 않자 팬들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출연을 요청하며 '강제 소환'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팬들의 한결같은 열정과 사랑도 생존의 큰 힘이다.


늘 젊은 감각을 내보이는 작품과 퍼포먼스도 신화를 오래가도록 만들었다. 이번 앨범 [위]에도 '고양이', '얼음달' 등 일렉트로닉과 리듬 앤드 블루스를 접목한 말쑥한 팝이 골고루 수록돼 있다. 펑크(funk) 리듬을 바탕에 둔 '기브 잇 투 미'(Give It 2 Me) 또한 요즘 주류 대중음악의 풍조인 복고에 동참한다. 동시대 스타일의 구사는 이들이 지금의 아이돌 그룹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 장점이라 할 만한 모습에서는 몇 가지 아쉬운 면도 읽힌다. 트렌디함은 구비했지만 이렇다 할 독립성이라든가 그룹만의 특징이 안 보이는 것이 첫째다. 특정 장르를 일관되게 판다든가 참신함을 내는 것이 없다. 모든 노래가 근래 흔히 들을 수 있는 형식이다. 댄스음악을 해 왔기에 댄스음악을 할 뿐 남들과 구별되는 개성을 담아내지 못했다.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를 섭외해 유행에 슬그머니 안착하는 모양새다.

일부 멤버의 가창력도 유감스럽다. 김동완, 신혜성, 이민우의 보컬은 눈에 띄는 성장은 없더라도 전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이며 유연하다. 하지만 앤디, 에릭, 전진의 래핑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고만고만하다. 본래 자기 목소리보다 조금 낮은 톤으로 곡의 템포에 따라 속도만 조절하는 수준이다. '17년 경력'이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발전이 없다.

아이돌 그룹이 갖는 선천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돌 그룹이라서 댄스음악이 우선될 수밖에 없고, 급작스러운 변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신화가 영원한 아이돌 그룹은 아니다. 심지어 일부 멤버는 제작사 대표, 기획자로서 후배 가수들도 양성하고 있다.

무려 17년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돈독한 정, 팬들의 응원이 이어진 것은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가수, 뮤지션 선배로서 신화가 긴 세월의 가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음악적 무게감과 차별화, 기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제는 연식에 따른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한동윤)
2015.04.07ㅣ주간경향 1120호

네이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3&aid=0000029364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503301558121&pt=nv

덧글

  • 2015/04/02 13:01 # 삭제

    문제는 앤디 아니였나여. 다른 분들은 다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네여.
  • elly 2015/04/02 18:28 #

    신화를 띄엄띄엄 보셨나 봅니다.
  • 2015/04/14 06:25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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