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과 동시에 입도 바쁜, 노래하는 드러머들 원고의 나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위플래쉬"가 큰 호응을 얻으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음악대학에 입학한 주인공이 폭압적인 교육을 하는 교수를 만나면서 좌절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려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드럼 연주가 들어감으로써 이야기와 영상을 한층 다이내믹하게 연출하게 됐다. 위태로움과 볼거리, 들을거리를 모두 갖춘 것이 인기 요인이다.

영화를 접한 음악팬이라면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의 드럼 연주자들을 떠올려 보지 않을까 싶다. 훌륭한 드러머가 많지만 드럼을 두드리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뮤지션들도 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은데, 손발이 따로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드럼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이를 보면 그 대단한 능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살아 있는 록의 전설 Ringo Starr, 고급스러운 팝 록의 거목 Phil Collins, 모타운의 황태자 Marvin Gaye 등 이들 노래하는 드러머들은 히트곡도 많아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Ringo Starr, 스타 중의 대 스타
음악 애호가, 록 마니아라면 의당 가장 먼저 언급할 드러머가 Ringo Starr가 아닐까 싶다. 이는 어쩌면 그가 속한 그룹 The Beatles가 보유한 엄청난 아성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멤버들에 비해 비중이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드럼이 하나의 곡에서 중심을 잡듯 그는 John Lennon과 Paul McCartney가 마찰을 일으킬 때마다 이를 중재하고 밴드를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Ringo Starr가 The Beatles의 역사를 연장해 준 셈이다.

해체 후 'It Don't Come Easy', 'Back Off Boogaloo', 'Only You (And You Alone)'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솔로 가수로서 커리어를 이어 갔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명성은 쇠잔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3월 말에는 열여덟 번째 앨범 [Postcards From Paradise]를 출시할 예정. 꾸준한 창작 활동은 존경할 만하다.


김반장, 한국의 독보적인 노래하는 드러머
드러머가 리드 싱어까지 담당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더더욱 드물다. 이 덕분에 아소토 유니온과 김반장은 사람들의 뇌리에 즉각적으로 입력될 수 있었다. 특별한 포지션도 인상적이었으나 그룹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Think About' Chu'의 강한 흡인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노래는 인디 음악, 소울, 펑크(Funk)가 확산하는 데 심심치 않게 도움이 됐다.

김반장은 아소토 유니온을 정리한 후 윈디시티를 결성해 레게, 라틴음악 등으로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에는 프랑스 출신의 뮤지션과 새로운 그룹 아이앤아이 장단을 결성해 덥과 판소리를 접목하는 이채로운 퓨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Between The Sheets'에 착안한 듯한 슬로 잼과 올드한 가요의 느낌이 버무려진 솔로 데뷔 싱글 '한 이불 속 우리'를 발표해 또 한 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절창은 아니지만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르는 가수임은 분명하다.


Sheila E., 왕자님의 그 섹시한 여자
노래하는 드럼 연주자 중 Sheila E.가 가장 섹시한 인물이라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퍼커션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20대 초반에 Herbie Hancock, Lionel Richie, George Duke 등 슈퍼스타들과 협연했던 그녀는 또렷한 이목구비, 미끈한 몸매, 구릿빛 피부로 많은 남성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Prince와 사귀어 그녀를 흠모하는 이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다 해 주고 명성까지 높은 남자 친구의 도움 덕에 Sheila E.는 'The Glamorous Life', 'The Belle Of St. Mark', 'A Love Bizarre' 등의 히트곡을 내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Prince의 품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상업적인 성공을 달성하지 못했다. 차트에서 이름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 공연에서 정열적인 드럼 플레이를 선사하고 있다.


Phil Collins,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들의 주인공
이름은 몰라도 노래는 많은 이의 귀에 익을 가수. 'You Can't Hurry Love', 'One More Night', 'Against All Odds' 등 팝송 컴필레이션 앨범에 감초처럼 수록되는 명곡들로 Phil Collins는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하다. 그의 음악 뿌리는 록이었지만 여기에 댄스음악, 흑인음악 등을 녹여냄으로써 많은 이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방향성이 줄곧 좋은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Genesis의 멤버로 활동할 때 그는 Peter Gabriel이 탈퇴한 뒤부터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밴드의 음악에 이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Genesis의 초창기 팬들, 록 골수들은 Phil Collins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밴드 시절에 미움을 좀 받았으면 어떤가. 그는 솔로로 많은 히트곡을 출품하며 최고의 드러머 겸 싱어송라이터로 굳건한 지위를 획득했다. 2001년 힙합, R&B 뮤지션들이 헌정 앨범 [Urban Renewal]을 제작하기도 했다.


Marvin Gaye, 요즘 가장 핫한 저세상 분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저작권으로 저승에서도 남은 가족들을 굽어살피는 Marvin Gaye. 그는 솔로로 가수 활동을 하기 전 레코드사의 드럼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모타운의 대표 Berry Gordy에게 발탁돼 음반을 취입하게 되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다시 세션 드러머로 좌천됐다. 이때 The Miracles, The Marvelettes 같은 그룹들의 노래에 드럼을 연주했다.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 탓일까, Marvin Gaye는 자신의 앨범에서 늘 전문 드러머를 기용했다. 물론 본인도 녹음할 때 연주자로 참여하긴 했지만 간단한 퍼커션 정도였다. 전성기에 어떤 공연에서 드럼을 연주하려는데 스틱을 돌리다가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아무리 드럼이 자신의 전공 악기라지만 그보다는 노래가 Marvin Gaye 옹에게 맞는 것 같다.


Don Brewer, 사자머리와 노출의 박력
미국 하드록, 블루스 록 밴드 Grand Funk Railroad의 Don Brewer도 노래하는 드러머로 유명하다. 그는 박력 넘치는 드럼 연주와 포효하는 듯한 우악스러운 보컬로 밴드의 음악 스타일을 더욱 거칠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정리되지 않은 방사형 파마머리, 상의를 탈의한 채 펼치는 퍼포먼스로도 Grand Funk Railraod에 원기를 보충했다.

일찍이 음악에 재능을 보이며 10대에 Terry Knight And The Pack에서 드러머로 경력을 쌓은 Don Brewer는 Grand Funk Railroad 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한때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으나 얼마 못 가 해산했고 드러머나 보컬리스트로서 경력은 미미했다. 연주력도 좋고 음색도 괜찮았는데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Karen Carpenter, 천상의 목소리 천생 드러머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남매 듀오로 기록될 Carpenters의 그녀, Karen Carpenter도 드럼을 연주했다. 맑고 고운 목소리를 보유한 그녀와 드럼이 매치가 잘 안 되긴 하지만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드럼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다는 사실이나 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때 까불거리는 모습을 보면 말괄량이였음을 알 수 있다. 목소리가 예쁘다고 다 다소곳하다는 법은 없으니까.

처음에는 드럼 연주와 노래를 동시에 했지만 관객들이 드럼 장비 때문에 그녀를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연주를 그만두고 앞에 서서 노래만 부르게 됐다. 청중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결정이 야속할 만큼 Karen Carpenter는 드럼을 잘 쳤다. 연주와 노래를 동시에 하면서도 라이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유수의 드러머들도 그녀의 실력을 칭찬한다. 영롱한 음성과 빼어난 연주를 오래 들려주지 않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


Don Henley, 명 드러머이자 명곡의 보컬리스트
Eagles는 멤버들이 다 보컬이었다. Glenn Frey를 비롯해 Don Henley, Randy Meisner, 나중에 합류하는 Joe Walsh 등 모든 멤버가 연주와 노래를 겸임했다. 드러머 Don Henley는 'Hotel California', 'Desperado', 'Best Of My Love' 등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들을 불렀다. 사실 Eagles의 다수 노래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으니 "누가 부른 노래" 이렇게 나누는 것도 무의미할 것이다.

밴드 해체 후 솔로 활동에서도 그는 포지션과 명성을 유지했다. 드러머답게 드럼은 언제나 본인이 주도했으며 대중성을 만족하는 작곡, 깔끔한 프로듀싱으로 좋은 평가와 히트를 한꺼번에 이뤄 냈다. 우울함이 은은하게 묻어나는 약간은 허스키한 보컬은 차분하게 음악팬들의 감성을 노크했다. 소속 레이블과의 기나긴 분쟁으로 1990년대를 거의 공백으로 보내고 2000년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이 없다는 것이 섭섭할 따름이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300&startIndex=0


덧글

  • 지나가던사람 2015/06/15 17:25 # 삭제

    돈 헨리는 2000년 'Inside Job' 앨범 발매와 잠깐의 개인 콘서트 활동을 제외하고는 2007년에 발매된 이글스 정규앨범 작업과 그룹 투어에 치중하느라 솔로 활동이 멈추었지만 아직 발매시기는 미정이지만 드디어 15년만에 새로운 솔로 앨범이 나온다고 하네요. 멋진 글 읽고 갑니다 ^^.
  • 지나가던사람2 2017/08/11 11:34 # 삭제

    로저 테일러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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