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챈스] 오페라는 희미한 오페라 가수의 성공담 원고의 나열

대중에게 오페라는 그리 친숙하지 않다. 우선 미디어를 통한 상시적 노출이 부족하다. 문화계 소식을 전하는 일부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다뤄지는 것 외에는 텔레비전에서 오페라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고전 희곡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현대인들에게 정서상의 거리감을 들게 한다. 대중음악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료가 비싸다는 보편적 인식도 친밀감을 높이지 못하는 데 한몫한다. 이와 같은 요인들 때문에 오페라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2013년에 개봉한 [원챈스]는 오페라에 대한 막연한 부담을 덜어 준다. 이를 넘어 부지불식간에 품어 온 선입견을 아예 사라지게 한다. 영화를 보면 오페라가 이토록 만만하게 느껴지는 예술이었나 하는 물음마저 든다. 허무하게도 [원챈스]가 정작 오페라에는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페라 가수 폴 포츠(Paul Potts)의 삶과 성공 수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오페라 가수가 되는 과정을 그리니 당연히 여러 오페라 노래가 나온다.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 [라 보엠]의 '오, 사랑스런 아가씨(O Soave Fanciulla)' 같은 오페라 명곡들이 띄엄띄엄 흐른다. 하지만 작품을 친절히 소개하거나 오페라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는 연출은 거의 전무하다. 단순히 폴 포츠의 생활과 그가 겪는 에피소드를 스케치하는 데 들어가는 부속물 수준이다. 성악을 소재로 함에도 음악영화답지 못한 면에서 우리나라 영화 [파파로티]와 쌍둥이나 다름없다.

많은 이가 이 영화의 배경과 결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판매원이던 폴 포츠는 왕따, 교통사고, 종양 수술 등의 시련을 겪었지만 2007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함으로써 오페라 가수의 꿈을 이뤘다. 핸디캡이었던 잘생기지 않은 외모는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더 그럴싸하게 부풀리는 은총이 됐다. [원챈스]는 이런 고난과 단점을 극적으로, 재미있게 나타내는 데에만 치중한다. 음악적인 내용은 안중에 없고 이미 아는 실화를 영화화해서 판매하는 데에 골몰했다.


오페라를 향한 연출은 희미하지만 몇몇 신에 삽입된 팝송은 의외로 인상적이다. 폴 포츠가 유학 자금 마련을 위해 클럽의 경연 대회에 참가했을 때 그가 부르려던 노래의 반주 대신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Y.M.C.A.'가 잘못 나온다. 광대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선 폴 포츠를 제복 의상이 특징이었던 빌리지 피플과 동일시하면서 그를 더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이다.

폴 포츠의 결혼식 피로연에 흐르는 영국 가수 릭 애슬리(Rick Astley)의 히트곡 'Never Gonna Give You Up'도 상징적이다. 1987년에 출시된 이 노래는 네티즌들의 장난스러운 집단행동, 이른바 '인터넷 밈(Internet meme)'을 통해 2008년 다시금 널리 전파됐다. 이로써 릭 애슬리는 청소년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 됐다. 'Never Gonna Give You Up'의 사용은 후에 빛을 보는 폴 포츠의 삶을 살며시 비유한다.

제목처럼 [원챈스]는 폴 포츠가 갖게 되는 결정적 기회에 모든 것을 응집한다. 때문에 오페라를 제대로 음미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작품성도 몹시 달린다. 이 영화를 보느니 커피믹스의 커피 알갱이 개수를 세는 일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오페라에 쓰인 노래만 따로 들어서는 오페라의 매력을 온전히 맛보기 어렵다. 최근 오페라 실황의 극장 상영이 조금씩 느는 중이다. 일반 영화에 비해 관람료가 세 배 이상 비싸긴 하지만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원챈스]보다는 진짜 오페라를 추천한다.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명지대학교 학보 2015년 3월 30일 985호

덧글

  • 잘생긴 얼음요새 2015/04/07 15:09 #

    영화를 보지 않고 말하는 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오페라가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상대로 상업영화를 찍었으면 굳이 오페라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단순히 한 음악인의 성공기를 다룬 가벼운 느낌의 영화라고 판단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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