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으면 아쉬울 3월의 추천 앨범 원고의 나열

소생의 계절답게 좋은 작품들이 곳곳에서 피어난 3월이었다. 메인스트림과 인디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Marina And The Diamonds는 자신의 정체성과 트렌드를 배합한 앨범으로 컴백했으며, 스무 살의 프로듀서 Madeon은 세련된 음악으로 프랑스가 일렉트로닉 음악의 강국이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그런가 하면 여성 래퍼 Akua Naru는 고풍스럽고 수수한 음악으로 힙합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을 예정이다.

가요도 형형색색 다채로웠다. 힙합 프로듀서 뉴올은 [G-Funk In Nuol]을 통해 1990년대 초, 중반 미국 웨스트코스트 신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을 재현했고, 구골플렉스의 반쪽 Sirena는 꿈결 같은 전자음악을 들고 나왔다. 색소포니스트 임달균은 기존에 연주하던 악기를 내려놓는 대신 노래를 부름으로써 남성 보컬리스트 불모지인 한국 재즈 신에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Young Buffalo [House]
2011년 EP [Young Von Prettylips]를 선보이며 데뷔한 미국 미시시피주 출신의 5인조(당시는 트리오) 밴드가 표현하는 음악 폭은 꽤 넓다. 어떤 노래에서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소화하며, 또 어디에서는 1980년대의 영국식 쟁글 팝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불쑥 바로크 팝의 성분을 띤 단아하고도 잘 정제된 곡을 뽐낼 때도 있고, 요즘 트렌드에 맞게 전자음을 많이 배치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디 록으로 만나는 The Beach Boy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정규 앨범 [House]는 그동안 연마해 온 장기와 특성이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 온화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가벼운 기타 리프가 상쾌함을 분출하는 'Man In Your Dreams', 완급을 번갈아 가며 슬기롭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Summertime Blondes', 약간 투박한 기타 톤으로 다소곳하게 활력을 내는 'Old Soul' 등 맑고 적당히 신 나는 음악을 선사한다. 록 밴드지만 곳곳에서 춤을 추는 하모니도 강렬하다. 기억에 오래 남을 밴드다.



Marina And The Diamonds [Froot]
Kate Bush와 Gwen Stefani, Lana Del Rey의 어느 사이에 위치한 익숙한 듯하면서도 개성이 확실히 엿보이는 음악의 주인공, Marina And The Diamonds의 세 번째 음반은 그녀만의 야릇함이 추근하게 잘 스며 있다. 2012년에 발표한 2집 [Electra Heart]에서는 일렉트로니카로의 급격한 노선 변화로 당혹감을 안겼지만 신작은 데뷔 때의 모습과 2집의 트렌디한 면을 어색하지 않게 버무린 상태다. 원상복귀와 조율의 합일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1980년대 비디오게임의 배경음을 살짝 깐 반주에 Madonna 같은 가창을 입힌 'Froot', Lana Del Rey 노래의 덜 우울한 버전을 듣는 듯한 드림 팝 넘버 'Happy', 록과 펑크(Funk), 위압적인 섹시함을 혼합한 'Better Than That', 여린 멜로디를 다소 굵은 목소리로 풀이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Immortal' 등 규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맛을 전달하고 있다.



Madeon [Adventure]
두말할 나위 없는 "올해의 앨범" 후보다. 이제 막 약관이 된 젊은 프랑스 뮤지션 Madeon은 데뷔 앨범 [Adventure]에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루프와 세밀한 구성의 리듬, 말끔한 멜로디를 선보이며 자신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인재임을 선포한다. 엄밀히, 몇 곡 발표하지 않은 초짜임에도 세계적인 스타 Lady Gaga의 노래들을 프로듀스한 사실은 Madeon의 재능이 과잉 선전된 게 아님을 일러 준다.

수록곡 중 가장 하드한 사운드를 내는 'Imperium' 말고는 빠른 템포를 띠지도, 강한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클럽이나 대형 페스티벌에 울려 퍼지는 EDM이 아니지만 흡인력이 대단하다. 왜곡한 목소리를 이어 붙인 루프가 인상적인 R&B 'You're On', 아기자기한 칩튠 스타일의 골격을 세운 'OK', 일렉트릭 기타와 신시사이저 연주가 상호 보완해 흥을 발산하는 'Pay No Mind' 등 다수 노래가 선율과 리듬의 알찬 융합을 보인다. 보컬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게 흠이지만 어쨌든 웰메이드다.



Akua Naru [The Miner's Canary]
주류의 힙합은 전자음과 연대하며 클럽, 댄스음악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또는 새로운 경향을 창출하며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있다. 1990년대 황금기를 차지했던 은은한 그루브의 음악은 차트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 코네티컷주 출신의 여성 래퍼 Akua Naru의 음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2011년 [The Journey Aflame]으로 데뷔한 그녀는 요즘에 흔히 볼 수 없는 재즈 기반의 힙합을 들려준다. 과거에 애정을 품은 마니아들에게 분명 희소식일 것이다.

밴드 연주를 통해 이룬 푸근함, 까칠하지 않은 래핑이 전반에 드러나는 앨범의 장점이다. 저자극의 순편한 힙합 소울 'Seraphim'을 비롯해 래핑과 연주, 내레이션을 유기적으로 엮은 '(Black &) Blues People', 다이내믹한 드럼 연주와 합창단의 코러스가 웅장함을 연출하는 'Boom Bap Back' 등 추억을 복구하는 노래들이 즐비하다. Meshell Ndegeocello, Digable Planets, Lauryn Hill 같은 이들의 음반을 다시 꺼내고 싶게 만든다.



뉴올 [G-Funk In Nuol]
앨범 타이틀로도 지 펑크(G-funk)를 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G-Funk In Nuol]의 노래들은 엄밀히 말하면 지 펑크가 아니다. 이 장르는 펑크(Funk) 혹은 피 펑크(P-funk) 샘플을 엮은 리듬, 몽롱한 분위기를 내는 고음의 신시사이저 루프를 음악적 특징으로 한다. 가사는 주로 섹스, 마약, 폭력 등 불량배의 거칠고 문란한 생활을 이야기한다. [G-Funk In Nuol]은 지 펑크의 그러한 특성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 펑크가 아니라 거기에서 파생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또 다른 스타일에 속한다. 특히 토크박스의 적극적인 구사는 프로듀서이자 보컬리스트인 Fingazz를 떠올리게 하며(심지어 전화 통화 방식의 스킷까지) 이 때문에 그와 연계했던 치카노 래퍼들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기도 한다. 타이틀과는 사실상 다른 스타일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1990년대의 한 시절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다.



이송미 [봄비 그치는 소리]
불과 몇 년 전 "홍대 여신"이라는 일반화된 수식이 범람하던 때가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예쁘장한 목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초반에는 인디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차별되지 않는 엇비슷한 스타일 때문에 주목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많은 이에게 낯선 인물일 여가수 이송미는 이전에 나온 동류의 인디 뮤지션들과 다른 특성을 내보인다.

포크를 근간으로 하지만 보사노바('을왕리 해변'), 블루스를 접목한 팝('유월, 장맛비'), 모던 록('힘을 내') 등으로 다채로움을 구비했으며, 1980년대 가요제의 몇몇 노래를 연상시키는 순박한 아마추어리즘('그럴 수 있겠냐고')과 민중가요의 성격('종이비행기')까지 담아내는 덕분이다. 부천시 의사회 사무국에서 10년 간 실무자로 근무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음악인으로 전향한 이송미의 소담한 목소리와 전곡을 작사, 작곡한 남편 김선호의 손 끝에서 나온 사색적 노랫말은 사랑에 국한되지 않고 삶과 주변 환경을 오롯이 품어냈다.


임달균 [Friends N' Swing]
한국 재즈 다수가 그동안 보여 온 애석한 관행을 깨는 작품이다. 재즈 앨범 하면 옛날 재즈 명곡, 팝이나 가요 히트곡들을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Friends N' Swing]에는 이미 나온 노래, 뻔한 재해석이 없다. 모두 창작곡이다. 게다가 남성 보컬리스트가 얼마 없는 형편이기에 가수로 분한 임달균의 모습은 더욱 참신하게 다가온다. 색소포니스트였던 그는 여기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스스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했다. 획기적인 무대라 할 만하다.

재즈 앨범이지만 어렵지 않다. 경쾌한 리듬으로 흥을 돋우는 스윙('설레임', '숲의 노래')이 포진해 있고 노래들이 대체로 팝의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결코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은, 마치 일상의 대화 같은 보컬 또한 편안함을 증대한다. 평범한 삶, 주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다룬 무던한 가사도 살가운 온기를 형성한다. 재즈를 즐겁게 맛볼 수 있다.



Sirena [All Around You]
로파이 형식의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는 남성 듀오 구골플렉스의 Sirena(최정호)가 선보이는 솔로 정규 데뷔 앨범. 2013년에 발표한 첫 번째 EP [Somewhere Nice]에 몇 곡을 더 추가했다. 반주 뒤로 숨은 듯한 낮은 볼륨의 일그러뜨린 보컬, 작은 움직임으로 유영하는 것 같은 멍한 분위기와 오묘한 공간감 등 구골플렉스가 내비쳤던 특성이 큰 변동 없이 이어진다.

의도적으로 톤을 낮춘 사운드, 흐리멍덩한 싱잉을 심심하게 받아들일 이도 있을 것이다. 얼핏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진행과 악기 편성의 변화가 거의 모든 노래에서 이뤄지는 덕분에 잔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명쾌하지 않음을 겉에 내세우면서도 은은한 그루브와 우악스럽지 않은 댄서블함을 동반하는 것도 이채롭다. 밤과 그리움을 일관되게 표하는 노랫말은 로파이 사운드를 타고 아련한 기운을 더 키운다. 흔하지 않은 매력이 일렁이는 앨범이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321&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