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가 연달아 고개를 내미는 요즘이다. 1970년대와 포크 음악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 "쎄시봉"에 이어 주연 배우의 피땀 어린 드럼 연주와 사색할 거리가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위플래쉬"가 각각 2월과 3월의 극장가 한편을 차지했다. 이달 초에는 앤 해서웨이 주연의 "송 원"이 개봉해 흐름을 이어 가는 중이다. 이들 흥행 성적은 "비긴 어게인"에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음악팬들을 스크린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음악과 가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꾸준히 나오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래퍼 Nas의 데뷔 앨범 [Illmatic] 발매 20주년에 맞춰 제작된 "타임 이즈 일매틱"을 비롯해 Kur Cobain의 전기 영화 "커트 코베인: 몽타주 오브 헥", 2011년 세상을 떠난 소울 가수 Amy Winehouse의 삶을 추적한 "에이미" 등이 출시, 또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개봉은 미지수지만 이들 영화가 각 뮤지션들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불러일으켜 줄 것은 확실하다.

Kurt Cobain "Kurt Cobain: Montage Of Heck"
1989년에 데뷔해 1993년 마지막 앨범 발표, 1994년 사망. 작품 활동은 단 4년에 불과했지만 Nirvana의 프론트맨 Kurt Cobain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으며 명실상부한 1990년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폭발적인 사운드, 저항성을 간직한 내용으로 X세대의 정서를 꿰뚫은 덕분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음악 인생, 비통하지만 영화 같은 생의 마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그를 대중음악의 신화로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 Brett Morgen이 연출한 "커트 코베인: 몽타주 오브 헥(Kurt Cobain: Montage Of Heck)"은 Kurt Cobain의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은 물론 개인사와 가정에도 비교적 균등하게 포커스를 맞춘다. 따라서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모습, 어린 시절과 성장기, Courtney Love와 가정을 이뤘을 때를 골고루 담아낸다. 또한 일부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돼 이채로운 느낌도 제공한다.

Nas "Time Is Illmatic"
올해 초 조촐한 상영회를 통해 국내에 공식적으로 선보인 "타임 이즈 일매틱(Nas: Time Is Illmatic)"은 래퍼 Nas의 다큐멘터리다. 정확하게는 Nas의 1994년 데뷔 앨범이자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중 하나로 꼽히는 [Illmatic]을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Illmatic]의 제작 배경과 과정을 소개하며 당시 미국 흑인사회를 훑고 앨범의 대중음악사적 의의를 되새긴다.
출시 당시는 물론 세월이 지나서도 수많은 매체가 "1990년대의 명반" 같은 리스트를 작성할 때 꼭 들어가는 앨범. DJ Premier, Pete Rock, Q-Tip 등 탁월한 감각의 프로듀서들이 주조한 둔탁하면서도 찰기 충만한 비트도 매력이지만 마약, 폭력이 만연한 빈민가의 풍경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가사가 앨범의 가치를 영구적으로 만들었다.

Amy Winehouse "Amy"
전 세계적인 소울 리바이벌 붐을 몰고 온 싱어송라이터 Amy Winehouse의 다큐멘터리 "에이미(Amy)"가 오는 7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슈퍼스타가 됐지만 기행을 일삼았던 그녀. 약물과 술에 절어 있는 것 때문에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기에 사인이 음주 과다로 밝혀졌을 때 죽음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2003년 [Frank]로 데뷔한 Amy Winehouse는 독특한 음색, 맛깔스러운 가창, 재즈와 소울, 힙합을 버무린 그루비한 음악으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2006년 Mark Ronson을 프로듀서로 섭외한 두 번째 앨범 [Back To Black]에서는 소울, R&B에 더 집중해 흑인음악 애호가들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드세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장부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그녀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Rehab'의 가사에서 여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사랑을 잃을 것만 같아, 그래서 늘 술병을 가까이 둬(I'm gonna lose my baby, so I always keep a bottle near)"

Kansas "Miracles Out Of Nowhere"
많은 이에게 'Dust In The Wind'로 기억되는 미국 록 밴드 Kansas의 다큐멘터리 "미러클스 아웃 오브 노웨어(Miracles Out Of Nowhere)"가 올해 2월 출시됐다. 영화 제목은 그룹이 1976년에 발표한 네 번째 앨범 [Leftoverture]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에서 따왔다. 싱글로 커트된 노래가 아니기에 왜 제목으로 정했을지 의아하지만 아마도 "기적 같은 출현"에 포인트를 두려는 선택이었을 듯하다.
'Dust In The Wind'가 그룹 최고의 히트곡인 탓에 Kansas를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악을 하는 밴드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프로그레시브 록을 중심으로 미국적인 부기 록, 심포닉 록, 하드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Kansas는 멤버들 개개인의 뛰어난 기량과 알찬 하모니로도 너른 찬사를 이끌어 냈다. 다큐멘터리에서 Queen의 Brian May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은 Kansas의 대단함을 압축해 설명한다. "그들이 공연 장비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친구들 정말 음악을 할 줄 아는구나' 그들은 음반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N.W.A "Straight Outta Compton"
최고의 힙합 그룹 중 하나, 그들 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그룹"이었던 N.W.A를 모델로 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이 오는 8월 개봉한다. 영화 제목은 N.W.A가 1988년에 발표한 동명의 정규 데뷔 앨범에서 가져왔다.
그룹의 멤버 Ice Cube, Dr. Dre 등이 제작에 참여하고 "네고시에이터", "이탈리안 잡" 등을 연출한 F. 게리 그레이가 감독을 맡은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일반 상업영화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야기 가공은 있을 테고 멤버들 간의 갈등이나 실제 사건이 극적으로 포장될 가능성도 뒤따른다. N.W.A의 활동을 다루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전문 배우들이 멤버, 관계자, 동료를 연기한다. Ice Cube와 판박이인 아들이 Ice Cube를 연기해서 시선을 확 잡아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컴튼에서 결성된 N.W.A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갱스터 랩 확산을 이끈 주요 뮤지션이다. 무력을 일삼는 경찰을 비난하는 'Fuck Tha Police'를 비롯해 노래에서 비친 폭력성 탓에 FBI로부터 공연 금지 처분을 받은 일화가 유명하다.

Various Artists "Muscle Shoals"
지난해 열린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설의 스튜디오, 머슬 숄즈(Muscle Shoals)"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머슬 숄즈에서 1950년대 후반에 설립된 페임 스튜디오(FAME Studios)의 역사를 다룬다. 페임 스튜디오는 흑인들의 권리 찾기 운동이 고조되던 시기, 인종차별이 특히 심했던 남부에서 흑과 백이 조화되는 음악을 모색했다. 또한 일명 스웜퍼스(The Swampers)라고 불린 쟁쟁한 하우스 밴드 머슬 숄즈 리듬 섹션(The Muscle Shoals Rhythm Section)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페임 스튜디오에서 독립해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차린 머슬 숄즈 리듬 섹션은 훌륭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1960, 70년대 다수의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공민권운동의 찬가로 불린 Aretha Franklin의 'Respect'(1967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머슬 숄즈 사운드의 전형이라 간주되는 The Staple Singers의 'I'll Take You There'(1972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후반부에 컨트리로 변주하며 경쾌함을 배가하는 Paul Simon의 'Kodachrome'(1973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등으로 대중음악 역사에 존재를 깊이 새겼다.

Elliott Smith "Heaven Adores You"
2014년 5월에 출시된 "헤븐 어도어스 유(Heaven Adores You)"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Elliott Smith의 삶과 음악을 다룬다. 생전에 인터뷰했던 영상이나 콘서트 장면, 동료들과 대화하던 모습 등을 연결해 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때를 부각한다. 영화는 또한 그의 미공개 노래들을 담아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199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 밴드 Heatmiser의 멤버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Elliott Smith는 1994년 솔로로 전향한 후 다섯 편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인디 포크의 성황을 선도했다. 속삭이듯 차분한 음성과 고요한 분위기, 우울함과 비애감을 표출하는 노랫말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그는 2003년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러 사망했다.

Twisted Sister "We Are Twisted Fucking Sister!"
1980년대의 일부분을 긴 파마머리와 쫄바지로 수놓았던 글램 메탈의 첨병 Twisted Sister는 지난해 11월 다큐멘터리 "위 아 트위스티드 퍼킹 시스터!(We Are Twisted Fucking Sister!)"로 팬들과 재회했다. 사실 새 앨범만 내지 않을 뿐이지 공연은 간간이 계속 해 왔던 터라 재회라고 할 것도 없지만 1970년대 결성 초기부터 1980년대 MTV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둘 때까지의 활동을 갈무리한 영상은 팬들에게 각별한 추억으로 다가올 만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기록을 따지면 'We're Not Gonna Take It' 하나만 히트해서 원 히트 원더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We're Not Gonna Take It'과 같은 앨범 [Stay Hungry]에 수록된 하드록 발라드 'The Price'도 국내 음악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룹의 리드 싱어 Dee Snider가 피 묻은 뼈다귀를 든 사진이 [Stay Hungry]의 앨범 커버로 쓰였는데 당시 국내에서 검열로 뼈가 지워짐에 따라 한국 라이선스 음반은 세계적인 희귀반이 됐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385&startIndex=0
덧글
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음악가들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라서 얼른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
다양성영화라서 국내 개봉이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