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열정적인 연주 뒤에 자리한 거울 원고의 나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다양한 견해와 정의를 부른다. 주요 인물의 성격과 행동에 의거해서는 제자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스승의 위악적인 교육 방식, 입신양명을 인생 제일의 가치로 둔 한 청년의 씁쓸한 몸부림, 권위와 지위를 앞세운 폭력의 양상이 읽힌다. 영화적으로는 보복과 응수로 치닫는 서스펜스의 연속이며, 스토리상으로는 광기와 광기의 대결이다. 보는 이의 위치, 경험, 사상에 따라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관찰의 프레임을 많이 제공해 흥미롭다.

영화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지닌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루(마일스 텔러 분)와 유능하지만 폭압적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 플레처(J. K. 시먼스 분)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그린다. 앤드루는 우연히 플레처에게 발탁돼 흐뭇해하지만 기쁨도 잠시, 플레처가 요구하는 정교함에 미치지 못해 자괴한다. 앤드루는 플레처의 눈에 들기 위해, 일인자가 되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연습에 매진한다.

앤드루가 재즈를 연주하는 드러머이기에 [위플래쉬]에서는 시시각각 재즈가 흐른다. 하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연습의 형태로 짤막하게 나오는 편이다. 그중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Whiplash'와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Caravan'이 단연 두드러진다. 색소포니스트 겸 재즈 작곡가 행크 레비(Hank Levy)가 1973년에 발표한 'Whiplash'는 명쾌한 멜로디의 힘찬 관악기 연주가 일품이며,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연주로 유명한 'Caravan'은 여러 아티스트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특징으로 갖게 된 역동적인 리듬이 멋스럽다. 이와 함께 스탄 게츠(Stan Getz)의 'Intoit'이나 영화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작곡한 곡들도 청각적 풍미를 더한다.


주인공들의 실제 연주도 [위플래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력일 것이다. 마일스 텔러의 열정적이며 훌륭한 퍼포먼스는 재즈를 잘 모르는 이들도 영상에 집중하게 만든다. J. K. 시먼스도 피아노를 쳤던 경험을 살려 대역 없는 연행에 동참했다. 클럽에서 플레처가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하다.

주인공이 그야말로 피땀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암암리에 음악이 결코 쉽지 않은 예술임을 이야기한다. 주인공들이 신호등 알림음을 통해 재즈 리듬을 터득하는 시퀀스를 설정함으로써 재즈를 일상적인 것,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했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스윙걸즈]와는 아주 딴판이다. 고적대 타악기 파트를 소재로 한 [드럼라인]에서 자기의 실력만 믿고 모나게 굴던 주인공이 결국에는 융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반면에 앤드루는 지휘자와 다른 연주자들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공연을 펼친다. 제재는 비슷하지만 이전에 나온 음악영화들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는 부분들도 신선한 재미를 준다.

음악이 매개임에도 영화음악보다는 영화 자체의 여운이 크다.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비인간적인 플레처를 보면서 참다운 교육에 대해 생각해 봄 직하고, 누군가는 경쟁을 미덕으로 여기고 1등만을 인정하는 매몰스러운 한국의 교육 환경을 돌이켜볼 것이다. 자신의 노력에 대해 자문하거나 음악계, 음악 교육계의 악습을 반추하는 뮤지션, 음악 전공자도 있을 듯하다. 화려한 드럼 연주 뒤에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자리한 영화다.

명지대학교 학보 2015년 4월 6일 9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