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장기집권을 저지한 노래들 원고의 나열

지난 18일을 끝으로 Mark Ronson의 'Uptown Funk'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서 내려왔다. 2015년의 1/4분기를 경쾌함으로 물들였던 'Uptown Funk'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사운드트랙 'See You Again'에 왕관을 넘겨줬다. Mark Ronson은 14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전에도 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 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 The Black Eyed Peas의 'I Gotta Feeling' 등 싱글 차트 정상을 장기간 접수한 사례는 많다. 이들은 한 번 1위를 하기도 어려운 격전지에서 대단한 위업을 이룩함으로써 대중음악사에 자신의 이름을 또렷이 새겼다.

많은 이가 오랜 기간 정상을 차지한 노래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던 그들의 천하를 끝내고 새롭게 1위에 오른 작품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체와 대중 사이에서는 덜 언급되지만 슈퍼 히트곡의 장기집권을 저지한 노래들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다중음격"은 빌보드 싱글 차트 13주 이상 1위를 기록한 노래와 그들을 내몬 노래들로 구성했다.


전설을 "그 길의 끝"으로 보낸 듣보잡
남성 중창의 전설이 된 Boyz II Men은 1992년 영화 "부메랑"의 사운드트랙 'End Of The Road'로 첫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등극의 영예를 누렸다. 전년에 데뷔해 'Motownphilly',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로 1위 자리를 넘봤던 이들 4인조는 단시간에 팝 최대 시장의 정점을 차지하며 슈퍼스타가 됐다. 이들의 성공은 아카펠라를 특기로 하는 남성 중창 그룹의 대대적 출현을 이끌었다.

13주 연속 1위를 달리며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과시한 'End Of The Road'는 아주 허접스러운 노래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청춘 뮤지컬 드라마 "하이츠"의 출연자들이 부른 'How Do You Talk To An Angel'이 그 주인공. 독특하거나 멋있는 점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소프트 록 넘버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1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기에 이 상황은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이에 더해 영화 "그들만의 리그" 사운드트랙인 Madoona의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를 'End Of The Road'가 밀어내고, 드라마 "하이츠"의 사운드트랙이 'End Of The Road'를 밀어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사운드트랙들의 수건돌리기.


사이좋게 나눠 먹는 사운드트랙
사운드트랙들의 자리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13주 동안 힘차게 회전하던 "부메랑"을 격추한 "하이츠"는 Whitney Houston이 부른 "보디가드" 테마곡 'I Will Always Love You'에 신속하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14주 연속 싱글 차트 정상을 지킨 'I Will Always Love You'는 1993년과 94년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엄청난 사랑을 받은 노래 덕분에 "보디가드"는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 앨범이 됐다.

영광스러운 히트 퍼레이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제곡에 의해 마무리됐다. Peabo Bryson과 Regina Belle이 부른 'A Whole New World'는 아름다운 선율과 영화의 인기를 창과 방패 삼아 수월하게 Whitney Houston의 질주를 정리했다. 인간들이 앉던 왕좌가 한낱 2차원 그림에 뺏겼지만 이후로 지금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경험하지 못했다.


자식들끼리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재발매 버전 기준 1집에서 무려 다섯 편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최고의 신인이 된 Boyz II Men은 두 번째 앨범 [II]로 약진을 이어 나갔다. 1990년대 최고의 작곡가 Babyface가 작곡, 프로듀스한 'I'll Make Love To You'는 14주 연속 1위를 유지해 본인들의 종전 기록을 깼으며 199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R&B 퍼포먼스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했다.

2년 만에 달성한 신기록을 깬 것은 당혹스럽게도 자신들의 노래였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낸 'On Bended Knee'는 온화한 멜로디와 성가풍의 편곡 등 멋진 구성으로 'I'll Make Love To You'의 순항을 막아섰다. 한 가수의 노래가 1위를 연달아 차지한 것은 The Beatles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독 뒤에 찾아온 또 다른 중독
1995년과 96년은 "마카레나"의 광풍이 휘몰아친 해였다. 1960년대 초반에 결성된 스페인 중년 남성 듀오 Los Del Rio의 'Macarena'는 어느 한 순간 자국을 벗어나 단숨에 미국을 점령했다. 곧이어 우리나라에도 침투해 길거리, 커피숍, 나이트클럽을 누볐으며 쇼 프로그램과 CF 등 브라운관까지 접수했다. 14주 동안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함과 더불어 한국에도 막대한 붐을 몰고 왔다.

노래만 들어도 자동으로 손이 올라가고, 자기도 모르게 "아들 낳고 딸 낳고"를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의 늪에 서서히 빠질 무렵 구세주가 등장했다. Blackstreet의 2집 수록곡 'No Diggity'가 'Macarena'를 밀어낸 것이다. 음악팬들은 안도했고 흑인음악 마니아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에도 치명적인 유혹은 있었으니,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깔리는 "으음~" 하는 소리를 따라 하게 됐다.


디바의 승승장구 디바가 마무리하다
1990년대 최고의 디바 Maraih Carey, 인터뷰를 할 때마다 채워질 줄 모르는 가공할 허기를 호소하는 히딩크 감독처럼 더 큰 기록을 염원한 Boyz II Men은 1995년 대단한 업적을 달성했다. 그들이 함께 부른 'One Sweet Day'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16주 연속 머무르며 팝 음악의 신기록을 썼다.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이룬 명쾌한 시너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를 능가하는 기록은 비록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 "업 클로즈 앤드 퍼스널"의 사운드트랙인 Celine Dion의 'Because You Loved Me'가 'One Sweet Day'의 기나긴 독주를 침착하게 차단했다. 'Because You Loved Me'는 "그래미 어워드"의 "올해의 레코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 출시한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같은 부문을 수상해 그때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미국 땅에서 일어난 영국인과 호주인의 쟁투
영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Elton John은 자신이 1973년에 쓴 'Candle In The Wind'의 재녹음 버전 'Candle In The Wind 1997'과 함께 선보인 'Something About The Way You Look Tonight'로 1997년과 98년 14주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지켰다. 이만큼 오랜 기간 정상을 고수한 것은 영국 가수로서는 처음이었다. 두 노래 모두 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추모 싱글이라는 사항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지속될 수 있었다.

아무리 의미 있는 노래라고 해도 끝은 오는 법, 96년 'I Want You'로 빌보드 상위권을 노크한 오스트레일리아 팝 밴드 Savage Garden의 'Truly Madly Deeply'가 Elton John의 히트에 제동을 걸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가수가 빌보드 정상을 접수하는 일이 흔치 않지만 이들은 2집이자 마지막 앨범의 'I Knew I Loved You'로 또 한 번 재등극에 성공했다.


거친 오라버니들에게 쫓겨난 썸남 타령 소녀들
한 살 터울에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연일 비교되며 세트로 취급됐던 Brandy와 Monica는 1998년 'The Boy Is Mine'을 함께 불러 드디어 듀오로 활동했다. 이는 마치 매체와 대중에게 "이제 만족하냐?"는 확신에 찬 물음처럼 들렸다. 1982년 Michael Jackson과 Paul McCartney가 듀엣으로 취입한 'The Girl Is Mine'의 답가로 여겨지는 R&B 공주들의 노래는 13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점령했다.

잘나가는 소녀들의 합동 퍼포먼스는 하드록 밴드 Aerosmith에 의해 힘을 잃게 된다. 영화 "아마겟돈"의 사운드트랙이었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은 Aerosmith가 아닌 유명 작곡가 Diane Warren이 쓴 곡이었기에 대중성이 그들의 노래보다 더 강했다. 노래는 Aerosmith 최고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으로 남았다.


당황하지 않고 1위를 빡! 그리고 정말 끝
다수의 넘버원 싱글을 보유했지만 'One Sweet Day'의 빅히트 때문에 Mariah Carey도 장기 히트에 대한 욕심이 들었을 것이다. 이를 열 번째 앨범 [The Emancipation Of Mimi]의 'We Belong Together'가 해소했다. 그녀에게 많은 히트곡을 안겨 준 Jermaine Dupri가 프로듀스한 노래는 나른한 곡조와 아련한 분위기로 큰 사랑을 받아 14주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지켰다.

이 업적은 안타깝게도 "연속"은 아니었다. 4주차에 "아메리칸 아이돌" 네 번째 시즌의 우승자 Carrie Underwood의 데뷔 싱글 'Inside Your Heaven'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아무리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었다고 해도 햇병아리가 디바의 자리를 완전히 뺏기란 불가능했다. Mariah Carey는 1주 만에 왕위를 재탈환해 10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무섭게 부상한 Kanye West의 'Gold Digger'에 다시 1위를 뺏겼다.

신인들의 침략에 결국 터를 넘기긴 했어도 Mariah Carey는 같은 시기 'Shake It Off'를 'We Belong Together' 아래 묶어 둠으로써 빌보드 싱글 차트 1, 2위를 동시에 차지하는 최초의 여성 뮤지션이 됐다.


반년 독재를 종식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듯
기존 팬들에게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일렉트로니카 문법을 가득 들인 [The E.N.D]는 결과적으로 The Black Eyed Peas에게 전보다 더 큰 성공을 안겨 줬다. 리드 싱글 'Boom Boom Pow'가 12주 동안 1위를 유지했고 'I Gotta Feeling'이 배턴을 넘겨받아 14주 동안 1위에 머물렀다. 합이 26주, 2009년의 절반을 한 그룹이 다 가져간 셈이다.

어마어마한 불길을 가라앉힌 것은 Jay Sean의 일렉트로닉 댄스곡 'Down'이었다. 자국인 영국에서는 이미 인기 가수였지만 미국 진출은 진도를 빼지 못하던 Jay Sean은 이 노래의 성공으로 인지도를 높이게 됐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지 못해 빠르게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잔칫집의 볼륨을 줄인 초상집의 노래
아무리 복고가 트렌드라고 해도 'Uptown Funk'가 이렇게까지 장기간 인기를 얻을지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래에 정통 펑크(Funk)의 색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약점은 Mark Ronson이 오랜만에 내는 신작이라는 사항과 Bruno Mars의 스타덤이 보완해 줬다. 덕분에 'Uptown Funk'는 'I Gotta Feeling' 이후 6년 만에 14주 연속 넘버원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그칠 줄 모르던 흥겨운 펑크(Funk) 무대는 잔잔한 노래를 남기면서 막을 내렸다. Wiz Khalifa와 신인 가수 Charlie Puth가 부른 'See You Again'은 개봉할 때마다 박스오피스 정상을 장악하는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사운드트랙이라는 점, 2013년 사망한 영화의 주인공 폴 워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점으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409&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