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기엔 섭섭한 4월의 추천 앨범 원고의 나열

특정 장르가 유독 집중적으로 많이 나올 때가 있다. 지난 4월 팝은 록이 작정한 것처럼 큰 물결을 이뤘다. 중견, 신인의 앨범이 쏟아져 나오며 다채로움을 연출하는 가운데 멜로디에 강세를 보인 Urban Cone과 The Mowgli's의 신작이 돋보였다. 록의 여러 양식을 오가다가 이번에는 소울 쪽으로 방향타를 돌린 밴드 Alabama Shakes도 멋진 음악으로 컴백했다.

가요 역시 인디 신을 중심으로는 록이 주된 세력이었다. 뉴 메탈을 주메뉴로 하면서 색다른 면을 모색한 R4-19, 일렉트릭 기타 대신 키보드가 리드 악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뀐 10년차 펑크 밴드 페이션츠 등이 이 국면을 대표한다. 이 외에 1980년대 정서의 전자음악을 제작하는 Xin Seha와 담담한 서정성에 전념하는 여성 듀오 스타치스의 데뷔 앨범도 주목할 만하다.



Urban Cone [Polaroid Memories]
지난해 가을부터 신곡들을 선보이며 2집 출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던 Urban Cone이 드디어 온전한 정규 음반을 들고 나왔다. 은근히 팝의 강국인 스웨덴의 아들들답게 [Polaroid Memories]는 제법 준수하다. 수록곡들은 귀에 빠르게 들어오는 직관적인 멜로디와 바삭바삭한 질감의 연주로 청량감을 한껏 자아낸다. 밝고 즐거우며 생기가 넘친다.

자연의 소리를 가져와 평온한 느낌을 전달하다가 날렵한 리듬으로 돌변하는 'Weekends', 1980년대에 포커스를 맞춘 신시사이저가 발랄하게 폭발하는 'We Are Skeletons', 후반부 사운드의 집중으로 아레나 록 스타일을 보여 주는 'It's Hard To Hate Someone You Love' 등 노래들은 신스팝과 댄스 록의 외투를 입고 쾌활함을 지속한다. 물론 중간, 중간 느린 템포의 곡들을 심어 숨을 고르기도 하지만 밝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David Choi [Stories Of You's And Me]
한때 유튜브에서 수천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미국 싱어송라이터 David Choi가 오랜만에 새 앨범을 냈다. 데뷔 초 한국계라는 점으로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을 산 그는 'Something To Believe'("우리 결혼했어요"), 'Love'("시크릿 가든"), 'She's A Star'("선녀가 필요해") 같은 노래가 쇼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삽입됨으로써 한국에서의 인지도도 차근차근 높였다. 유튜브 스타라는 별명과는 거리를 두게 됐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팬을 확보했다.

혈통 때문에 이목을 끌긴 했어도 David Choi에게는 부드러움과 안락함이라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새 앨범 역시 그만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수수한 목소리로 멜로디를 차분하게 읊는 것이 첫째 매력, 여기에 현악기나 키보드, 리듬 프로그래밍을 단출하게 넣어 포크뿐만 아니라 팝의 외형도 내보인다. 요즘 같은 봄날, 특히 밤에 듣기에 좋은 생활의 배경음악이다.

* 본래 2월에 출시됐지만 국내 라이선스는 4월에 이뤄졌다.



Alabama Shakes [Sound & Color]
이런 질문이 자동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 음반의 정체가 뭐냐?" 소울('Sound & Color'), 블루스('Miss You'), 사이키델릭('Gimme All Your Love'), 거라지 록('The Greatest'), 서던 록('Shoegaze) 등 수록곡들은 각기 다른 양식을 표해 내지만 이것들은 이상하리만치 은근히 잘 어울린다. 결국 흑인음악에 뿌리를 둔다고 해도 요상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Alabama Shakes는 "셰이크"라는 이름처럼 많은 장르를 휘저은 세계를 또 한 번 드러낸다.

원래도 여러 장르를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2012년에 낸 데뷔 앨범 [Boys & Girls]보다 흑인음악의 색이 더 짙어진 모양새다. 그럼에도 록의 기운이 계속돼 Prince가 내내 떠오르게 된다. 더욱이 밴드의 프론트 우먼(목소리는 맨 같지만 엄연한 우먼이다) Brittany Howard의 중성적인 음성, 진성과 가성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찐득찐득한 가창이 노래의 구성짐을 더한다.



The Mowgli's [Kids In Love]
2010년 즈음에 결성해 [Sound The Drum], [Waiting For The Dawn] 등의 정규 음반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려 나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The Mowgli's의 세 번째 앨범이다. 팝 록, 포크, 인디 팝에 바탕을 둔 이들의 음악은 꽤나 명랑하고 가뿐하다.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전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캘리포니아주 특유의 밝은 기운이 이들에게서도 느껴진다.

상쾌한 분위기와 함께 드러나는 이들의 특성인 흡인력 강한 선율, 보컬에 무게를 싣는 표현, 하모니도 변함없다. 멜로디가 명료하고 합창을 유도하는 포맷 덕분에 조금만 들어도 어느새 동참해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여성 보컬과 남성 보컬이 고르게 배분되는 것도 대중적인 요소. The Mowgli's가 발휘하는 청량감은 이번에도 만족스럽다.



R4-19 [Hero]
모처럼 만나는 헤비한 음악이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헤비메탈 음반은 적은 양이나마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이들 R4-19의 노래는 대부분 헤비메탈과 다르게 우리말 가사가 많이 쓰여 더 반갑게 느껴진다. 또한 가사 전달도 비교적 뚜렷한 편이라 지금 청취하는 노래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로 웅얼웅얼해서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못하는 노래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다섯 곡의 적은 양임에도 면면은 꽤 다채롭다. 횡행하는 신시사이저와 래핑을 앞세운 'Break It Down', 체구가 큰 사운드와 그로울링 보컬이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Game Set'으로는 뉴 메탈을 들려주고, 말미에 드럼과 기타가 전투적으로 몰아치는 'Don't Lie'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전시한다. 브라스 프로그래밍이 흥을 돋우는 'Get To Be Wild'는 스토너 록에 근접한다. 여기에 원기로 무장한 소리가 몸을 더욱 흥분시킨다.



Xin Seha (신세하) [24Town]
카세트테이프에 들어가는 속지처럼 꾸민 앨범 커버를 통해 이 앨범이 구식을 지향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자음악이 큰 줄기인 신인 뮤지션 Xin Seha (신세하)의 데뷔 앨범은 빈티지 사운드, 성근 프로그래밍, 조촐한 리듬 등 예스러운 스타일로 요즘의 일렉트로니카들과 차별화된다. 강하고 화려한 사운드에 익숙한 이들이 흡족할 음악은 아닐지 몰라도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는 개성만큼은 돋보인다. 미니멀한 비트, 의미가 불분명한 가사, 아주 조용히 읊조리는 보컬의 합이 조성하는 몽롱함도 [24Town]의 또 다른 특징일 것이다. 빠르지 않고 흐리멍덩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묘한 재미를 주고 있다.



페이션츠 [18]
결성 10년을 맞았지만 페이션츠의 음악은 조금도 나이 들지 않았다. 멜로디는 아직도 소년처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반주도 가볍다. 이번에는 기타 대신 키보드가 주축이 되면서 한층 생생해졌다. 게다가 건반의 가뿐하고도 화려한 연주 덕에 노래들은 감상이 용이한 복잡성을 획득하게 됐다. 펑크 밴드가 거친 소리와 단순한 구조로 요약되는 펑크의 특성을 온화하고 흥겹게 깨고 있다.

불합리함과 자조, 울분의 소극적 표현 등 여러 상황에 통용되는 욕을 쓴 앨범 타이틀이 주장하듯 내용은 곡처럼 순하지만은 않다. '즐거운 생활 (Bad Fingers)'는 성적인 해소를 이야기하며, 'Hybrid Future'는 세계화와 미래를 회의적으로 여기고, '재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Ashes)'는 여러 문제점이 만연한 현실을 염세적으로 은유한다. 경쾌한 음악과는 다른 온도를 띠는 중의적인 표현이 앨범을 묵직하게 만들어 준다.



스타치스 [그래도, 봄]
막바지에 다다라서 '그때처럼'으로 약간 밝은 톤을 내비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냥 발랄하지는 않다. 평소에 안 입던 옷을 입은 것처럼 조심스럽고 수줍다. 2012년 몇 편의 싱글을 낸 뒤 한동안 음반 활동이 없었던 여성 듀오 스타치스의 정규 데뷔 앨범 [그래도, 봄]은 무모할 만큼 시종 잠잠한 분위기로 일관한다. 강하고 빠른 음악이 대접받는 시대에 본인들만의 어법을 강직하게 고수한다.

이들은 피아노 연주곡 '봄'에서부터 앨범이 품은 얌전함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기타와 현악기는 소극적으로 틈을 메우는 정도며 드럼은 박자를 제시, 유지하는 역할에 머문다. '그래도', '슬프다' 같이 때로는 록의 외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괄괄함은 없다. 주연은 피아노와 두 여인의 목소리다. 이러한 상황은 청취자로 하여금 노랫말, 감정 표현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든다.

멜론 뮤직스토리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424&startIndex=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