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비트 선구자의 준수한 일탈, The Chemical Brothers [Surrender] 원고의 나열


느닷없는 노선 변화였다. 빅 비트 유행을 주도한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는 세 번째 앨범 [Surrender]에서 하우스 음악에 매진하다시피 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난폭하게 내달리는 브레이크비트, 테크노, 힙합의 혼합을 주특기로 구사하던 그룹이 그 스타일을 상당량 뺀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클럽에서 디제잉을 할 때도, 더스트 브라더스(The Dust Brothers)로 활동하던 초기에도 하우스를 종종 선보이긴 했지만 예상 밖의 기욺이었다.

주력 상품의 종류가 달라졌을 뿐이지 품질은 그대로 훌륭했다. 'Hey Boy Hey Girl', 'Let Forever Be'가 각각 영국 싱글 차트 3위와 9위를 기록한 점이 여전히 음악이 강고하고 맛깔스러웠음을 나타낸다. 이로 말미암아 메뉴가 바뀌었음에도 팬들은 케미컬 브라더스를 찾았다.

애시드 하우스와 테크노를 주되게 표현하는 앨범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괄괄한 기세를 뽐낸다. 'Music: Response'는 변조된 음성과 찌릿찌릿 울리는 전자음으로 교신하는 상태를 만들어 내면서 베이스라인은 격렬하게 진행하고 'Under The Influence'는 간단한 루프를 반복하면서 날카로운 전자음을 얹어 세기를 확충한다. 조이 디비전(Joy Division)과 뉴 오더(New Order)로 활동했던 영국 록의 거장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가 보컬로 참여한 'Out Of Control'은 공격적인 신시사이저 연주로 세차게 나아가며 'The Sunshine Underground'는 영국 뉴에이지 뮤지션 제임스 애셔(James Asher)의 곡을 대여해 동양적인 느낌을 전면에 부각하면서도 파열하는 전자음으로 위압감도 낸다. 아레나 콘서트에 딱 어울리는 체구의 음악이다.

완전히 하우스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니다. 전작의 'Setting sun' 이어 이번에도 공조한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의 'Let Forever Be'는 사이키델릭과 빅 비트를 혼합해 들려주며 'Hey Boy Hey Girl'은 테크노와 빅 비트, 뉴 스쿨 브레이크비트를 섞은 다층적인 구성을 보인다. 미국 록 뮤지션 호프 산도발(Hope Sandoval)이 마이크를 잡은 'Asleep From Day'는 숫제 그녀의 노래라고 해도 될 만큼 드림 팝과 앰비언트 사운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국 록 밴드 머큐리 레브(Mercury Rev)의 조너선 도너휴(Jonathan Donahue)가 참여한 'Dream On'은 전자음을 보유했어도 록의 평균을 지킨다. 이 두 노래에 몸을 흔들게 하는 화려한 리듬의 구령은 한시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 [Surrender]는 케미컬 브라더스나 팬들에게 특별하고 특이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우스에 집중했지만 순수한 전향은 아니었으며 빅 비트를 했지만 완전한 고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일부 노래에서는 이들의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댄스 분리형 입장도 견지했다. 야릇하긴 해도 이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이 한차례 더 다양성으로 만개하는 무대였다. 여기에서의 선언대로 이후 그룹의 스타일은 다채로움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Surrender]는 일탈이지만 변절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모든 수록곡이 변함없는 준수함으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2013/12
음반 해설지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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