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트렌드의 다섯 가지 얼굴 원고의 나열

대중음악계의 주도권은 복고로 넘어왔다. Robin Thicke의 'Blurred Lines'를 비롯해 Meghan Trainor의 'All About That Bass', Mark Ronson의 'Uptown Funk'에 이르기까지 디스코, 펑크(Funk), 두왑 등 먼 옛날에 인기를 얻었던 양식들이 다시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1, 2년 사이 각국의 음악 차트 상위권을 보면 과거의 향기가 돌출된다. 이 이전에 Amy Winehouse, Duffy 같은 뮤지션들에 의해 고풍스러운 소울이 크게 히트했다. 이러니 복고가 대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행의 시계를 돌린 것은 흑인음악만이 아니다. Lady Gaga의 'Just Dance', Ke$ha의 'Tik Tok', LMFAO의 'Party Rock Anthem' 같은 전자음을 장착한 노래들이 히트하면서 이 부류의 뿌리라 할 신스팝을 소환했다. 신스팝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혼종 장르 소피스티 팝(Sophistie-pop)과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고전인 딥 하우스도 시간을 거슬러 현대에 정착하는 상황이다. 신인의 왕성한 활동과 중견 아티스트의 변신이 맞물리며 과거의 여러 장르가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너도 나도 디스코로 대동단결
디스코와 펑크(Funk)의 재생산 동향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를 띠고 있다. 'Blurred Lines'가 표절 판정을 받아 히트의 빛이 바라긴 했지만 가동은 꾸준하다. 고풍스러운 팝과 소울로 주목받은 영국 여가수 Paloma Faith는 지난해 발표한 [A Perfect Contradiction] 중 'Can't Rely On You'에서 펑크(Funk)를 전격 시도했으며, Snoopzilla로 예명을 변경해 가면서 싱어를 겸하는 래퍼 Snoop Dogg는 최근 출시한 [Bush]에서 R&B, 디스코를 주되게 표현하고 있다. 두 작품에 모두 Pharrell Williams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표절 논란이 인 'Blurred Lines'와 다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으면서 석연치 않다.

2013년 Daft Punk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건재함을 알린 거장 Nile Rodgers도 디스코 복원에 동참한다. 그와 그의 밴드 Chic는 지난 3월 신곡 'I'll Be There'를 발표하며 23년 만에 정식으로 컴백했다. 그가 Daft Punk나 Pharrell Williams처럼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아니라서 히트는 못하고 있지만 노래는 빛을 잃지 않는 명성에 어울리게 훌륭하다. 흑인음악 마니아들은 익히 아는 가수 겸 프로듀서 Mayer Hawthorne도 프로젝트 그룹 Tuxedo를 결성해 디스코, 일렉트로 부기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여성이 주인공인 브리티시 소울 인베이전
영국은 예전부터 태생지인 미국 못지않은 소울 강국이었다. Tome Jones, Joe Cocker, Dusty Springfield 등을 중심으로 만개한 블루 아이드 소울이 1960년대부터 탄탄한 터를 잡았다. 이는 Soul II Soul, Loose Ends 같은 컨템퍼러리 R&B 그룹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데 밑거름이 됐으며, 다수의 애시드 재즈 밴드가 출현하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 전통을 확인한다면 새천년에 들어 Amy Winehouse, Duffy, Adele에 의해 촉발된 소울 리바이벌 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여성 뮤지션들이 일군 복고 트렌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빌보드를 흔들지는 못했지만 발표하는 앨범마다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은 Joss Stone, 이하이가 불러 국내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Mama Do'의 주인공 Pixie Lott,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를 통해 빼어난 가창력을 입증한 Leona Lewis와 Rebecca Ferguson 등 많은 여성 아티스트가 소울 흐름을 끈기 있게 이어 나가는 중이다. 10대임에도 어마어마한 성량을 뽐내며 Amy Winehouse가 설립한 레이블의 1호 가수로 등록된 Dionne Bromfield도 영국 소울의 명성에 한몫한다.

이제는 남자들도 어깨를 핀다. Sam Smith는 올해 열린 "그래미 시상식"을 휩쓸어 "브리티시 소울 인베이전"이 여성의 전유가 아님을 주장했다. 깊이 있는 음성으로 "제2의 Seal"이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얻은 Kwabs도 소울 리바이벌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2의 개막을 선포한 딥 하우스
하우스 음악은 팝, 힙합 등과 결합하며 대중성을 확보해 왔으며 Madonna의 'Vogue', Deee-Lite의 'Groove Is In The Heart', Daft Punk의 'Around The World' 같은 히트곡을 지속적으로 내왔으니 명맥이 끊긴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요 몇 년 동안 Zedd, Afrojack, Avicii 등이 일렉트로 하우스 붐을 조성한 터라 하우스를 복고로 보기에는 어렵긴 하다.

다만 초기의 하우스나 예전에 유행했던 딥 하우스가 최근 주류 차트에 자주 나타나고 있으니 이에 한정해서는 리바이벌이라는 용어를 붙여도 될 것 같다. 댄서 출신 싱어송라이터 Kiesza의 'Hideaway',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접목함으로써 독자성을 내보인 Clean Bandit의 'Rather Be', Clean Bandit의 노래에 객원 보컬로 참여해 인지도를 높인 Jess Glynne의 'Right Here' 등이 이 흐름을 대표한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가 신스팝 열풍의 중심
80년대에 크게 폭발했으나 글램 메탈, 그런지 록 등에 밀려났던 신스팝은 2000년대 이후 신시사이저를 리드 악기로 둔 댄스음악이 대대적으로 출현함에 따라 세력을 되찾았다. 80년대를 경험한 중년 음악팬들에게 기쁨을 안긴 이 트렌드는 이내 다른 형국을 나타냈다. 몇몇 노래의 성공 이후 주류 여가수들이 이런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단시간에 대중에게 각인되기 위해 강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문법이 현대에 재해석될 때 모습이 변화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경향이 워낙 심해 신스팝이 전자음 위주의 댄스음악과 동일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사파이어의 'Sha☆(샤!)', 원더걸스의 'Like Money', 손담비의 'Queen' 등 Ke$ha의 'Tik Tok'을 모방한 노래가 속속 나왔으며 대다수의 여가수가 신스팝풍의 댄스음악을 타이틀곡으로 선보이기 바빴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매력적인 혼종 장르
80년대 중반에 탄생한 소피스티 팝은 신스팝, 록, 재즈, R&B 등이 혼재된 오묘한 고급스러움으로 음악 마니아들을 매료했다. 하지만 이 장르의 산파 역할을 했던 뉴웨이브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소피스티 팝은 The Blow Monkeys의 'It Doesn't Have To Be This Way', Johnny Hates Jazz의 'Shattered Dreams', Level 42의 'Running In The Family' 등을 조심스럽게 대표곡으로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매력적인 양식임에도 향유된 기간이 짧기에 요즘의 재생이 반가움을 더한다. 게다가 이 장르의 복구를 도모하는 뮤지션이 소수여서 무척 각별하다. 남성 보컬이지만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내서 충격을 주는 Rhye가 소피스티 팝 재현의 중심에 해당한다. Rhye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프로듀서 Robin Hannibal의 또 다른 프로젝트 Quadron은 일렉트로닉 소울을 지향하지만 가끔 소피스티 팝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Jessie Ware의 데뷔 앨범 [Devotion]도 소피스티 팝을 두루 표현해 애호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원문은 멜론-뮤직스토리-다중음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2471&expose=true